The present study aimed to examine the mediating role of self-disclosure and trauma-related guilt in the relationship between social reaction experience and post-traumatic growth among women victims of domestic violence. Participants were 230 women who have experienced domestic violence. Data were analyzed using SPSS and SPSS macro. The results were as follows. First, there was a significant correlation between social reaction, self-disclosure, trauma-related guilt, and post-traumatic growth. Second, self-disclosure indirectly mediated the links between positive social reaction experience and post-traumatic growth. Third, traumatic-related guilt directly mediated the association between negative social reaction experience and post-traumatic growth. The results of this study highlight the importance of considering social reaction experiences that may be associated with women victims of domestic violence The significance and limitations of the study and further directions for research were discussed.
본 연구의 대상은 배우자로부터 가정폭력 피해를 경험한 기혼여성으로, 2021년 1월부터 약 3개월에 걸쳐 가정폭력상담소, 가정폭력 피해자보호시설, 건강가정지원센터 및 여성단체 등에 설문을 의뢰하였으며, 총 277부가 수집되었다. 이 중 폭력피해 경험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27부와 불성실 응답 20부를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230부를 연구에 사용하였다. 설문은 자기보고식 기입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대상자의 연령은 40대가 73명(31.7%)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71명(30.9%), 30대 48명(20.9%), 60대 이상 26명(11.3%), 20대 12명(5.2%) 순이었다. 이 중 쉼터 이용자는 103명(44.8%), 가정폭력상담소 이용자는 80명(34.8%), 건강가정지원센터 및 여성단체 등 이용자는 47명(20.4%)이다.
가정폭력 피해 경험
가정폭력 피해 경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Straus, Hamby, Boney-McCoy와 Sugarman(1996)의 SCTS2(Revised Conflict Tactics Scale)와 WHO(2005)의 Controlling Behavior의 강압적 통제문항을 재검토하여 사용한 2016년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 연구(여성가족부, 2016)의 가정폭력 피해 경험요인 척도를 사용하였으며, 최근 1년 이내의 폭력피해 경험에 대해 응답하도록 하였다. 하위요인은 강압적 통제, 정서적 폭력, 경제적 폭력,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으로 구성되었다. 강압적 통제의 경우, 없음(1)에서 매우 자주(4)까지 4점, 그 외 피해 경험은 전혀 없음(1)에서 거의 매일(7)까지 Likert 척도에 응답하도록 되어있다. 전체 척도의 내적 합치도는 .89로 나타났다.
외상 경험 개방에 대한 사회적 반응 경험
외상 경험 개방에 대한 사회적 반응 경험을 측정하기 위해 Ullman(2000)이 개발한 사회적 반응 척도(Social Reactions Questionnaire: SRQ)를 심기선과 안현의(2014)가 번안하고 타당화한 한국판 K-SRQ 척도를 사용하였다. K-SRQ척도는 전체 44문항으로 긍정적 사회적 반응(정서적 지지, 실질적 도움)과 부정적 사회적 반응(낙인찍기, 방해하기, 통제하기, 피해자 비난하기, 자기중심적 반응)으로 구성되었으며, 5점 Likert 척도로 제작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부정적 사회적 반응은 전체 하위요인을 사용하였지만, 긍정적 사회적 반응은 실질적 도움은 제외하고 정서적 지지 척도만을 사용하였다. 척도를 타당화한 심기선과 안현의의 연구(2014)에 의하면 의료적 처치 도움, 심리상담 권유 등의 문항으로 구성된 실질적 도움 척도의 평균이 정서적 지지 척도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나는데, 그 이유로 외상의 정도에 따라 의료적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거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상담 권유가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기선과 안현의의 연구(2014)의 내적 합치도는 .76 ~ .96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내적 합치도는 긍정적 사회적 반응은 .97로, 부정적 사회적 반응은 .88로 나타났다.
외상 후 성장
외상 후 성장을 측정하기 위해 Tedeschi와 Calhoun(1996)이 개발하고 송승훈, 이홍석, 박준호와 김교헌(2009)이 번안하고 타당화한 한국판 외상 후 성장 척도(Korean Post-traumatic Growth Inventory: K-PTGI)를 사용하였다. K-PTGI는 6점 Likert 척도로 16문항의 4요인(자기지각의 변화, 대인관계 깊이 증가, 새로운 가능성 발견, 영적․정신적 깊이 증가)으로 구성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하위요인 중 ‘영적․정신적 깊이 증가’ 척도는 제외하고 사용하였다. 여러 선행연구(서영선, 2019; 이동훈 등, 2017; 이유리, 장현아, 2016; 한성아, 2020)에 의하면, 해당 요인의 경우 다른 하위요인에 비해 내적 합치도가 현저히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다른 하위요인과는 달리 타 변인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질적인 결과를 나타내기도 하였다(이하나, 2016; 한성아, 2020). 이는 척도가 개발된 서구사회와는 달리 한국사회에서는 종교에 대한 보편적 인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유추할 수 있다. Tedeschi와 Calhoun(1996)이 개발한 원척도의 내적 합치도는 .90이었고, 송승훈 등(2009)이 타당화한 K-PTGI의 내적 합치도는 .83이었다. 본 연구에서의 전체 내적 합치도는 .86으로 나타났다.
자기개방
외상 경험에 대한 자기개방을 측정하기 위해 박준호(2007)가 개발한 자기개방 척도를 사용하였다. 본 척도는 자신이 경험한 외상사건을 타인에게 개방한 정도, 빈도, 깊이 등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1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항은 ‘전혀 없음(1점)’에서 ‘매우 많이(7점)’까지 7점 Likert 척도에 응답하도록 되어있다. 박준호(2007)의 연구에서 내적 합치도는 .97로 나타난 바 있다. 본 연구에서는 내적 합치도는 .98로 나타났다.
외상 죄책감
외상 관련 죄책감 척도를 측정하기 위해 Kubany 등(1996)이 개발한 외상 관련 죄책감 척도(Trauma-Related Guilt Inventory: TRGI)를 정희진(2011)이 번안하고 타당화한 것을 사용하였다. Kubany 등(1996)은 척도에 대한 요인분석을 통해 3개의 요인(책임 및 사후 해석 편향, 부적절한 행동, 정당성 결여)을 묶어 죄책감 인지 요인으로 명명하고, 2개의 요인을 별도의 죄책감인지 상위요인으로 추가하였다. 정희진(2011)의 연구에서는 4요인 모형(부정적 스트레스, 책임 및 사후편향, 부적절한 행동, 정당성 결여)을 사용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하위요인 중 부정적 스트레스와 책임 및 사후편향 문항을 제외하고, Kubany 등(1996)의 원척도에 포함되어 있던 죄책감 인지 상위요인을 추가하여 연구에 사용하였다. 정희진(2011)의 연구에서 하위 척도의 내적 합치도는 부적절한 행동 .84, 정당성 결여 .64이었다. 본 연구에서 전체 내적 합치도는 .80으로 나타났다.
수집된 자료는 SPSS 21.0을 사용하여 기술통계 및 빈도분석을 실시했으며, 주요 변인들 간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해 상관분석을 실시했다. 또한, 사회적 반응 경험과 외상 후 성장의 관계에서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PROCESS macro의 model 6을 적용하여 분석하였고, 부트스트래핑 방법으로 간접효과의 유의성을 검증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측정 변인들의 정규성 분포를 확인하고, 각 측정 변인 간 상관분석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표 1에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 사용된 변인들의 왜도의 절댓값은 .11에서 1.74로 나타났고, 첨도의 절댓값은 .00에서 2.55로 나타나 정규성 분포를 가정할 수 있다. 상관분석 결과, 가정폭력 피해 경험은 부정적 사회적 반응(
[표 1.] 측정변인 간 상관관계, 평균, 표준편차, 왜도, 첨도 (N=230)
측정변인 간 상관관계, 평균, 표준편차, 왜도, 첨도 (N=230)
외상 죄책감과 가장 상관이 높은 부정적 사회적 반응 하위요인은 비난하기(
사회적 반응 경험이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매개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PROCESS macro의 model 6을 사용하여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결과는 다음과 같다.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과 외상 후 성장의 관계에서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매개효과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이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 있어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매개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각 경로의 유의성을 검증하여 표 2에 제시하였다. 그 결과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은 자기개방(
[표 2.]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이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매개효과 분석 결과(N=230)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이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매개효과 분석 결과(N=230)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이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간접효과 유의성 검증을 위해 Bootstraping을 실시한 결과를 표 3에 제시하였다. 분석 결과, 긍정적 사회적 반응→자기개방→외상 후 성장의 경로는 간접효과의 95% 신뢰구간에서 0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B=.08
[표 3.] 긍정적 사회적 반응경험이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매개효과 검증(N=230)
긍정적 사회적 반응경험이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매개효과 검증(N=230)
부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과 외상 후 성장의 관계에서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매개효과
부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이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 있어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매개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각 경로의 유의성을 검증하여 표 4에 제시하였다. 부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은 외상 죄책감(
[표 4.] 부정적 사회적 반응경험이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매개효과 분석 결과(N=230)
부정적 사회적 반응경험이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매개효과 분석 결과(N=230)
부정적 사회적 반응경험이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간접효과 유의성 검증을 위해 Bootstraping을 실시한 결과를 표 5에 제시하였다. 분석결과, 부정적 사회적 반응→외상 죄책감→외상 후 성장의 경로는 간접효과의 95% 신뢰구간에서 0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B=-.05
[표 5.] 부정적 사회적 반응경험이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매개효과 검증(N=230)
부정적 사회적 반응경험이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의 매개효과 검증(N=230)
이상과 같은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본 연구의 최종모형 및 표준화 계수는 그림 3과 같다.
본 연구는 가정폭력이라는 대인 간 외상을 겪고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사회적 반응 경험, 자기개방, 외상 죄책감, 외상 후 성장 간의 관련성을 파악하고, 사회적 반응 경험이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을 통해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선행연구를 토대로 사회적 반응 경험의 하위요인인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과 부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이 각각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이 매개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연구 모형을 설정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와 함의는 다음과 같다.
연구 문제 1에 대한 결과를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 자기개방, 외상 후 성장은 모두 유의한 정적 상관을 나타냈다. 이는 가정폭력 피해 경험을 개방한 대상의 반응이 긍정적일수록 자기개방 수준이 높고 외상 후 성장을 많이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자기개방과 긍정적 반응, 외상 후 성장 간의 정적 관계를 확인한 연구(류지현, 2018; 서영선, 2019), 긍정적 반응 과 외상 후 성장 간의 정적인 상관을 확인한 연구(유희선, 2019), 자기개방과 외상 후 성장 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들(송현, 이영순, 2013; 이유리, 장현아, 2016; 이하나, 2016; Tedeschi & Calhoun, 1996)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또한, 긍정적 사회적 반응은 외상 죄책감과는 유의한 부적 상관을, 부정적 사회적 반응은 외상 죄책감과 유의한 정적 상관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이 죄책감 관련 정서와 각각 부적 상관, 정적 상관을 갖는 것으로 나타난 김지희(2016)의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 그리고 사회적 지지가 자기비난을 감소시키지만, 부정적 사회적 반응은 자기비난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들(Hassija & Gray, 2012; Ullman et al., 2007)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부정적 사회적 반응의 하위요인 중에서 자기중심적 반응을 제외한 낙인하기, 방해하기, 통제하기, 비난하기는 모두 외상 죄책감과 유의한 정적 상관을 나타냈으며, 그중 비난하기가 가장 상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정폭력 피해 경험에 대해 타인에게 개방했을 때 비난하기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많이 경험할수록 외상 관련 죄책감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낙인찍기, 피해자 비난, 통제하기 등의 부정적 사회적 반응이 자기비난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한 연구들(Ullman et al., 2007)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한편, 낙인하기나 비난하기와 같은 의도적인 반응보다 자기중심적 반응이나 방해하기와 같은 비의도적인 반응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적 반응 척도를 타당화한 심기선과 안현의(2014)의 연구와 일치한다. 반면, 다른 하위요인들과는 달리 자기중심적 반응은 자기개방 및 외상 후 성장과 유의한 정적 상관을 나타냈다. 자기중심적 반응은 피해경험을 개방한 대상이 마치 자신이 겪은 일인 양 분개하거나, 피해자가 진정시켜줘야 할 정도로 가해자에 대해 지나치게 분노하는 반응을 의미한다. 즉, 피해사실을 노출한 대상으로부터 가해자에 대한 분노 표현을 많이 경험할수록 외상 후 성장을 더 많이 경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성폭력 피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하나(2016)의 연구와 일치한다. 이는 한국에서는 자기중심적 반응이 서구와는 달리 긍정적 기능을 하며, 비의도적인 반응으로 이해되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심기선, 안현의, 2014). 가해자에 대한 상대방의 과도한 분노 표현이 피해자로 하여금 자칫 위축감을 줄 수 있어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정폭력의 책임소재를 가해자에게 두기 때문에 피해자로서는 지지받는다고 여겨 깊은 수준의 자기개방과 외상 후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외상 죄책감은 외상 후 성장과 유의한 부적 상관을 나타냈다. 이는 죄책감이 외상 후 성장과 부적 관계로 나타난 김지희(2016)의 연구나 자기비난 등 외상 이후 갖게 되는 부정적인 인지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상 후 인지와 외상 후 성장 간에 부적인 관계를 밝혀낸 여러 연구들(박애실, 2016; 박지은, 정남운, 2016; 이동훈 등, 2017; Barton, Boals, & Knowles, 2013)과 맥락을 같이한다.
연구 문제 2에 대한 결과를 논의하자면,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이 외상 후 성장으로 가는 경로를 검증한 결과 자기개방이 부분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이 직접적으로 외상 후 성장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자기개방 수준을 높임으로써 간접적으로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 결과는 외상 경험을 개방한 상대방으로부터 정서적 지지와 같은 긍정적 반응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외상 후 성장에 중요한 요인이 되며, 아울러 외상 경험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개방하는 빈도와 수준을 높임으로써 외상 후 성장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긍정적 사회적 반응과 외상 후 성장의 관계에서 자기개방이 부분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난 서영선(2019)의 연구와 일치한다. 또한, 각각의 경로와 관련해서는 긍정적 사회적 반응이 외상 후 성장에 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한 연구들(류지현, 2018; 유희선, 2019), 자기개방이 외상 후 성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들(송현, 이영순, 2013; 이하나, 2016; Tedeschi & Calhoun, 1996), 자기개방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외상 후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 여러 선행연구들(이유리, 장현아, 2016; 전유진, 배정규, 2013; 정민선, 2014)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배경에는 외상 경험자가 주위의 주요 사람들로부터 정서적 지지를 받는 경우, 자신이 겪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며(Derlega et al., 2009), 외상사건과 자신에 대해 긍정적 해석을 함으로써(Ehlers & Clark, 2000) 외상 후 성장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또한, 공감과 지지 반응을 경험하게 되면 이를 제공하는 상대방을 보다 신뢰하게 되어, 솔직하고 내밀한 감정의 개방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러한 깊은 수준의 자기개방은 외상으로 인한 긴장과 불안을 완화시킴으로써 외상사건에 대처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기여하는 것(송현, 이영순, 2013)으로 사료된다.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은 외상 죄책감에 유의한 부적 영향을 미치고, 외상 죄책감은 외상 후 성장에 유의한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이 외상 죄책감을 경유하여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경로가 유의한 수준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연구 문제 3에 대한 결과를 논의하자면, 부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의 경우 외상 후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외상 죄책감을 완전 매개로 하여 간접적으로 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외상 경험을 개방한 대상으로부터 비난이나 낙인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경험하게 되면, 외상사건과 관련한 자기비난이나 죄책감을 높게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외상 후 성장 수준이 낮아지게 됨을 의미한다. 즉, 부정적 사회적 반응이 외상 죄책감을 높임으로써 외상 후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동함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는 부정적 사회적 반응이 자기비난을 유의하게 증가시킨다는 연구(Ullman et al., 2007), 죄책감이나 자기비난과 같은 부정적인 인지가 외상 후 성장에 부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한 연구들(김지희, 2016; 박애실, 2016; 박지은, 정남운, 2016)을 연결시켜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이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외상 경험자는 고통의 재경험이나 낙인 등의 염려에도 불구하고(Lehman et al., 1986), 심리적 대처를 위해 자기개방을 시도한다. 그럼에도 중요하거나 신뢰하는 자원으로 여겼던 상대방의 반응이 부정적이게 되면, 외상 사건과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해석을 유도하여, 자기비난과 죄책감을 가중시키는 것(Street et al., 2005)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또한, 외상과 관련한 죄책감은 피해자인 자신을 책망하고 비난하게 함으로써 외상으로 인한 손상을 심화시키고 (Herman, 2012), 이를 가중시키거나 방조하는 타인과 사회에 대한 불신을 야기함으로써 외상 후 성장을 방해하는 변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논의를 종합해 보면,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과 외상 후 성장의 관계에서 자기개방이 부분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를 통해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을 많이 할수록 깊은 수준의 자기개방을 촉진함으로써 외상 후 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대로 부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은 가정폭력 외상에 대한 죄책감을 높이고, 이로 인해 외상 후 성장이 저해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사회적 반응 경험이 자기개방, 외상 죄책감,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외적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와 논의를 토대로 본 연구의 의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연구가 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심리적 무력감 등의 부정적 정서에 집중되었던 한계에서 벗어나, 지속적 피해와 고통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인 외상 후 성장에 주목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둘째, 가정폭력 등 대인 간 외상 피해자의 치유와 성장을 도모하는 데 있어 사회적 반응의 중요성에 관한 시사점을 제공하였다. 또한, 사회적 반응 경험이라는 외부적인 요인과 자기개방과 외상 죄책감이라는 내적인 요인이 어떻게 연결되어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해 탐색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셋째, 긍정적 사회적 반응 경험이 자기개방을 매개하여 외상 후 성장을 촉진하는 경로와 부정적 사회적 반응이 외상 죄책감을 매개하여 외상 후 성장을 저해하는 경로를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가정폭력 등 대인 간 외상 피해자를 상담하거나 지원하는 현장에서 정서적 지지와 같은 긍정적 반응이 중요한 이유와 피해자 비난하기, 낙인하기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이나 개입을 경계해야 하는 근거를 확인하였다.
넷째,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경험하는 부정적인 인지로서의 죄책감과 긍정적 변화인 외상 후 성장을 함께 탐색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은 외상으로 인해 신체적, 심리적 고통뿐만 아니라 죄책감도 겪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극복하고 성장하려고 노력한다. 즉, 고통과 성장사이에서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며 생존해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상담자나 사회적 지원자 등은 그 과정을 매개하거나,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 연구는 피해 여성의 내적 경험에 대해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필요성을 실증적으로 확인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본 연구의 제한점 및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피해 경험 개방에 대한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이나 부정적 반응이 이후 자기개방 수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탐색하였다. 그러나 참여자들이 응답한 자기개방과 사회적 반응 경험 사이의 선후관계를 명확히 단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주관적 기억에 의존하여 회고적으로 응답하다 보니 실제의 경험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자기개방과 사회적 반응 간 관계에 관한 보다 분명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추후 연구에서 다양한 대상으로 다각적이며 반복적 검증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각 변인의 특성상 측정되는 시점과 소재에서의 차이가 존재한다. 즉, 자기개방이라는 과거의 행위, 사회적 반응이라는 과거의 외부적 요인, 외상 죄책감과 외상 후 성장이 라는 현재의 내적 요인을 설문으로 측정하는 과정에서 검토하지 못한 여러 변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반응자와의 관계 및 그 반응에 대한 피해자의 지각 정도가 연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다양한 변인들의 관련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가정폭력 피해 경험자를 대상으로 종단적 연구 방법이나 질적 연구에 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본 연구에서 사용된 일부 하위 척도는 다른 하위 척도들과는 달리 내적 합치도가 매우 낮게 나타나거나 변인 간 상관관계에서 상반된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서구에서 개발된 척도를 한국사회에 적용하는 데 있어 문화적 차이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일부 하위요인은 제외하고 사용함으로써 기존 선행연구와의 비교 검토가 일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따라서 기존 척도들에 대한 다각적이고 반복적인 검증 및 한국사회에 적합한 척도 개발을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