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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한국인들이 경험하는 외로움(loneliness)에 대한 질적 연구* A Qualitative Study of Loneliness among Koreans
ABSTRACT
한국인들이 경험하는 외로움(loneliness)에 대한 질적 연구*

Loneliness is a common emotion among humans, but when it becomes severe, it can lead to mental and physical problems. Severe loneliness level would even go so far as to cause various social problems. However, despite this strong influence, there is a lack of research that specifically discusses the concept and characteristics of loneliness that Koreans are experiencing. Therefore, this study attempted to explore the types and characteristics of loneliness experienced among Koreans. To this end, 38 Korean adults who experienced loneliness were interviewed in depth using the Consensual Qualitative Research Modified (CQR-M). As a result, Koreans were found to be experiencing ‘loneliness in relationships,’ ‘loneliness due to disconnection,’ and ‘existential loneliness.’ Also, researchers discovered that Koreans were actually experiencing ‘collective,’ ‘other-oriented,’ and ‘fusional’ loneliness. This finding suggests that the concept of loneliness experienced by Koreans should be extensively restructured. The implications of the findings were thoroughly discussed.

KEYWORD
외로움 , 한국인 , CQR-M , 개념 , 특징
  • 방 법

      >  연구참여자 및 모집 절차

    본 연구에서는 연구목적에 부합하는 참여자를 모집하기 위해 스스로 외로움을 자주 혹은 깊게 경험한다고 보고하고, 외로움을 측정하는 객관적인 척도의 평정 결과가 절단점 이상으로 나타난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성인 남녀를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성인들은 사회환경적 맥락, 생애주기에 따른 발달단계, 삶의 전환점이 되는 다양한 사건 등에 따라 외로움을 다르게 경험할 수 있다(Barreto et al., 2021; Lim, Eres, & Vasan, 2020; Nicolaisen & Thorsen, 2014; Victor & Yang, 2012). 본 연구에서는 외로움 관련 선행연구들이 주목했던 대학생, 전업주부, 직장인, 노인의 외로움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우선, 외로움의 부정적인 측면에 크게 영향을 받는 대학생들의 외로움을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배성희, 양난미, 2016; Wei et al., 2005).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많은 외로움을 경험하는데(Lapsley & Edgerton, 2002; Victor & Yang, 2012), 한국 사회의 높은 진학률을 고려할 때 대학생들이 경험하는 외로움은 초기 성인기 외로움의 본질적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다(안수정, 2022). 선행연구에서 전업주부는 가족과의 관계에 몰입하거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외로움과 소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고(Andersson, 1998; Cacioppo, Hughes, Waite, Hawkley, & Thisted, 2006), 직장인들은 공적인 규칙과 경제 논리를 기반으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사회적 외로움을 두드러지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Wesarat, Sharif, & Majid, 2014). 마지막으로, 노인들은 사회적, 신체적, 정서적 기능이 약화되고, 사회적 역할과 가정 내 역할의 변화나 급격한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외로움과 소외를 경험한다(Somesan & Haragus, 2016; Wang, Mann, Lloyd-Evans, Ma, & Johnson, 2018). 이러한 선행연구에 근거하여 본 연구에서는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집단과 1년 이상 기업으로부터 급여를 받고 있는 직장인 집단, 자녀양육 및 주부로서의 역할을 전업으로 수행하고 있는 전업주부 집단, 그리고 정부가 노인 연령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만 65세 이상 노년층으로부터 자료를 수집하였다.

    참여자 모집을 위해 연구자들은 집단별로 회원가입수가 200만 명 이상인 대규모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예, 에브리타임, 맘스홀릭, 블라인드 등)을 통해 연구의 목적과 취지, 참여조건, 연구 참여방법 등이 담긴 연구 참여 안내문을 게시하였고, 면접 참여를 원할 경우 자발적으로 온라인 지원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하였다. 노인의 경우에는 천명 이상의 회원수를 보유하고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시니어 단체들의 커뮤니티(예,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 안내문을 게시하였다. 이후 신청자들에게는 Russell(1996)이 개발하고 진은주와 황석현(2019)이 타당화한 UCLA 외로움 척도 3판의 문항들로 구성된 링크를 보내 문항에 솔직하게 응답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UCLA 외로움 척도는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척도로, 외로움의 맥락을 측정하지는 않지만 외로움의 본질적인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서영석 등, 2020). 연구자들은 비교적 적은 수의 문항으로 구성된 UCLA 외로움 척도가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외로움을 포괄적으로 평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온라인 검사 첫 장에는 연구의 취지, 소요 시간, 참여자의 권리, 정보 폐기 등에 대한 안내가 다시 한 번 제시되었고, 연구 참여자가 이에 동의하면 검사가 시작되었다. UCLA 외로움 척도 3판을 활용한 선행연구에서(이성훈 등, 2008; Perry, 1990) 35점을 중등도(中等道) 이상의 외로움을 나타내는 절단점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도 35점 이상의 신청자들에게 유선으로 연락하여 연구의 목적과 면접 진행방식, 예상되는 소요시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연구 참여 의사를 재확인하였다.

    한편, 연구자들은 외로웠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만일 신청자들이 심리정서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거나 정신병리적 증상을 경험하고 있을 경우 면접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정신과적 약물 복용 여부와 정서적 고통의 정도(10점 리커트척도 사용)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약물을 복용중인 신청자(2명)가 면접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정서적 우울감과 불안 등으로 인해 상담을 받는 것으로 연구의 취지를 오해한 일부 신청자(4명) 역시 면접에서 제외하였고, 필요할 경우 상담 기관을 소개하였다. 연구자들은 면접 과정에서도 초기 신뢰관계 구축에 주의를 기울이고 참여자들의 정서적 상태를 세심히 살피고자 노력하였다. 실제로 한 연구참여자는 외로웠던 경험을 이야기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숨을 몰아쉬며 우울감과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연구자이기 이전에 상담자인 연구자들은 참여자의 외롭고 힘들었을 감정을 공감해주었고, 참여자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참여자가 원할 경우 즉시 면접을 중단할 수 있고, 면접을 중단해도 아무런 불이익을 겪지 않고 면접참여비를 받을 수 있으며, 필요 시 전문적인 상담으로 연계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안내하였다. 참여자는 마음 깊이 숨겨두었던 외로운 경험을 털어놓고 그에 대해 공감 받는 것이 자신에게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며 감정을 진정하였고, 면접을 이어가는 것에 무리가 없다는 의지를 밝혔다. 연구자들은 내담자의 심리정서적 상황을 재차 점검하며 면접을 진행하였다. 최종적으로 38명이 심층 면접에 참여하였고, 참여자들에게는 면접 참여비를 제공하였다. 연구자들은 연구의 전 과정에서 연구 참여에 따른 위험 요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주의를 기울였으며, 연구윤리 상 요구되는 기준들을 엄격하게 준수하고자 노력하였다.

    연구 참여자들 중 남성은 18명(47.4%), 여성은 20명(52.6%)이었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39.43세(범위 = 20-74세, SD = 16.78)였다. 12명(31.6%)은 대학생이었고, 9명(23.7%)은 전업주부였으며, 12명(31,6%)은 직장인, 6명(15.8%)은 노인이었다. 참여자들은 사무직 5명(13.2%), 전문직 4명(10.5%), 서비스직 3명(7.9%), 생산/노무직 1명(2.6%)이었고, 나머지 참여자들은 학생이거나 전업주부, 또는 은퇴한 상태였다. 연구참여자 38명 중 4명(7.5%)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였고, 14명(35%)은 대학교/대학원에 재학 중이었으며, 학사학위 소지자는 13명(30%), 석사학위 소지자는 6명(15%), 박사학위 소지자는 1명(2.5%)으로 나타났다. UCLA 외로움 척도 검사결과, 중등도 이상의 외로움을 의미하는 35점 이상의 점수들 득한 참여자가 6명(15.8%)이었고, 중고도의 외로움을 의미하는 50점에서 64점 사이가 24명(65.8%), 고단계의 외로움을 의미하는 65점 이상은 7명(18.4%)이었다. UCLA 검사 점수는 집단별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성별, 연령, 학력, 직업에 따른 UCLA 점수 차이도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질문지

    개인정보 질문지

    연구 참여자들은 심층 면접에 앞서 성별, 연령, 학력, 직업, 동거인 수, 거주지역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 질문지를 작성하였다.

    면접 질문지

    연구자들은 외로움 관련 이론 및 선행연구, 외로움의 정도를 측정한 척도의 문항(서영석 등, 2020; 허정화, 김진숙, 2014; de Jong-Gierveld & Kamphuis, 1985; DiTommaso & Spinner, 1993; Russell et al., 1980)을 바탕으로 참여자들의 외로움 경험을 탐색하기 위한 반구조화된 면접 질문지를 작성하였다. 선행연구에서는 참여자들에게 외로움의 개념을 묻거나(예, ‘외롭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겠습니까?’)(Morgan et al., 2020; Roos & Klopper, 2010), 사회적 외로움과 정서적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각각의 맥락을 제시해주고 어떻게 느껴지는지, 차이가 있는지 등에 관해 참여자의 설명을 요구하였다(Verity et al., 2022). 그러나 응답이 추상적이거나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을 우려하여(Wenger & Burholt, 2004), 본 연구에서는 참여자가 최대한 자신의 경험에 몰입하여 그것을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질문들로 면접지를 구성하였다.

    참여자마다 자기성찰, 알아차림, 명명하기 등의 능력이 다를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사전에 외로움에 대한 조작적 정의를 내리고 면접 시 이를 참여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좋을지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논의 결과 연구자들은 외로움이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고(Stein & Tuval-Mashiach, 2015; Younger, 1995), 조작적 정의를 참여자들에게 제시할 경우 자칫 외로움에 대한 참여자들의 주관적 경험과 인식이 연구자들의 정의에 갇힐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외로움을 귀납적으로 탐색하려는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참여자들이 특정 경험을 외로움으로 명명한다면 그것이 곧 그들이 경험하는 외로움이라고 판단하여 면접 시 연구자들의 조작적 정의를 제시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대신, 최대한 열린 질문을 던짐으로써 참여자들이 다양한 상황과 맥락 속에서 어떠한 외로움을 경험하고 그 외로움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먼저, 참여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외로움을 떠올리며 당시의 상황과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도록 외로웠던 경험에 관한 질문을 제시하였다(‘지금까지 가장 강렬하게 경험하여 기억에 남았거나 빈번하게 경험했던 외로움의 상황을 떠오르는 대로 말씀해주세요’). 이때, 참여자가 자신의 경험을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개방형 질문을 제시함으로써 응답의 범위와 주제를 최대한 제한하지 않았다. 이후, 참여자들이 떠올린 외로움의 상황을 더욱 구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도록 외로움을 느꼈던 이유와 외로움을 느낀 순간의 감정이나 생각 등을 상세히 응답할 수 있도록 질문하였다(‘주로 언제, 어떤 상황에서 외로움을 느끼셨나요?’, ‘어떤 순간에 자신이 외롭다는 것을 알아차리셨나요?’, ‘외로웠던 그 상황에서 어떤 감각이나 감정을 느꼈나요?’, ‘외로움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외로운 순간에 무엇을 필요로 했던 것 같나요?’ 등).

    연구자들은 1차 설문지를 작성한 후, CQR을 활용하여 다수의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상담 전공 교수로부터 질문의 내용과 구성이 적절한지, 질문이 연구목적에 부합하는지 등에 관해 자문을 구한 후 질문지의 내용을 수정하였다. 예를 들어, 참여자들이 스스로 외롭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외로운 순간에 어떤 감정과 생각, 행동을 하게 되는지 질문할 때, 정서적 알아차림에 익숙하지 않은 참여자들에게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일 수 있다는 피드백을 반영해서 ‘당시 자신의 모습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무엇이 보이고 어떤 느낌이 드나요?’라는 질문을 추가하였다. 외로운 자신의 모습을 관찰 자아로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도록 요청하는 것은 인지적 요소를 강화하는 한편(조명현, 2020; Park, Ayduk, & Kross, 2016), 정서에 머무르기나 심상 작업을 통해 자신의 정서와 감각을 보다 수월하게 알아차릴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는 점(이진주, 김은정, 2015; Mackay, Barkham, & Stiles, 1998)에서 외로움의 다양한 특성들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후, 심층면접을 진행하기에 앞서 외로움을 경험한 대한민국 성인 4명(대학생 1명, 전업주부 1명, 직장인 1명, 노년층 1명)에게 예비 면접을 실시하여 질문에 대한 이해도, 전체적인 문항 순서의 적합도, 응답할 때의 어려움 등에 대한 의견을 구한 후 이를 반영하여 문항을 일부 수정하여 최종 면접 질문지를 확정하였다. ‘외로울 때 무엇이 힘든가요?’라는 질문은 참여자들이 응답하기에 다소 난해하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다른 질문과 유사한 응답이 나왔기 때문에 예비 면접 후 삭제하였다.

      >  자료분석

    수정된 합의적 질적 연구

    본 연구에서는 수정된 합의적 질적 연구방법(Consensual Qualitative Research-Modified: CQR-M)을 활용하여 자료를 분석하였다. CQR-M은 자료로부터 영역을 도출함으로서 새로운 주제와 관련된 현상을 포착하는 데 적합한 방법이다(Fleming, Phillips, Kaseroff, & Huck, 2014). 한국인의 외로움과 관련해서 경험적인 연구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연구자들은 참여자들의 주관적인 경험들을 이해하려는 본 연구의 탐색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CQR-M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CQR-M은 합의적 질적 연구방법(Consensual Qualitative Research; CQR)의 탐색적 접근과 발견지향적 접근(Mahrer, 1988)을 융합한 것으로, 최소 3명 이상의 연구자 간 합의를 바탕으로 영역과 범주를 도출하는 상향식 분석절차를 통해 단일 연구자의 편향을 최소화하는 CQR의 장점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이에 더해, 8∼15명 정도의 소수 자료를 귀납적으로 분석하는 CQR과 달리, CQR-M은 다양한 맥락을 경험한 다수의 참여자들로부터 확장된 시각을 확보하여 어느 정도의 양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Spangler, Liu, & Hill, 2012). 또한, CQR-M은 특정 질문에 대한 다수 참여자들의 응답을 짧고 객관적인 지표로 정리하고 빈도와 함께 비율을 제시하기 때문에, 인구 사회학적 차이가 있는 본 연구참여자 38명의 외로움 경험을 다각적으로 드러내고 비교하는데 유용할 것으로 판단하였다(Spangler et al., 2012). 국내에서 CQR-M은 30명 이상의 참여자들의 자료를 분석하는데 활용되어 왔다(강혜영, 이동혁, 2020; 지승희, 주영아, 김영혜, 2014).

    자료 분석 팀

    연구 팀은 상담전공 교수와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료분석 시 사회적 힘의 차이로 인한 잠재적 영향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Hill 등(2005)의 제안에 따라 모든 분석 팀원들이 평등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하였다. 이에 네 명의 연구팀 중 박사 및 석사과정 대학원생 세 명이 자료 분석에 참여하였고, 상담전공 교수는 내부감수자 역할을 수행하였다. 분석 팀 중 두 명은 질적 연구방법을 활용한 연구를 다수 수행했었고, 세 명 모두 대학원 수업에서 질적 연구방법론 과목을 이수하였다. 자료 분석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모두 상담 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고, CQR-M 관련 논문(예, Anderson, Leahy, DelValle, Sherman, & Tansey, 2014; Hill, 2012; Kozan, Blustein, Paciorek, Kilbury, & Işık, 2019; Phillips, Kaseroff, Fleming, & Huck, 2014; Spangler et al., 2012)을 다수 읽은 후 자료분석을 진행하였다. 모든 분석 과정에서 CQR을 활용하여 다수의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상담 전공 교수가 감수하였으며, 자료 분석 시 영역과 핵심 개념이 자료의 의미를 적확하게 반영하고 표현되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추어 독립적으로 자문을 제공하였다.

    연구자들은 자료 분석에 앞서 외로움에 대한 각자의 인식과 경험을 공유하였고, 이것이 자료 분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점검하였다. 특히, 연구자들은 외로움의 맥락과 특징을 구분하는데 있어서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예를 들어, ‘특정 집단(예, 노인)이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낄 것이다’, ‘전업주부나 노년층은 자녀로 인해, 청소년은 또래로 인해, 직장인은 동료들로 인해 외로움을 많이 겪을 것이다’ 등에 대한 개인의 기대와 선입견을 인식하고, 축어록에 담긴 참여자들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또한, 자료 분석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외로움 관련 문헌(서영석 등, 2020; Killeen, 1998; Peplau & Perlman, 1982; Qualter et al., 2015; Stein & Tuval-Mashiach, 2015)에서 정의한 외로움의 구성개념을 토대로, 참여자가 보고한 내용이 외로움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논의하였다.

    자료 분석 절차

    연구자들은 이론적 민감성을 기르기 위해 약 8개월 동안 외로움 관련 서적, 논문, 자료 등을 숙독하였다. 자료 수집 후 분석팀에서는 각자 전사된 자료 전체를 읽고 의미를 파악하여 유사한 내용들로 분류하여 영역화하고, 이를 다시 의미단위로 분석하여 핵심개념을 추출하고 범주화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진행하였다. 이후 연구자들은 약 5개월 동안 80시간 가까이 만나 일치하고 불일치하는 부분들을 확인하였다. 예를 들어, ‘내집단에 속하지 못함’과 집단에 속해 있지만 집단 내에서 ‘오해로 인한 거리감’이 동일 범주로 합쳐져야 하는지, ‘쇠잔해가는 쓸쓸함’ 범주가 ‘관계에서의 외로움’과 ‘실존적 외로움’ 영역 중 어떤 영역에 포함시킬 것인지 등에 대해 연구자 전원이 만장일치에 도달할 때까지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분석자 간에 이견이 있을 때에는 전사된 원자료를 반복해서 읽고 다시 논의하였으며, 관련 문헌들을 참고하거나, 감수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재합의하였다.

    영역 및 범주명을 합의한 후에는 빈도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때, 참여자들의 반응이 한 개 이상의 범주에 포함될 경우에는 이를 구분하여 코딩하였으나, 한 개 이상의 문장으로 응답한 내용이 있어도 그것이 하나의 범주 내에 속할 경우에는 한 개로 코딩하였다.

    자료 분석한 내용에 대해 CQR 등 질적 연구방법을 활용하여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상담전공 교수 2인으로부터 전문가 평정을 받았다. 감수자는 핵심개념이 적절한 범주 및 영역에 속해있는지, 범주명이 핵심개념의 본질을 반영하는지 등을 검토하였고, 연구자들은 감수 결과에 대해 다시 논의하고 수정하였다. 예를 들어, 한 감수자로부터 ‘무언가를 공유할 대상이 없음’과 ‘마음을 표현하지 못함’의 범주 간 차이가 명확하지 않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에 연구자들이 원자료를 재검토하며 논의하였고, 그 결과 상대와 무언가를 ‘나누고’ 싶지만 그것이 충족되지 못할 때 경험하는 외로움과 상대를 배려하느라 혹은 내가 약해 보일까 봐 염려되어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해 유발되는 외로움은 결국 중요한 것을 공유하지 못하는 외로움으로 통합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범주명을 ‘중요한 것을 공유할 수 없어 씁쓸함’으로 수정하였고, ‘기댈 수 없어 막막함’과 함께 묶이는 상위범주명을 ‘함께 나누지 못함’으로 수정하였다.

    결 과

    38명의 참여자들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합의적 질적 연구방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참여자들은 주로 자신이 사회・정서적 관계가 결핍되어 있다고 느낄 때 외로움을 경험하는 한편 관계를 맺고 있을 때 관계 내에서도 외로움을 경험하며, 때때로 불확실한 존재로서 외로움을 겪는다고 보고하였다. 연구자들은 이를 총 3개 영역(‘관계 부재로 인한 외로움’, ‘관계에서의 외로움’, ‘실존적 외로움’), 9개의 상위범주, 24개의 하위범주로 분류하였다. Spangler 등(2012)의 제언에 따라, 각 범주가 전체 사례를 대표하는 정도를 나타내기 위해 빈도와 비율을 함께 제시하였다. 한편, 연구결과를 제시함에 있어서 표 1과 같이 범주(상위범주와 하위범주)만 보고한 경우도 있고, 표 2와 같이 범주와 함께 개념을 포함시킨 경우가 있다. CQR의 분석 결과는 단일 범주로 존재할 수도 있고 여러 개의 하위범주로 세분화될 수도 있으며, 동일 연구 내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수준을 달리하여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를 구성할 수 있다(Hill et al., 2005; Knox, Hess, Petersen, & Hill, 1997; Knox, Hess, Williams, & Hill, 2003).

       1영역: 관계 부재로 인한 외로움

    참여자들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고 느낄 때, 그 물리적 결핍으로 인해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를 ‘관계 부재로 인한 외로움’으로 구분하였고, 2개의 상위범주와 3개의 하위범주를 도출하였다. 물리적으로 자신의 곁에 누군가 존재하지 않는 데에서 기인하는 외로움은 대학생과 직장인 집단이 전업주부 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비율로 경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1에 자료 분석 결과를 제시하였고, 범주별 내용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관계 부재로 인한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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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 부재로 인한 외로움

    빈자리의 외로움

    참여자들은 자신의 마음과 생각 혹은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대상이 물리적으로 부재한다고 느낄 때 외로움을 경험하였다. 자신과 친밀하게 함께해 줄 대상이 부재할 때 그 빈자리로 인해 경험하는 외로움을 연구자들은 ‘빈자리의 외로움’으로 명명하였다. 참여자들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고 홀로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될 때 외로움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고 보고하였다(n = 17). ‘오가는 사람 없이 홀로 있어 적막’하고 외로운 마음은 직장인과 대학생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경험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업주부 집단에서는 보고되지 않았다. 한 참여자는 비대면 만남과 소통에 익숙한 MZ 세대들과 달리 자신은 ‘내 옆에 사람이 존재하는지’ 유무가 외로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였다.

    “주로 혼자 하는 것들이 익숙해지는거죠. 밥도 혼자 먹으러 다니고, 누군가와 대화를 하지 않고 여가 생활도 혼자하고. 이런 것을 너무 익숙하게 하다가 어느 날 이런 생활에 내가 익숙하구나 이게 일상이 되었구나 하고 알게 되었을 때 (외로움을 느껴요.)” (오가는 사람 없이 홀로 있어 적막함, 직장인 참여자 11)

    “새벽에 자취방에 혼자 있는데, 말할 사람도 한 명 없고 휴대폰을 보면서 누구랑 말할 사람 없나, 내 마음을 터놓고 말할 사람이 없나 찾아보게 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말할 사람이 없고. 그래서 다시 휴대폰을 덮고 아 외롭다... 하면서 다시 휴대폰을 보게 되거든요. 이걸 반복하다 보면 아, 지금 내가 진짜 많이 외롭구나 싶더라구요.” (오가는 사람 없이 홀로 있어 적막함, 대학생 참여자 10)

    (든자리 후) ‘난자리’의 외로움

    참여자들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관계로 채워졌던 자리에 혼자 남겨졌을 때 공허함과 쓸쓸함을 느낀다고 보고했고, 연구자들을 이를 ‘난자리’의 외로움으로 분류하였다. 첫째, 참여자들은 사별이나 이혼, 이별 등으로 인해 친밀했던 관계를 상실하여 더 이상 그 관계가 지속되지 않을 때 외로움을 느낀다고 보고하였다(친밀한 관계를 잃어 허전함, n = 16). 이는 모든 집단에서 고르게 나타났으며, 노년층 참여자에게서 가장 많이 보고되었다.

    “(남편이) 치매가 와서 갑자기 떠났어요, 2년 전에. 우리가 나이도 있고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얘기도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그게 준비가 되었던 게 아니었나봐요. 우리 남편은 건강해서 한강도 나가면 한 시간씩 걷고 그랬어, 또래 친구들 보다도 훨씬 젊어 보였어, 열 살은 어려보인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나는 내가 먼저 갈 줄 알았지, 그렇게 총명하던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치매가 올 줄은 몰랐는데... 근데 그걸 적응할 새도 없이 그냥 바로 떠나 버렸어요. ...(중략)... (사람이 죽는다는 건) 당연한 건데도 그때 많이 좀. (외로웠어요).” (친밀한 관계를 잃어 허전함, 노년층 참여자 16)

    “친구들도 나이가 드니까 건강문제도 있고, 만나면 여러 가지 비용이나 그런게 들어가니까 가능하면 안 만나려고 하고 카톡으로 문자나 보내고 안부 정도 묻고 그러는데 그나마 그런 사람도 점점 줄어들게 되죠.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에는 전화번호에 한 1000명 정도가 있는데 (중략) 이제는 가끔이라도 전화나 카톡하는 사람들 추려보면 한 50명 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그냥 한번 스쳐 지나간 사람 정도로 남게 돼요. 그 숫자도 점점 줄고 나중에는 아주 가까운 친척들하고 친구도 서너 명만 남을 정도로 자꾸자꾸 (가까운 사람들이) 즐어 들어가는 그런 거죠 이게.” (친밀한 관계를 잃어 허전함, 노년층 참여자 26)

    둘째, 참여자들은 가족이나 지인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진 후 헤어져 혼자가 되었을 때, 그 풍요로움과 대비되는 외로움이 급격하게 밀려온다고 보고하였고(n = 12), 연구자들은 이를 ‘만남 후 공허하고 쓸쓸함’으로 분류하였다. 참여자들은 모임이나 만남을 통해 서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으로 즐거움을 경험하지만, 사람들이 썰물처럼 자신의 공간에서 빠져나가면 혼자 있던 것보다 더 강렬한 외로움을 느낀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대학생과 직장인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보고되었으며, 전업 주부 및 노년층 참여자 집단에서는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밖에서 사람들을 즐겁게 만나고 집에 들어오면 공허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때 혼자라는 생각이 갑자기 확 오더라구요. 유독 사람들과 만나고 온 직후 (외로움이) 많이 밀려오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이 갑자기 뚝 끊겼을 때 그래서 갑자기 혼자가 되었을 때 외로움을 자주 느껴요.” (만남 후 공허하고 쓸쓸함, 대학생 참여자 23)

    “예전에 봄여름가을겨울의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노래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만나서 시끌벅적한 데에서 웃고 떠들고 같이 놀다가 인사하고 헤어져 혼자 돌아갈 때 외로움이 더 크게 밀려오잖아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중략)... 사람들이 우리 집에 놀러올 때도 있는데, (사람들이) 공간을 점유하는 그게 외로움을 많이 완화시켜주는, 그때는 좀 공간이라는 게 마음과도 연결이 되어서 그 공간 안에 누가 들어와서 채워져 있어 마음도 좀 안정이 되고 그러는데 그 사람들이 다시 돌아가면 그땐 정말 외로워져요.” (만남 후 공허하고 쓸쓸함, 직장인 참여자 36)

       2영역: 관계에서의 외로움

    참여자들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에도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보고했는데, 연구자들은 이를 ‘관계에서의 외로움’으로 분류하였다. 이 영역 안에는 다양한 욕구 미충족으로 인해 경험하는 외로움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연구자들은 이를 ‘가까운 관계에서의 외로움’, ‘집단에서의 외로움’, ‘비교로 인한 외로움’ 등 2개의 상위범주와 14개의 하위범주로 분류하였다. 표 3에 관계에서의 외로움을 제시하였고, 구체적인 범주별 내용은 다음과 같다.

    [표 2.] 관계에서의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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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에서의 외로움

    가까운 관계에서의 외로움

    참여자들은 가족이나 연인 또는 친구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을 때에도, 그 관계 내에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거나 좌절될 때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보고하였는데, 연구자들은 이를 ‘가까운 관계에서의 외로움’으로 명명하였다. 이 상위범주는 ‘함께 나누지 못함’, ‘연결되지 못함’, ‘타인과 융합되면서 자신의 일부를 잃음’, ‘기대가 좌절됨’, ‘충돌로 인해 틈새를 경험함’ 등 5개의 하위범주를 포함하고 있다.

    우선, 참여자들은 의논하고 싶은 일이 생기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 그것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거나 오롯이 혼자 대처하고 극복해야 한다고 느낄 때 외로워진다고 보고하였고(n = 30), 연구자들은 이를 ‘함께 나누지 못함’으로 분류하였다. 마치 이 세상에 홀로 남아있다고 느낀다는 점에서 ‘빈자리의 외로움’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물리적으로 고립되거나 혼자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관계를 맺고 있지만 자신과 동행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공유하지 못하고 홀로 짐을 짊어지거나 혼자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느껴질 때 겪는 기댈 곳 없는 외로움은 전업주부와 직장인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났고, 대학생과 노인 참여자들에게서는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저한테는 그 일이 결정적으로 힘들었거든요. 많이 위축된 상태였구요. 그래서 남편이 좀 도와주고 의지가 되어주었으면 했어요. 그런데 남편은 자기 일이 힘드니까 집에 오면 쉬고만 싶어 하는거죠. 남편도 그때 이직했을 때여서 많이 힘들고 바빴던 건 아는데, 그래도 뭘 상의를 할 수가 없고 그냥 각자 살았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차라리 결혼을 안 한 싱글 같으면 당연할 수 있는데, 저는 남편이 있는데 혼자 다 감당해야 하는 거니까 그럴 때 좀 막막하고 서럽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결국 각자 사는거구나 외롭다...” (기댈 수 없어 막막함, 전업주부 참여자 37)

    “항상 좋은 얘기 재미있는 얘기만 하고 웃어주고 그랬는데 내가 외롭거나 우울한 이런 마음을 털어놓으면 친구들이 깜짝 놀랄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마음을 말하지 못하는 것이 외롭고 힘들긴 하지만, 솔직히 누가 좋아하겠어요? 이런 힘든 얘기를 하면 뭔가 해줘야 할 것 같고 부담을 주는 것이니까. (중략) 그러다보니 점점 속깊게 터놓고 지내는 일이 없어져가고 그런게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착잡하죠.” (중요한 것을 공유할 수 없어 씁쓸함, 직장인 참여자 21)

    둘째, 참여자들은 관계 안에서 심리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계감(connectedness)을 느끼지 못할 때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n = 27), 연구자들은 이를 ‘연결되지 못함’으로 분류하였다. 참여자들은 친밀하고 가까워야 할 관계에서 오히려 소원함을 경험하거나 충만함을 나눠야할 대상으로부터 애정과 공감, 또는 존중을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깊은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보고했다. ‘함께 나누지 못함’이 혼자서 삶의 주제들을 해결해가야 한다는 막막함을 내포한다면, ‘연결되지 못함’은 특정 대상으로부터 애정과 존중, 공감과 인정을 받고 싶은 관계적 욕구의 좌절감을 나타낸다. 연결되지 못한 외로움은 모든 집단에서 고르게 보고되었으나 대학생 집단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보고되었다. 구체적으로, 친밀해야 할 관계에서 소원하여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전업주부와 노년층 참여자들이 주로 언급하였고, 직장인 참여자들은 주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 때 외롭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이 옆에 있지만 우린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혼자라고 느껴지는 거죠. 원래 항상 내 편이고 가장 가까워야 하는 사이인데 사실은 제일 먼 사이인 것 같달까. 둘 사이에 같이 공감하고 함께한다고 느낄만한 대화를 하고 싶은데, 같이 앉아 있으면 각자 계속 휴대폰만 보는 거예요. ...(중략)... 정보 공유만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아이가 일주일 뒤에 생일이야, 생일 선물로 뭐 갖고 싶대. 이런 아이들 정보에 관련된 것만 나누고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대화 이런 거는 전무하다는 걸 느꼈을 때. (외로워요.)” (친밀해야 할 관계에서 소원함, 전업주부 참여자 37)

    또한, 참여자들은 누군가 자신을 완전하게 알아주기를 기대하진 않지만, 가까운 관계에서 상대가 따뜻한 애정이 깃든 관심과 공감, 존중해주는 태도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속상하고 처량해지곤 한다고 보고하였다. ‘애정·공감·존중을 받지 못해 속상함’은 ‘연결되지 못함’ 범주에서 가장 많이 보고되었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가족들에게 내 마음을 구원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내 마음에 공감을 받는 응답이 온다면 훨씬 긍정적으로 마음이 금방 가라앉을 수도 있을 텐데, 자녀들도 다들 바쁘니 내가 무슨 마음인지 이해도 못하고 그냥 나를 내버려 두니까 혼자 메시지를 보내다가 마는 거죠. 물론 많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살고 사실 가족이라도 다 모르니까. 같이 살아도 한쪽에서 울고 불고 있어도 저쪽 방에서는 휴대폰 보고 재미있게 있을 수도 있는 건데 그런 거를 다 이해하니까 더 외로운 것 같아요. (중략) 그런 게 인생이고 이걸 죽을 때까지 안고 가는 거구나 생각하니까.” (애정・공감・존중을 받지 못해 속상함, 노년층 참여자 1)

    “아이가 고등학생이라 요즘 사춘기를 좀 많이 겪어가지고. 아이가 한 명이다 보니 아이에게 제가 집중을 정말 많이 했었어요. 저는 거의 손발이 되어줬던 것 같아요. (중략) 그런데 아이가 이제 엄마는 참견하지 말라고 문 쾅 닫고 들어가 버리고 이러는게 저를 멀리하려고 하는 것 같고 저한테는 그런게 너무 허무하고 상처가 되는 거예요. 아이가 저를 좋아하는 것도 알고 사춘기니까 그럴 때라는 것도 아는데, 그래도 너무 제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고, 그동안 제가 해 온 것들이 하나도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도 들고....”(애정・공감・존중을 받지 못해 속상함, 전업주부 참여자 29)

    한편, 일부 참여자들은 깊이 사랑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느낄 때 서로가 하나가 될 수 없다는 분리감과 거리감으로 인해 급격한 외로움을 경험하게 된다고 보고하였다. 가까운 존재가 되고 싶어도 결국은 ‘나는 네가 될 수 없고 너는 내가 될 수 없는’ 간격과 경계를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외로움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의 아픔이라든가 나하고 어떤 식으로든 가까운 관계를 맺은 사람의 마음의 허전함 같은 것들을 내가 캐치하지 못하고 너무 무심했다는, 내가 가장 잘 알아야 하는 가장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 내가 다른 사람을 외롭게 만든 만큼 나도 외로워지고, 그 사람의 외로움까지 나한테 전이가 되어서 내가 더 외로워지는 것 같아요.” (하나일 수 없는 분리감을 느낌, 직장인 참여자 36)

    셋째, 다수의 참여자들은 서로가 적절한 경계 없이 정서적으로 밀착되어 있는 경우 상대의 가치나 소망을 추구하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공허함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를 ‘타인과 융합되면서 자신의 일부를 잃음’으로 분류하였다(n = 25). 참여자들은 강렬하게 밀착되어 있던 관계가 점차 느슨해져 가면서 자신이 아닌 상대를 위해 살아온 인생을 바라볼 때 자신을 위한 목소리가 사라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텅 빈 마음을 갖게 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는 주로 전업주부들에게서 보고되었다.

    “나도 아직 젊었고 나 자신의 삶도 있고 나를 위한 어떤 활동을 할 수도 있는 건데 그런 거 없이 아이들과 남편에 너무 몰입해서 오로지 그들을 위해 살았으니까.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그들이 잘 살게 해주는 것이 내 삶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았는데. (중략) 나는 여기서 멈춰서서 아이들을 보고 있는데 얘네는 쑥쑥 커서 이제는 저쪽으로 가야하는 거잖아요. 그런 걸 보면 불만이 생겨서, 후회가 되어서 외로운 게 아니라 그냥 나는 여태 뭘 했지? 뭘 위해 산 거지? 하면서 공허한 것? 나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외로워지는 것 같아요.” (자신을 위하는 목소리가 없어 공허함, 전업주부 참여자 4)

    또한, 참여자들은 융합된 상대방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거나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억눌러 왔음을 알아차렸을 때 외로움을 경험하였다. 일부 참여자들은 정서적으로 과밀착 되어 있는 상태에서 상대를 실망시키는 것이 두려워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하거나 자율적인 선택을 하지 못할 때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이 그런 근무를 하다 보니까 저는 늘 남편의 스케줄에 따라서 제 외출이 정해졌어요. 사전에 언제 남편이 쉬는 날이니까 이때는 못 만나고. 나중엔 아이들 육아하고 맞물리다 보니까 나는 가족들 스케줄 때문에 외출도 못해. 이런 식으로 가족 중심으로 생활을 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고 적응이 되어가지고 나중에는 그냥 생각이고 감정이고 다 가족 중심으로 흘러가는 거에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도 몰랐어요 그땐. 가족들이 좋아하는 것만 생각했지. 남편 직장가고 애들 학교가고 집에 혼자 있으면 그땐 내 시간 가지면 되는데 그때도 내가 나로 생각하고 느끼고 그러고 있지를 못하는 게 당연한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요...(중략) 그땐 잘 몰랐지만... 내 안에 내가 없어진 것 같다고 할까.” (자신의 목소리가 사라지거나 가로막힘, 전업주부 참여자 33)

    “사실 전 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가족들에게는 내 일거수일투족을 다 말해야 하고, 계속 붙어있어야 할 것 같고. (중략) 신앙까지도 사실은 믿는 것도 제 의지로 하는 게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면서...어느 순간 내가 자유가 없다고 느낀다는 걸 깨달았어요.” (자신의 목소리가 사라지거나 가로막힘, 대학생 참여자 3)

    넷째, 참여자들은 상대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보고했는데(n = 14), 연구자들은 이를 ‘기대가 좌절됨’으로 분류하였다. 즉, 참여자들은 상대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었을 신뢰감이 손상되고 마음의 벽이 생겼으며, 결국 상대에 대한 기대를 버리게 되면서 서운하고 쓸쓸한 외로움을 경험했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모든 참여자 집단에서 고르게 보고되었다.

    “막내 동생에게 (중략) 도움을 받았어요. 나도 그냥 있으려고 한건 아니었는데 동생이 하루는 와서 형님, 그거 그냥 빌려주는 건 안된다고 하대요, 하면서 어떤 보상을 바라는데 다 줘버렸잖아. 형제고 뭐고 우리가 어릴 때 니 것 내 것 없이 콩 하나도 나눠먹고 컸는데, 진짜 나는 살도 떼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진한 피룰 나눈 형제지간인데도 각자 살림하고 사니까 마음에 벽이 하나 생기면서 아 외롭더라구요. (중략) 혼자 사는 거라면 무슨 외로움이나 고독 그런 문제가 있겠어요. 다 사람과 사람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생기는거지. 그래도 나는 가족들에게는 퍼주고 동생들도 그럴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관계에서 기대가 좌절되면서 마음의 벽이 생김, 노년층 참여자 24)

    “이제는 실제로 마음의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표현의 방식이나 속도가 다른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아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하지만, 예전에는 정말 많이 했어서 그래서 관계에서 정말 외로워졌었어요. 내가 이렇게 행동하고 이렇게 해줬는데 하면 어떤 기대가 생기잖아요. 나는 이런 정도로 마음을 쏟는데, 이 사람은 전혀 내가 이렇게 마음을 쏟는 것과는 갭이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외로워지곤 했는데.” (관계에서 기대가 좌절되면서 마음의 벽이 생김, 직장인 참여자 36)

    다섯째, 참여자들은 가까운 이들로부터 상처를 받거나 그들과 의견 차이로 인해 갈등을 겪을 때, 부딪힘으로 인한 거리감과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보고하였고(n = 8), 연구자들은 이를 ‘충돌로 인해 틈새를 경험함’으로 명명하였다. 가까운 관계에서는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때로는 모질게 느껴지거나 서운한 말 한 마디, 내 편이 아닌 것 같은 태도 등으로 인해 거리감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외로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돌로 인해 틈새를 경험함’은 전업주부, 직장인, 노년층 참여자 집단에서 고르게 보고되었으나, 대학생 집단에서는 보고되지 않았다.

    “애들이 큰 다음에 여행을 같이 다니면 자식이라도 몇 날 며칠을 같이 생활하는 게 쉽지 않고, 세대 차이가 있고 각자 불만이 생기더라구요. 좋으려고 가는건데 다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더라구요 여행 가서. 의견 차이도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서운한 자녀의 말 한마디. 여느 때 같으면 그냥 지나칠 말일 수도 있는데 나이를 들다보니 그런지 굉장히 곱씹어 보면서 서운해지더라구요. 서운해지다보면 우울감이 좀 생기면서 외로워지는거죠 결국은.” (관계 내 갈등으로 서운함, 전업주부 참여자 31)

    “그러면 따지고 든다면서 (상사가 저한테) 엄청 뭐라고 해요. 계속 뭐라고 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것도 꼬투리잡고. 이제 보니 이거는 그냥 나를 싫어하는거다, 저를 챙겨줄 생각이 전혀 없는 거죠. 그렇게 느껴지는데 섭섭하죠. 말도 하기 싫어서 혼자 나가서 밥 먹고 오고 (중략) 집에 와서 혼자일 때도 외롭지만 회사에서 (믿었던 상사와) 이렇게 멀어지는 느낌이 들면 더 외로운 것 같아요.” (관계 내 갈등으로 서운함, 직장인 참여자 30)

    집단에서의 외로움

    참여자들은 친밀한 소수 몇 사람과의 관계에서뿐 아니라 집단 및 다자 관계에서도 충분한 유대감을 느끼지 못할 경우 외로움을 경험했는데, 연구자들은 이를 ‘집단에서의 외로움’으로 명명하였다. 이 범주는 내 편이 되어주길 원하는 집단 내에서 외로움을 경험하는 ‘내(內)집단에 속하지 못함’과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집단 외부(外)를 ‘정처 없이 부유함’ 2개의 하위범주로 구성된다. ‘내집단에 속하지 못함’은 다시 ‘이방인처럼 겉돎’과 ‘오해로 인해 거리감을 느낌’ 등 집단 내에서 경험하는 쓸쓸함으로 세분된다.

    먼저, ‘이방인처럼 겉돎’은 자신이 활동하거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내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동지감(同志感)을 느끼지 못할 때, 마치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끼게 되는 외로움을 의미한다(n = 27). 이는 대학생, 전업주부, 노년층 참여자 집단에서 고르게 보고되었고, 직장인 참여자 집단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저는 알바하느라 너무 바쁘니까 TV나 웹툰 이런 걸 잘 볼 수가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친구들이 드라마나 이런 얘기를 해도 제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제가 조금 동떨어진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나만 따로 있는 것처럼.” (이방인처럼 겉돎, 대학생 참여자 5)

    “엄마들이 여럿이 모여서 모임 같은 거를 하는데, 거기서 나만 혼자 딴 나라 사람 같을 때. 저 사람들이 얘기하는 건 나랑 너무 안 맞는,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할 때, 아, 내가 여기 왜 껴있는 걸까, 내가 여기 껴있는 게 맞는 걸까 그럴 때 진짜 외로움이...” (이방인처럼 겉돎, 전업주부 참여자 17)

    “젊은 친구들하고 일을 하다 보면 제가 젊었을 때와 지금 나이 먹고 느끼는 것과는 엄청 다르거든요. (중략) 저녁에 술을 마시거나 아니면 직원들끼리 회식을 한다거나 이런 부분으로 서로 (소통하며 갈등을) 해소하려고 많이 노력을 해왔는데, 그걸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더라구요. 우리 때처럼 술을 강요해서 먹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그리고 그런 걸 안마신다 그러면 아예 그런 자리에 안 오려고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뒷방 생활을 하는 것 같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방인처럼 겉돎, 노년층 참여자 35)

    또한, 모임이나 집단에 속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집단 내에서 오해를 받아 이해의 통로가 차단되었다고 느낄 때 참여자들은 외롭다고 보고하였다(n = 3).

    “사실 저는 우리가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저를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 나를 여태 그런 사람으로 보고 있었구나 싶으니까 변명을 하는 것도 구차하게 느껴졌어요. 그냥 우리 사이가 그만큼인 거구나 싶고 감정이 다운되면서...(외로웠어요)” (오해를 받아 거리감을 느낌, 직장인 참여자 2)

    한편, 참여자들은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 외로움을 느낀다고 보고하였다(n = 8). 이렇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외로움은 대학생 참여자 집단에서 가장 빈번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가 학교를 벗어나면 이제 소속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제 나는 어디에 소속되지? 이제 어떤 일을 하면서 어디에 소속되어 살아가야하지? 그런 불안이 있었는데 코로나를 통해서 제가 계획했던, 제가 소속되려고 했던 일들이 다 무너지고 하면서 지금 사람들이 고용을 꺼리고 있는 사람도 다 짤리는 마당에 내가 과연 어디에 소속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커지면서... 소외감도 더 느끼게 되고 측은하고 그런 외로운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소외감, 대학생 참여자 3)

    “예전 같으면 다른 동아리에 들어가서 사람들을 만나거나 하는 여건들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라는 상황적인 여건도 그렇고. 하다못해 팀플로 엮이는 것도 이젠 없고. 주위 친구들끼리는 상대적으로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을텐데 저는 그런 게 없으니까 더 고립되는 느낌이 많이 들다보니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이제는 차라리 그냥 학원이라도 등록할까 그런 생각도 했어요. 그 안에 빨리 편입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환경이 될 수 있는 거니까.”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소외감, 대학생 참여자 14)

    비교로 인한 외로움

    연구 참여자들은 타인의 삶이나 사회적 준거와 비교하여 자신의 삶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인식할 때, ‘홀로 뒤떨어져 있는’ ‘작고 힘없는 존재’처럼 자신을 느끼며 ‘비교로 인한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보고하였다(n = 25). 구체적으로, 참여자들은 더 행복하거나 앞서나가는 듯한 타인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그렇지못한 듯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불안을 느끼게 되는데, 그럴수록 자신의 삶이 ‘더 나은 (타인의) 삶’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어 더 깊은 외로움을 경험하게 된다고 보고하였다. ‘타인보다 뒤처져 불안함’은 대학생과 직장인 참여자 집단에서 특히 많이 보고되었다.

    “외로움이 어떻게 보면 SNS 같은 것들 통해서 남들과의 비교해서 시작된 걸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인스타그램이나 이런 걸 보게 되면 나는 지금 이렇게 사람도 안 만나고 맨날 같은 동선으로 반복하며 그저 그렇게 살고 있는데, 누구는 어디 놀러 갔다 오고 사람들과 좋은 호텔가서 좋은 거 먹고 행복해하는 이런 걸 보면서...(중략) 그러다가 나도 사람을 더 만나야 하나? 뭔가를 더 해야하나? 막 불안해져요.” (타인보다 뒤처져 불안함, 대학생 참여자 6)

    “회사에서 똑같은 레벨로 시작했는데, 동기가 앞서나가고 나는 뒤처질 때 그럴 때 외롭죠. 혼자만 남아 있는 것 같고. 똑같은 숙제를 내줬는데 누군가는 그 숙제를 엄청 잘 하고 있는데, 나 혼자서만 그걸 잘 못하고 있을 때. (중략) 사람들은 목적을 갖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나만 혼자서 가만히 대기 중인 느낌?” (타인보다 뒤처져 불안함, 직장인 참여자 9)

    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은 관계, 역할, 사회적 지위, 경제적 수준 등 자신의 현재 상황이 평균적인 혹은 이상적인 사회적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이 사회에서 자신이 홀로 뒤떨어져 있는 듯한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이제 나이가 찼는데 제가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 약간 상투적인 말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꾼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이 있고. (중략)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드러날 것 같거든요. 그게 안쓰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중략) 사회적인 기준이나 상황적인 여건 이런 것들이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학습을 받고 자라왔는데 사실은 그게 그렇지 않았던 거죠.” (사회적 준거에 미치지 못해 자신이 안쓰러움, 대학생 참여자 14)

       3영역: 실존적 외로움

    참여자들은 직간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대상(개인, 집단)과의 관계에서 외로움을 경험할 뿐 아니라, 사회적 의무, 삶과 죽음, 신체적 쇠퇴, 불확실성 등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으로부터도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를 ‘실존적 외로움’으로 명명하였고, 이는 다시 ‘자기소외적 외로움’, ‘쇠잔해가는 쓸쓸함’, ‘단독자로서의 외로움’, ‘되돌릴 수 없는 것에 대한 헛헛함’ 등 4개의 상위범주로 분류하였다. 표 3에 실존적 외로움을 제시하였고, 범주별 내용은 아래와 같다.

    [표 3.] 실존적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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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존적 외로움

    자기소외적 외로움

    참여자들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의무와 역할을 수행해 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거나 분주함으로 인해 소중한 관계와 가치 등과 같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쳤음을 인식하게 될 때, 공허함과 자신에 대한 이질감 등이 몰려온다고 보고하였다(n = 9). 연구자들은 이를 ‘자기소외적 외로움’으로 정의하였는데, 모든 집단에서 유사하게 보고되었다.

    “직장 때문에 해외에 오래 살았어요. (중략). 그리고 들어와서도 출장도 잦고 새벽에 나가고 늦게 들어오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죠. 나야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까 그땐 잘 몰랐는데, 어느 순간 애들하고 정도 덜 들고 서먹하기까지 하더라구요. 그럴 때 내가 그동안 뭐하고 살았나 나도 나름대로 힘들게 살았는데 지금 왜 이렇게 됐나 싶은 생각이 들죠.” (중요한 것을 놓친 상실감, 노년층 참여자 32)

    “이게 내 삶의 과부하가 되었어요. (중략) 00에 쏟아부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많아지면서 나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지고 내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지면서 내가 일하는 기계처럼 느껴지고 하루 주어진 과업을 다 끝내고나서야 허전해지는 그런 마음이 있죠. (중략) 바쁘게 지내야 하니까 내가 필요한 이 생활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 순간에 또 잊어버리고 살 수밖에 없고 (중략) 바쁜 것 때문에 내가 놓치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때 외로워지는 거죠.” (중요한 것을 놓친 상실감, 직장인 참여자 36)

    쇠잔해가는 쓸쓸함

    참여자들은 충실하게 수행해왔던 사회적 역할이 점차 축소되고 영향력이 쇠잔해 가면서 쓸쓸함을 경험한다고 보고하였다(n = 7). 이는 사회적 쓸모를 다한 듯한 하행길에서의 허망함과 나이가 들었다는 것만으로 사회적 기대를 받지 못하고, 가치에 대한 비중이 사라져 가벼워지는 것만 같은 쓸쓸함과 무력감으로 구분되었다. 이는 노년층 참여자 집단에서만 보고되었다.

    “서울시에서 하는 50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것도 65세까지만 지원이 가능해요. 아무데도 쓸데가 없어, 이제 나는 쓸모가 없구나. 아무 것도 사회적으로 이제 할 수 있는 일이 없구나 다 산 목숨이니 이렇게 죽는건가 허망하고.” (쓸모를 다했다는 허망함, 노년층 참여자 24)

    “내가 사실 유럽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고 실제로 그 안에서 내가 제일 잘 아는데 사람들이 나한테 안 물어보고 젊은 00에게 가서 물어봐요. 내가 카운터에 가까이 서 있으면 얼른 와서 자기가 하겠다고 한다거나 나조차도 간단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아예 못하게 될 때도 있어요. (중략) 잉여인간 이런 느낌을 받고. 지금 3-40대가 할 수 있는 것도 나도 아직 다 하고 어떻게 보면 더 잘 하고 오래 살았으니까 숙련되게 할 수 있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가치를 부여받지 못하는 거죠. 이제는 이 사회에서는 이미 내가 필요치 않은 인간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 때 먼지처럼 가벼워지는 느낌이 드는 거죠.” (과소평가되어 무력함, 노년층 참여자 1)

    단독자로서의 외로움

    결국에는 불확실하고 불안한 삶의 순간들을 홀로 마주해야 한다는 냉엄한 진리를 깨달을 때 참여자들에게는 ‘단독자로서의 외로움’이 엄습해온다고 보고하였다(n = 16). 이는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자각’, ‘홀로 죽음에 맞닥뜨림’, ‘삶의 불확실성 앞에 놓임’ 등 세 개의 하위범주로 구분되었으며, 실존적 외로움 영역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보고되었다. 먼저, 참여자들은 다양한 삶의 위기나 갈등 앞에서 궁극적으로 혼자일 수밖에 없다고 자각할 때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설명하였다. 혼자라는 외로움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을 받아들이게 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홀로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젊었을 땐 가족이 있으니까 괜찮다, 나에게 가까운 네가 있으니까 괜찮다 그렇게 위안을 받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할 수 있으므로 외롭지 않으려고 했다면, 지금은 누가 있건 없건 우리 모두가 외롭고 어쩔 수 없이 각자의 외로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내게 가까운 그 사람도 내가 있어도 외롭고, 나에게 어느 정도는 위로받지만 결국은 스스로 해결하고 있고 우리는 그렇게 각자 살아간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다고 할까요?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나보다 잘났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다 똑같이 외로운 존재고 다들 그러는 것처럼 나도 내가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 맞구나.”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자각, 노년층 참여자 1)

    “... 그렇게 애를 쓰다 보면 아무리 그 사람과 같이 있어도 각자 유리벽 안에 따로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 노력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안아줄 수는 없다는 것, 내 모든 것을 온전히 사랑해줄 순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거죠. 결국 내 인생을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고, 내가 알아서 견뎌내야 한다는 진리를 절절히 느끼는데, 그 때 느끼는 외로움조차도 누가 도와주지 못하는 거니까요.”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자각, 직장인 참여자 26)

    참여자들은 타인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삶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유한함을 문득 깨닫게 될 때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보고하였다. 죽음 앞에서는 타인을 도울 수도 없고,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으며, 삶의 한계를 홀로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홀로 죽음에 맞닥뜨림’은 전업주부 집단에서는 보고되지 않았다.

    “자주 만나던 모임에서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는 사람들이 나오니까 그럴 때 외로워요. 저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는 혼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많이 힘들었어요. 굉장히 광활한 이 곳에서 혼자 살아남은 것 같고,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 나이에도 두려워하는 마음도 있고. 이제는 누구나 죽는 거니까. 나도 살만큼 살았고 내 뒤에 엄청난 미래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남아봐야 몇 년 더 사는 건데 그래 내가 떠날 차례가 되면 또 떠나는 거고 이제는” (홀로 죽음에 맞닥뜨림, 노년층 참여자 32)

    “저희집 00이(강아지 이름)가 무지개 다리 건널 때 저는 꼭 끌어안아 주는 것 밖에 못했어요. (중략) 그때 뼈저리게 느꼈어요. 아, 나도 이렇게 죽겠구나. 아무리 무서워도 이렇게 혼자서 훌쩍 가게 되겠구나. 제가 20대였다면 다르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하루하루 살아갈수록 그것과 비례해서 노화로 가까이 가고 있는 거고 그걸 아무도 막아줄 순 없는 거니까...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거죠. 점점 더 외로워질 것 같아요.” (홀로 죽음에 맞닥뜨림, 직장인 참여자 36)

    또한, 참여자들은 삶의 불확실성 앞에 직면할 때 거대한 삶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약하고 무력한 존재라는 사실을 절감하면서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건 코로나로 인해서 올해 더 강하게 느끼게 된 건데,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바이러스 하나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덧없이 죽잖아요. 진짜 무력하게. 아, 사람의 생명이 바람에 날리는 풀과 같구나 외롭고 우울해지는 거에요. 그러면서 내가 인생을 계획할 수 없다는 걸 더 크게 깨달았어요 올해. 주변에 계획이 안 틀어진 사람을 한 명도 볼 수가 없잖아요. 내 인생이지만 내 인생을 내가 다 메니지할 수 없고, 모든 것이 내 계획대로 흘러간다는 건 나의 자만이었구나. 이 세상에는 정말 확실한 게 없다는 것을 느끼는 거죠. 그러니까 제 생각엔 외로움이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미래의 불확실성으로도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뭔가 그런 요소 요소들이 다 이렇게 외로움으로 있는 것 같아요.” (삶의 불확실성 앞에 놓임, 대학생 참여자 3)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해서 지금까지 제가 계획한 대로 잘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중요한 순간에 내 뜻대로 될 수가 없다는 것이 너무 허망한 거에요. 저는 성격이 딱 딱 확실한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 이렇게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 제 상황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니까... 거기서 좀 외로움이 오는 것 같아요. 제가 더 열심히 한다고 그런 일이 또 안 생긴다고 확신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불안하기도 하고 제가 좀 작아보이는 것 같아요.” (삶의 불확실성 앞에 놓임, 직장인 참여자 25)

    되돌릴 수 없는 것에 대한 헛헛함

    일부 참여자들은 지나온 삶의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공간 및 관계에 대한 깊은 회한과 헛헛함 등을 느낀다고 보고하였다(n = 3). 참여자들은 삶의 순간순간들을 다시 되돌려 회복하거나 복구할 수 없고 완전하게 떠나보내야 하는 애잔함을 표현했는데, 연구자들은 이를 ‘돌이킬 수 없는 세월에 대한 애잔함’으로 명명하였다.

    “사실 우리한테 죽는다는 건 그냥 하늘로 돌아가는 거지 그렇게 슬픈 일이 아니고, 순리지 당연한 수순이잖아요. 믿는 사람들에게는 더 그런 게 있어요. 항상 그렇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떠나고 마음이 허하지 그렇긴 해도 그래도 너무 슬프고 그러진 않았어요. (중략) 매번 떠들썩 하게 애들 부부네랑 예배를 드리러 갔었는데 이제 다시는 같이 기도하고 밥 먹고 할 수가 없는거야. 그 사람이랑 같이 했던 것들이 떠오르면서 이제 다시는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걸 우리가 완벽하게 이별했다는 걸 느끼면서 그 때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이 확 올라오더라고요.” (돌이킬 수 없는 세월에 대한 애잔함, 노년층 참여자 15)

    “계절이 지나갈 때. 특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사계절로 치면 제 나이와 비슷한 느낌이 들고 조금 스산하잖아요. 바람도 불고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도 돌고 좀 쓸쓸한 느낌 나고 단풍이 드는구나 이런 걸 보면서 제 인생을 돌아보는 거죠. 부모님 밑에서 행복했던 어린 시절부터 동네에서 놀던 시절, 학교 다니던 시골길 이런 것들까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들을 회상하고 그리워하고. 그리움이 외로움과 연결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세월에 대한 애잔함, 전업주부 참여자 31)

    논 의

    본 연구에서는 CQR-M 방법을 활용하여 한국인들이 경험하는 외로움을 경험적으로 살펴보았다. 그 결과, 연구 참여자들은 ‘관계에서의 외로움’, ‘관계 부재로 인한 외로움’, ‘실존적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에서는 주요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국인들이 경험하는 외로움의 종류와 그 종류에 담겨있는 특징들을 논하고, 외로움 관련 이론 및 임상 실제에 대한 시사점을 논하고자 한다.

      >  확장된 관계에서 외로움을 경험함

    참여자들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 안에서 갈망하는 것이 충분히 충족되지 못했다고 느낄 때 경험하는 ‘관계에서의 외로움’을 가장 많이 보고했다. 참여자들은 가족이나 애인, 친한 친구 등 긴밀한 관계에서는 정서적 애착과 공감을 기대하였고, 학교와 직장 등의 사회적 관계에서는 소속감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기를 원하였으나 그것이 미충족되었을 때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인들 역시 Weiss(1973)가 분류한 정서적 외로움과 사회적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관계에서의 외로움’은 정서적 외로움과 사회적 외로움이라는 두 유형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Weiss(1973)는 개인이 맺는 정서적, 사회적 관계 유형에 따라 기대하고 충족되는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주장했으나, 한국인에게는 그 경계가 다소 모호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일부 참여자들은 직장 내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사회적 유대감을 넘어 개인적으로 밀착되어 많은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대상을 원하였고, 그러한 대상이 부재할 때 외로움을 경험했다. 반대로, 일부 노년층 참여자들은 막역한 친구와의 만남을 정서적 애착과 친밀감을 나누는 관계를 넘어 사회적 연결망으로 인식하였다. 이는 한국인들이 집단 안에서 학연, 지연, 혈연 등 ‘우리’가 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 정(情)과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로 쉽게 진입하는 경향이 있어(최상진, 김지영, 김기범, 2000; 서영석 등, 2020에서 재인용), 정서적 애착 관계와 사회적 유대관계가 밀접하게 연결되거나 중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추론된다. 한국인에게 ‘나’와 ‘너’를 포함한 ‘우리’는 독립적 자기(自己)들의 만남이 아니라 매우 밀착된 관계를 상징한다(최상진, 이장주, 1999). 같은 맥락에서 한국인들은 사회적 관계에서의 ‘우리’에게도 가까운 접촉(proximity-seeking)과 보살핌(care-giving) 등 돈독한 정서적 친밀감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경향은 집단에서의 외로움(collective loneliness)과도 연결된다. Cacioppo 등(2015)Weiss(1973)의 이원분류에 ‘집단에서의 외로움’을 추가하였는데, 이는 개인이 의미를 부여하거나 활동하고 있는 집단에 포용되지 못하거나 그로부터 분리됨을 느낄 때 경험된다. 서영석 등(2020)은 인연과 인맥을 강조하는 한국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했을 때 한국인들이 집단에서의 외로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였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집단에서의 외로움’(내집단에 속하지 못함, 정처 없이 부유함)은 선행연구의 결과를 경험적으로 확인해준다. 이때, ‘집단’이란 정서적, 사회적 관계를 모두 포함할 수 있으며, 자기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터전을 의미한다. 종합하면, 연구 참여자들은 상대가 정서적 관계인지 사회적 관계인지(관계의 유형), 또는 개인인지 집단인지(관계의 규모)를 중요시하기보다 ‘우리’의 범주로 들어온 대상을 자신의 삶과 가치를 공유하는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그들에게 관계적 욕구를 기대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선행연구에서 한국인들은 정부, 사회, 회사 등의 공적 체계들을 가족의 속성으로 인식하는 가족확장성(Korean family expansionism)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허용희, 박선웅, 허태균, 2017). 그로 인해 한국인들은 기업가-고용인, 대통령-국민 등의 관계를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이해하고자 한다(허용희 등, 2017).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우리’로 묶인 확장적 관계에서 ‘우리’다운 만큼 더욱 강렬한 유대감을 기대하였다. ‘내 편’이 되어 지지받고(‘기댈 수 없어 막막함’), 심리정서적으로 끈끈하게 연결되며(‘연결되지 못함’), 상대와 일치감을 느끼고(‘하나일 수 없는 분리감을 느낌’), 다투어도 빈틈없이 회복되며(‘충돌로 인해 틈새를 경험함’), 강한 소속감과 통합(‘집단에서의 외로움’)을 느끼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이 비록 과도한 기대라는 점을 스스로 인지하더라도 ‘우리’ 범주 내에서는 어쩔 수 없는 기대와 좌절을 반복하며 ‘일인칭 복수형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또한,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비교하며 홀로 뒤처진 채 멈춰있는 듯한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자신의 삶과 관계가 타인의 삶이나 사회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때 경험하는 타인지향적 외로움(other-oriented loneliness)을 한국인의 문화특수적 외로움으로 설명한 서영석 등(2020)의 개념적 연구의 결과를 실제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와 집단’이라는 확장적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적 맥락 속에서 한국인들은 자신의 내면보다는 외부 세계를 더 중요한 참조 기준으로 세울 가능성이 높고, 그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마치 ‘우리’로부터 낙오되는 듯한 분리감과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우리’의 관계 내에서 타인에게 요구하거나 상대방이 충족시켜 주기를 기대하는 욕구 외에도, 자율성(‘융합에서의 외로움’)과 자기 가치감(‘비교로 인한 외로움’)과 같이 자기결정권을 지닌 존재로서 느낄 수 있는 주체성에 대한 갈증이 외로움과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람들은 의미 있는 삶의 영역에서 자신의 심리적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욕구가 좌절될 때에도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관계가 빈약하거나 정서적 친밀감이 부족할 때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가정하는 서구 문헌(Allen, Moore, Kupeminer, & Bell, 1998; Weiss, 1973)에서 보고되지 않은 독특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상대와 과밀착 되었을 때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리게 되며 그로 인해 공허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로가 적절하게 분리되지 못한 채 밀착되어 상대의 가치나 소망에 따라갈 때 발생하는 융합에서의 외로움(fusional loneliness)을 한국인들이 겪을 것으로 추론한 서영석 등(2020)의 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 결국, 한국인들에게 자기 스스로의 힘이나 존재가치에 대한 믿음을 잃는 것은 세상에 홀로 던져진 것 같은 외로움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관계 속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심적 존재로서 주도적 위치를 점하고자 하는 자기 지향적 동기가 강한 주체성 자기(subjective self)가 우세하게 나타난다(한민, 이누미야, 김소혜, 장웨이, 2009). 그로 인해 일인칭 복수형 ‘우리’의 범주 속에 자기(self)가 흔들림 없는 무게 중심으로 자리잡지 못할 때, ‘우리’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만 남은 것 같은 일인칭 단수형 외로움을 경험하게 되며, 복수형 외로움과 단수형 외로움은 손쉽게 전환될 것으로 추론된다.

      >  혼자라는 외로움: 물리적 외로움과 근원적 독존

    다수의 참여자들은 시간을 함께 보내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상 자체가 부재하여 물리적으로 홀로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 ‘관계 부재로 인한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자신의 곁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거나 감정을 공유할 대상이 없을 때 외로움이 유발된다고 보고한 Lopata(1969)의 연구결과와 유사하다. 또한, 타인과의 물리적 접촉이 부족할 때 경험하는 물리적 외로움(Landmann & Rohmann, 2022)이 대한민국 성인남녀에게서도 다수 경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대 관계의 부재와 타인으로부터의 분리가 인간에게 주는 고통은 너무도 강력하며(Bound Alberti, 2018), 이는 한국인들에게도 외로움의 본질로 경험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노인의 물리적 외로움이 시급한 사회 문제로 논의되었지만(Walkner, Weare, & Tully, 2018), 본 연구에서는 노년층 집단보다 대학생 및 직장인 집단이 홀로 있음으로 인한 빈자리의 외로움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 참여자들은 홀로 있다는 사실을 비교적 익숙하고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이지만,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령층은 물리적 접촉의 부재를 더 힘들게 경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전업주부 집단에서는 홀로 있음으로 인한 외로움의 경험을 보고하지 않았다. 가족들을 돌보는 일로 하루가 채워지는 전업주부들에게는 홀로 있는 시간이나 독립적 공간이 오히려 부족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권순범, 2020). 또한, 전업주부들은 직장인에 비해 정서적 지지와 연결감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박영신, 김의철, 2009) 상대적으로 물리적 외로움을 덜 경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빈자리의 외로움과 함께 본 연구에서는 ‘(든자리 후) 난자리의 외로움’이 보고되었다. 이는 사별이나 이혼, 이별 등 친밀했던 관계를 상실하여 더 이상 그 관계가 지속될 수 없을 때 겪는 고통을 의미한다. 상실된 자리부터 삶의 질이 빠르게 하락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숨겨진 죽음’으로도 부르는데, ‘(든자리 후) 난자리의 외로움’은 관계 상실이 정신건강에 강력한 위험요인이 되는지 확인한 선행연구(de Jong Gierveld & Groenou, 2016; Florczak & Lockie, 2019; Fried et al., 2015)들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Weiss(1973)는 관계 상실을 경험하는 경우 정서적, 사회적 외로움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설명하였으나, 정서적, 사회적 외로움은 관계 상실로 인해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외로움에 가깝다. 친밀했던 대상이 물리적으로 사라져 그 사람과 더 이상 만날 수 없고 소중한 존재를 잃었다는 고통 자체는 접촉 위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Landmann과 Rohmann(2022)의 물리적 외로움으로 개념화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흥미로운 점은, 즐거운 만남을 가진 직후 헤어져 혼자가 되었을 때 밀려오는 ‘만남 후 공허하고 쓸쓸함’이 다수의 대학생과 직장인 집단에서 새롭게 보고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만남을 통해 정서적 친밀감과 충만함이 채워지면 덜 외로울 것으로 기대되지만, 참여자들은 오히려 처음부터 혼자 있던 것보다 만남 이후에 더욱 강렬한 외로움을 느낀다고 호소하였다. 자신의 심리적 공간을 상대에게 내어줬는데, 그 대상이 사라지면 빈 공간에 대한 공허함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서적, 사회적으로 연결감을 느끼는 대상이라 하더라도 그와의 물리적 접촉이 사라질 때 겪을 수 밖에 없는 물리적 외로움이 한국인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물리적으로 함께 한다는 사실이 정서적 충족감을 주지만, 그 효용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풍요’의 역설적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편, 물리적 외로움과 함께 본 연구 참여자들은 근원적 독존으로서의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으로 향해가는 유한한 존재로서 인간은 궁극적으로 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직면할 때 밀려오는 외로움이 많은 참여자들로부터 보고된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이는 단순히 의미 있는 관계가 부재하거나 관계에서의 욕구 미충족으로 경험되는 결핍감을 의미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깊은 애정으로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더라도 인간은 각자의 경험에 대해 완벽하게 소통할 수 없고, 지켜야 할 경계와 거리가 있다. 이는 타인과 세상에 대한 근원적 분리감(separation)으로 인해 경험되는 실존적 외로움(Moustakas, 1961)과 일맥상통한다. 그동안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존적 외로움에 대한 실증적인 자료들이 보고된 연구는 많지 않았으며, 본 연구 결과는 외로움의 종류 및 특성에 대한 재구성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실존적 외로움은 실존주의 상담에서 매우 핵심적인 개념으로, 이론적 차원에서는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Moustakas, 1961; Rokach, 1988). 그러나 다소 철학적이고 복잡하며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유현주, 한재희, 2016), 국내에서 한국인들이 실존적 외로움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실증적 자료를 수집하여 탐색한 연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죽음, 질병, 외상, 신체적・정신적 쇠퇴의 경험 등 자신이 홀로 있음을 가장 잘 지각하게 되는 위협적 상황에서 실존적 외로움을 많이 경험하기 때문에(Andersson, 1998; Sand & Strang, 2006), 지금까지 실존적 외로움과 관련된 연구는 주로 죽음을 앞둔 노인과 만성질환 혹은 임종치료를 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Carr & Fang, 2021; Sand & Strang, 2006). 그러나 다양한 생애주기에 있는 참여자들이 실존적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난 본 연구 결과는 실존적 외로움에 대한 관심과 범위가 보다 확장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사회적 역할과 영향력이 쇠잔해져 가는 외로움은 노년층에서 주로 보고되었으나, 죽음에 대한 직면, 혼자일 수밖에 없는 분리감, 삶의 불확실성 앞에 놓인 불안 등은 모든 집단에서 고르게 보고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일상의 분주함으로 인해 정작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을 놓침으로써 자기가 소외되는 외로움도 보고하였다. Rokach (1988)는 자신의 핵심과 정체성으로부터 멀어지는 자기소외(self-immolation)를 외로움의 주요 요소라고 주장하였으나, 외로움 연구의 역사에서 관계 외적 맥락에서의 자기소외를 외로움의 본질로 다루지는 않았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해야 할 일’과 ‘의무’들을 쉼도 없이 수행하다가, 어느날 문득 자신이 삶의 주체나 목적이 아니라 도구나 수단으로 경험되고 있음을 느낄 때 외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치열하게 살아갈수록 자기 자신이 낯설어지고 텅 비어버린 느낌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만의 삶의 가치와 의미를 상실할 때 자아의 존재가 위협받는다고 느끼며 공허함을 경험한다(May, 1996). 이러한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기인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분리되고 소외되는 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할수록 오히려 더 깊은 자기소외적 외로움으로 침잠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돌이킬 수 없는 세월에 대한 애잔함’의 경험은 소수의 참여자에게 보고되었지만 독특한 한국인의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면서 다시는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유구함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애절한 그리움과 헛헛함을 경험하였으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갈 순 없다는 일방향성에 대해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삶을 되돌아갈 수도 없고 삶에서 뒤돌아설 수도 없으며, 인간은 죽음과 소멸, 그리고 진정한 무(nothingness)를 향해 단호하고 묵묵하게 걸어갈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는 실존주의 상담의 존재론과 맥을 같이 한다(Sartre & Richmond, 1956).

      >  복합적 정서 현상으로서의 외로움

    정서는 당면한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개인이 부여하는 의미나 평가를 통해 경험되는 신체적, 감정적, 행동적 반응체계로 정의할 수 있는데(Reeve, 2018), 정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삶의 맥락 속에서 정서의 내용과 과정을 발견하고 이를 체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서신화 등, 2016; 최상진, 한규석, 1998). 본질적으로 외로움은 관계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채 물리적, 심리적으로 홀로 있다고 느낄 때 경험되는 반응체계이지만, 특정 맥락에서 경험하는 외로움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외로움의 세부적 특성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한국인들의 외로움을 정교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참여자들이 언제, 어떠한 맥락에서 어떠한 외로움을 경험하는지, 외로움에는 어떠한 감정과 인지적 특징들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탐색하였다. 그 결과, 외로움은 확장된 관계에서 관계 욕구가 좌절되었다고 느낄 때, 관계에서 자기(self)의 심리적 위치가 확보되지 못했을 때, 물리적으로 혹은 근원적 독존으로서 홀로 있음을 자각할 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외로움은 자기 자신과의 심리적 공간, 타인과의 관계적 공간, 세상과의 사회적 공간, 그리고 삶과의 실존적 공간 안에서 자기 존재감을 명백하게 확인하지 못할 때 경험되는 정서적 반응으로 이해할 수 있다(안수정, 2022).

    구체적으로, 참여자들은 쓸쓸함, 거리감, 분리감, 단절감, 고통, 불확실함, 무력감, 허망함, 헛헛함, 무가치함, 가벼움, 그리움, 애잔함, 공허함 등 다양한 감정으로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외로움은 주로 마음이 텅 비어버린 것과 같은 무(無)의 상태로서의 감정(헛헛함, 공허함, 가벼움, 텅 빈 마음, 허전함 등), 벽이 세워지듯 거리가 벌어지는 듯한 간격(間隔)으로서의 관계적 감정(거리감, 분리감, 단절감 등), 그리고 기본 정서 중 하나인 슬픔으로서의 감정(쓸쓸함, 애잔함, 구슬픔, 우울함 등) 등과 연합되어 나타났다. 또한, 낙담함이나 무력감과 같은 저각성, 탈관여적인 감정뿐 아니라 괴로움, 고통, 좌절감 등과 같은 고각성, 고관여 감정들도 포함하고 있으며, 답답함, 절망감, 무력함과 같은 자기초점적 감정과 서운함이나 미움과 같은 타인초점적 감정들도 수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외로움은 불확실한 삶과 자신의 심리적, 사회적 위치에 대한 뼈아픈 자각, 그로 인한 무가치함, 자기 비난과 같은 인지적 특성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즉, 한국인들이 경험하는 외로움은 매우 복합적인 성격의 감정과 인지적 요소들로 구성되는 심리적 구인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외로움이 복합적인 현상이자 일련의 과정으로서 하나의 이론적 관점만으로 정의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본 서영석 등(2020)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외로움의 원인과 그에 따른 결과를 설명하는 사회 욕구 이론, 외로움의 맥락과 상황을 해석하는 것에 초점을 둔 인지적 접근과 상호영향론적 접근, 그리고 외로움의 다양한 감정에 초점을 맞춘 실존적-현상학적 접근 등 외로움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적 접근들이 각기 외로움의 다른 측면들을 강조하고 있지만, 외로움은 이 모든 요소들이 서로 통합 또는 조정되거나 동시 발생하는 과정 전반이자 복합적인 정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안수정, 2022).

    한편, 본 연구결과는 한국인들에게 외로움이 공허감이나 소외감 등과 같은 유사 정서들을 포괄하는 확장적인 정서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영석 등(2020)은 외로움이 고립감, 고독감, 소외감, 관계불만족 등의 유사 개념들과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음을 주목하여, 각 개념들을 선택과 인식 차원을 기준으로 구분하였다. 그러나 이는 학술적인 개념적 구분으로, 한국인들이 살아가는 일상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명료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가령, ‘loneliness’를 ‘고독감’으로 번역하여 대학생의 고독감에 대한 원형분석을 실시한 연구(이운영, 민윤기, 2018)에서 외로움과 고독감의 원형은 매우 유사하게 보고되었다. 즉, 본 연구결과는 한국인들이 외로움을 다양한 정서를 담은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연구 결과의 시사점

    Covid-19가 휩쓸고 간 세계에서 인류는 더욱 심각한 외로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 속에서, ‘외로움’의 시대를 ‘연대’의 시대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Hertz,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던 국내에서 본 연구는 한국인들이 외로움을 어떻게 개념화하는지 다양한 집단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확인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국인들이 어떠한 맥락에서 외로움을 경험하며, 그 외로움들을 구분 짓는 특징들은 무엇인지 살펴본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외로움 연구가 활성화되는 변곡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외로움에 대한 이론 및 연구, 그리고 임상현장에서의 상담실제에 대한 시사점을 논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의 결과는 외로움의 개념적 논의가 보다 활발히 진행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론마다 초점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동안 외로움은 관계적 결핍, 주관적 평가, 고통스러운 정서 등의 본질적 요소로 구성된다고 합의되어 왔고(서영석 등, 2020; Parkhurst & Hopmeyer, 1999; Russell, Peplau, & Ferguson, 1978), 본 연구에서도 이러한 본질적인 요소들이 확인되었다. 더 나아가 본 연구에서는 관계적 결핍과 무관하게 삶의 불확실성과 소멸성, 세상과의 근원적 분리감, 자기소외 등으로 구성되는 ‘실존적 외로움’이 새롭게 도출되었다. 이는 외로움이 관계 내에서 추구하는 욕구의 좌절이나 결핍으로 한정되지 않고, 관계를 가정하지 않은 욕구로부터 기인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양적 혹은 질적인 관계적 결핍은 외로움이 유발되는 전제조건으로 연구되어 왔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관계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태어나는 ‘관계(between)적 피조물’이기 때문에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보았던 것이다(Wood, 1986).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나와 너 사이의 관계(between)뿐 아니라 불확실한 삶을 살아가는 나 자신과의 관계(within)가 외로움과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대인관계(interpersonal) 뿐 아니라 개인내적(intrapersonal) 요소를 외로움의 주요 요소로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자신에 대한 가치감이나 정체성, 그리고 주체성을 상실했을 때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외로움을 자아(ego)에 기반한다고 본 Freud(1940)의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외로움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확장함으로써 외로움의 이론적 기초를 구축하는 작업을 지속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사회적 고립의 부정적 영향력을 완화하거나 개인의 사회적 기술 훈련 및 사회적 관계망 확충에 초점이 맞춰졌던 외로움에 대한 개입방안 역시 심리내적인 방법을 포함하여 다각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본 연구결과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반영하여 외로움의 유형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선행연구에서는 주로 Weiss(1973)가 분류한 정서적 외로움과 사회적 외로움을 논했지만, 본 연구 결과는 복합적인 정서인 외로움을 이원체계로 분류하는 것이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동안 실존적 외로움(Moustakas, 1961), 집단에서의 외로움(Cacioppo et al., 2015), 물리적 외로움(Landmann & Rohmann, 2022) 등을 추가하여 외로움의 개념과 유형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이는 이론적·경험적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통합되지 못한 채 산재되어 있었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앞서 언급한 외로움의 유형뿐 아니라 매우 다양한 맥락에서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동안 외로움에 대한 불명확하고 광범위한 정의 및 분류는 외로움의 영향과 개입에 대한 이해를 제한해 왔는데, 외로움의 유형과 특성을 세심하게 살펴본 본 연구와 후속 연구들을 통해 보다 적절하고 효율적인 이해와 개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다양한 외로움의 유형과 특징들이 한국인이 경험하는 문화특수적 맥락에서 발생하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문화는 관계 형태에 영향을 미치고, 문화마다 관계에 부여하는 가치와 의미는 다르다(Chen & French, 2008; Van Staden & Coetzee, 2010). Victor와 Sullivan(2015)은 외로움을 이해할 때 문화를 전경화(foreground)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서구의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구성된 외로움의 개념과 유형이 한국인들의 경험과 어떻게 유사하며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보다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서영석 등(2020)은 한국인의 문화특수적 외로움으로 집단에서의 외로움, 타인지향적 외로움, 융합된 외로움을 가설적으로 제시하였는데, 본 연구결과는 이를 실제적으로 확인하였다. 또한 앞서 기술한 대로, 한국인들은 정서적 관계나 사회적 관계와 같은 관계의 유형이나 관계의 규모와 상관없이, ‘우리’ 범주에 포함된 대상과의 관계에서 친밀감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외로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Verity et al., 2022)에서는 자신을 배제하거나 배척하는 부정적인 관계가 긍정적인 존재의 부재만큼이나 강한 외로움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본 연구에서는 외로움을 초래하는 부정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보고되지 않았다. 추후 연구를 통해 본 연구결과가 재연되는지를 확인해야겠지만, 한국인들은 ‘우리’의 범주에 있지 않은 부정적인 존재로부터는 외로움이 아닌 분노, 수치심, 모욕감 등 다른 감정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Frankfurt의 행복론(1988)에서 욕구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제한되는데, 한국인들은 관계의 규모가 크건 작건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관계’에서 욕구가 미충족될 때 외로움을 경험했을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셋째, 본 연구 결과는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외로움 척도들이 과연 한국인들이 경험하는 외로움을 타당하게 측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국내에서 활용되고 있는 외로움 척도들은 대부분 서구에서 정의된 구성개념을 반영하여 개발되었는데(서영석 등, 2020), 주로 외로움의 대인관계적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 새롭게 도출되었거나 부각된 외로움의 개인내적인 요소(예, 상대가 부담스러울까 염려되어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다), 한국의 문화특수적 특징(예, 어느덧 역할만 남고 나 자신은 사라지는 것 같다, SNS에서 사람들의 행복한 근황을 보면 나만 혼자인 것 같다), 그리고 실존적 외로움(예, 다시는 그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헛헛하다)을 반영하는 외로움 척도가 새롭게 개발되어 한국인들의 외로움을 타당하게 측정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넷째, 다양한 발달단계에 놓인 집단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외로움을 탐색한 본 연구의 결과는, 외로움의 본질적 요소 외에도 연령, 성별, 사회적 상황 등에 따른 맥락적 요소들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히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본 연구에서 대학생 집단은 물리적 공간을 함께 공유하지 못할 때 특히 마음이 허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업주부들은 밀착되었던 자녀와의 관계에서 거리가 발생할 때 강한 공허함을 호소하였다. 직장인들은 사회적·직업적 성취가 기대만큼 달성되지 못했을 때 홀로 뒤처지는 듯한 느낌을 더 고통스러워 했고, 노년층 참여자들은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회한을 보고하였다. 이렇듯 본 연구에서는 집단별로 경험하는 외로움의 차이가 도출되었으나, 그동안 삶의 과정 전반에 걸쳐 외로움을 탐색한 연구는 부족하였다(Mansfield et al., 2021). 선행연구에서는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 외로움을 더 많이 경험하는지 확인하는 등(Griffin, 2010; Hofstede, 1997; Schultz & Moore, 1984) 외로움의 강도에 대한 집단별 차이를 탐색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추후에는 발달단계 및 성별, 맥락에 따라 다르게 경험되는 외로움의 특징에 대한 이해가 심화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본 연구 결과는 상담 실무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영국의 외로움 대책위원회에서 발간한 조 콕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의사들은 하루 네 명 중 한 명의 환자가 외로움을 호소하며 병원을 내방한다고 응답하였다(Jo Cox Commission on Loneliness, 2017). 국내에서는 외로움을 주호소문제로 내방하는 내담자들의 현황이나 개입 관련 보고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다수의 연구에서 내담자들은 불면증 및 피로와 같은 신체적 증상에 가려져 자신의 외로운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그것을 주요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Park et al., 2020). 한국인이 경험하는 외로움의 종류 및 특성을 확인함으로써 외로움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재구성할 수 있었던 본 연구의 결과는 내담자들을 대하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인식과 개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담자가 개인내적인 요소로 인해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자가 외로움에 대한 기존의 대인관계적 정의만을 적용한다면, 내담자의 외로움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내담자의 고통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본 연구의 결과는 외로움에 대한 정신건강 전문가의 민감성을 향상시켜 내담자의 외로움을 발견하고 공감하여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외로움과 그로 인한 고통을 경험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는 내담자를 만날 경우, 상담자는 내담자가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음을 인식하도록 조력하면서 외로움의 어떤 요소와 특징들이 내담자의 고통에 작용하고 있는지를 함께 탐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내담자가 자신의 정서를 명확하게 자각하는 것은 욕구, 소망, 목표 등 자신을 이루는 핵심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평가하고 느끼고 있는지 이해하게 하고,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도와준다(Greenberg, 2008). 즉, 상담자는 내담자가 경험하는 정서를 외로움으로 명명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을 촉진함으로써 내담자가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는 힘을 갖도록 조력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외로움은 약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라는 낙인으로 인해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은폐되곤 한다(Vasileiou et al., 2019). 체면민감성이 높은 한국인 내담자의 경우,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정서를 외로움으로 규정하거나 명명하기는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이 때 상담자는 외로움이 자신 및 타인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소망하는지 자신의 욕구를 체감하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및 삶의 방향성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선순환적인 기능이 있음을 내담자가 자각하도록 도울 수 있다(Svendsen, 2019). 외로움의 정서적, 관계적, 맥락적 요소와 특징 등을 활용하여 외로운 사람이 단순히 ‘관계에서 위축된(socially withdrawn)’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목소리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적극적인 청자(신지은, 김가영, 2018)일 수 있음을 함께 발견하여, 내담자가 자신의 외로움을 명명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조력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 결과는 외로움에 대한 대처 및 개입방안 마련에 구체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1인 가구 청년들의 하루 생활일지 600여 건을 분석한 한 연구(노혜진, 2018)에서는 대상자들이 하루 24시간 중 타인과 함께 있는 시간은 불과 1시간 14분에 그쳤으며, 그럴 경우 타인과의 상호교류를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관계재(關係財) 획득’에 취약해진다고 보았다. 따라서 물리적 접촉과 관계의 부족으로 인해 외로움을 경험하는 이들에게는 사회적 활동을 촉진하고 관계망을 구축하는 등 관계재를 재획득하기 위한 개입이 대표적인 사회적 처방으로 알려져 왔다(Boucher, McNaughton, Harake, Stafford, & Parks, 2021). 그러나 이는 관계 단절로 인한 외로움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주효하며, 본 연구에서 나타난 관계 내에서(between) 혹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within)로부터 경험되는 외로움에 대처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예를 들어, 자신 및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기가치감의 손상 또는 상실이 외로움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난 본 연구의 결과는, 자기개념에 초점을 맞춘 개입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자신 및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기 자신을 부적절하고 뒤처지고 매력 없게 보는 등 외로운 사람들이 보일 수 있는 지나친 자기인식(high self-awareness)의 변화가 관계재 유지를 위한 첫 단계일 수 있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와 함께 자신을 재평가하고 현재의 순간과 일상에서의 경험을 수용하도록 조력함으로써 내담자의 외로움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Lindsay, Young, Brown, Smyth, & Creswell, 2019).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불확실한 존재로서의 외로움이 공허하고 허망하며 쓸쓸하다고 보고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은 누구나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삶의 이치나 인간관계의 속성 등을 수용하게 되었다고 보고하였다. 그동안 외로움은 관계에서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고통스러운 정서로 정의되어 왔으며, 그 특성상 부정적인 정서로 규정되어 왔다. Adler, Frankl, Moustakas 등 일부 학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이 외로움의 ‘결핍’과 ‘고통’에 주목하였다(Karnick, 2005). 외로움을 질병처럼 여겨 최대한 그것을 피하거나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기도 하였다(Weiss, 1973). 그러나 외로움이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삶을 수용하고 새롭게 조망하게 해준다는 본 연구의 결과는, 외로움을 제거해야만 하는 부정적인 정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수용 가능한 정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상담자가 도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존적 외로움의 경우,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함께 공유하는 개입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Badcock, Adery, & Park, 2020). 예를 들어, 외로움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집단상담 혹은 자조집단, 외로움과 관련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음미하고 공유하는 시간 등을 통해 자신 및 타인과 진정한 대화(authentic dialogue)를 나눈다면 삶에 실존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외로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Bolmsjö, Tengland, & Rämgård, 2019). 서영석 등(2020)은 자기지향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태도를 향상시켜 외로움의 고통을 ‘혼자가 될 수 있는 힘’인 고독으로 전환하는 방략을 제시하였다. 이때, 불확실한 존재로서의 외로움이 지니는 수용적 특징은 그 전환점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외로움을 많이 경험하는 사람들은 수동적이고 회피적인 방식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거나 사회적으로 철수하는 행동방략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문희운, 양난미, 2019; Cacioppo & Hawkley, 2003; Detrixhe, Samstag, Penn, & Wong, 2014). 반면, 외로울수록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어하는 욕구가 높아져 SNS나 매체 등의 이용 동기나 자기노출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었다(김유정, 2011; 노미진, 이경탁, 2015). 본 연구에서는 연구 안내문을 보고 자발적으로 신청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주로 동기 수준이 높거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대처전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연구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본 연구에서 외로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수용’과 ‘성장’의 계기로 인식하는 적극적 개념이 도출되었다는 것은 이러한 대처방략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추후 연구에서 외로움에 대한 대처방식이 외로움의 개념 및 특징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본다면, 내담자들이 외로움을 통해 삶의 도약을 위한 발돋움을 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연구의 제한점 및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

    본 연구의 제한점을 논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대학이나 직장에 소속되어 있거나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는 등 비교적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된 집단에 속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과거에는 외로움이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하였지만, 현대사회에서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경험된다(Shuster, 2012). 그러나 연금을 받지 않는 노년층이나 무직 상태에 있는 중년, 대학 등록금을 내기 어려운 청년 등은 또 다른 외로움 혹은 더욱 심각한 외로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으며, 후속 연구에서는 소외된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대학생, 전업주부, 직장인, 노년층 등 다양한 발달단계에 있는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수집하였다. 그러나 전업주부 집단의 경우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반면, 직장인 집단의 다수는 젊은 세대의 미혼 남성으로 구성되었다. 결국 본 연구는 기혼 남성이나 중장년층 남성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적게 반영된 한계를 지니고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기존 집단을 세분화하거나 새로운 집단을 추가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기혼 남성이나 중장년 남성이 독특하게 느끼는 외로움의 양상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는 코로나가 시작되던 시기인 2020년 8월부터 수집한 자료로 참여자들이 Covid-19로 인해 다른 양상의 외로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그 변화를 다루지는 못했다. 일부 팬데믹이 외로움에 미친 영향에 대해 보고하기는 하였으나 본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외로움에 대해 탐색하였다. 후속 연구에서는 Covid-19가 한국인의 외로움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Covid-19 이후 외로움은 양상과 특징이 달라졌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Covid-19와 같은 팬데믹을 맞닥뜨렸을 때 한국인들에게는 어떠한 대처와 대응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는지 탐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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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1. ]  관계 부재로 인한 외로움
    관계 부재로 인한 외로움
  • [ 표 2. ]  관계에서의 외로움
    관계에서의 외로움
  • [ 표 3. ]  실존적 외로움
    실존적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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