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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법적 문명의 의미 탐색: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A Point-counterpoint Investigation of the Meaning of Civilization in Huxley's Brave New World
  • 비영리 CC BY-NC
ABSTRACT
대위법적 문명의 의미 탐색: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This paper aims to explore the meaning of 'civilization' often addressed in the Brave New World. It is not until one understands the writer's point-counterpoint narrative that the re/discovery of the civilization in the new world is fully made through a step-by-step approach to the text. Accordingly, the past and present historical meaning of the New Mexican Reservation should be first reviewed to know why Huxley foregrounds the reservation along with the brave new world in the text. Secondly, two episodes will be compared; the past historical episode that Gorillas were exhibited in London in 1861 and the present fictional one that John the Savage from New Mexico Reservation is experimented with as an ape in the zoo. Creating the point-counterpoint narrative quoting or using many of the historical or fictional characters in the novel, Huxley has implicitly led us to rediscover what the real civilization should be like in the future unlike that depicted in the dystopian novel. Huxley seems to suggest the attitudes that T. H. Huxley and Matthew Arnold should have had in their argument as to which one is superior to the other, science or culture/literature; T. H. Huxley should have more valued the culture and literature, and Matthew Arnold the science. In brief, Aldous Huxley argues those two should be integrated into the social and cultural society. Finally Huxley seems to say that it is only when both humanity and science are reciprocally respected that human society would prosper without losing the value of humanity even in the scientific world.

KEYWORD
문명 ,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 뉴멕시코 , 야만인 보호구역 , 과학 , 인간성
  • I. 서 론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1932)는 20세기 과학기술의 발전과 현대과학 문명에 대한 헉슬리(Aldous Huxley)의 평가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한편 굴달(Jesper Gulddal)은 “문화 엘리트들이 “미국화”되어 가는 미래에 대한 전망에 대해 거의 공포심을 가지고 미국을 정치적인 적으로가 아니라 생과 사의 문명화 투쟁에 있어서 유럽의 적으로서 배척하려는 경향이 있었다”(499)라고 지적하며 이 작품이 유럽의 반미국적 정서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에서 영국인 작가로서의 헉슬리가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이 “인류의 퇴락해가는 유전적 형질에 대한 대중적인 불안”과 “이러한 쇠퇴가 영국의 경제적, 정치적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Woiak 106).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1920-30년대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전 세계의 분위기, 특히 1차 세계대전 전후로 경험한 현대의 기계 문명화 및 인간의 비윤리적 본성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요구하며 인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우려를 동시에 표명하고 있다.

    작품 속의 신세계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안정성이다. 이 세계는 안정성의 보장을 위해 인간의 감정, 가족 간의 유대관계, 인간의 낭만적 정서를 철저히 금한다. 세계 감독관인 무스 타파 몬드(Mustapha Mond)는 “사회적 안정 없이는 어떠한 문명도 없다. 개인의 안정 없이는 어떠한 사회적 안정도 없다”(No civilization without social stability. No social stability without individual stability 42)라고 주장하며, 개인적, 사회적 안정성이 신세계 문화와 문명의, 그리고 삶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결정적 요소임을 분명히 밝힌다.

    신세계는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한 세계국가와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한 전체 10개의 세계국가로 구성되어 있다. 헉슬리는 <중앙 런던 부화 조건 센터>(Central London Hatchery and Conditioning Centre)를 중심으로 한 첨단 과학 문명 기반의 런던의 삶과 과학의 혜택이 전혀 없는 미국 뉴멕시코 보호구역(New Mexican Reservation)의 비문명의 삶, 이 두 세계의 삶을 대비시켜 미래 문명의 발전과 현대 문명의 퇴보를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본 소설은 현재의 그리고 충분히 가능할법한 미래의 두 문명의 충돌을 통해 무분별한 과학발전에 대한 비판적 풍자를 담아내려 한다. 대체적으로 본 작품에 대한 국내외 연구는 포드주의 비판, 유토피아/디스토피아, 자유와 (생명)윤리의 상실, 맹목적 과학기술주의, 종교 기능의 상실 등과 관련된 주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1)

    하지만 이 소설이 대위법(point counter point)적으로 새로운 문명 혹은 문화에 대한 비판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헉슬리의 『연예 대위법』(Counter Point Counter 1928)은 여러 인물과 사상이 마치 독립적인 선율처럼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화법을 도입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2) 대위법은 여러 음의 화음을 맞춰 하나의 특정 음색을 내는 화성과는 달리, 복수의 독립적 선율의 결합을 추구한다. 마찬가지로 대위법적 구성의 이 작품은 이야기의 구조가 단일하지 않고 여러 갈래의 스토리 라인과 주제를 지니고 있어 논점의 방향이 동일하지 않다. 헉슬리의 대위법적 소설의 일반적 특징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목소리와 주장이 헉슬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의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장면과 장면, 그리고 인물과 인물을 갑작스럽게 옮기는 “일종의 내포적 임의성, 즉 ‘고상한 무질서’”(a kind of contained randomness, an ‘elegant chaos,’ Deery 31)의 모더니즘 서사를 사용하여 당대의 종교, 예술, 성과 정치 분야에 있어서 새로운 각성을 요구한다.3)

    달리 말하면 『멋진 신세계』에서 헉슬리는 다양한 복수의 대위법적 화법의 선율들, 곧 1920-30년대에 경제성장과 더불어 저속화된 미국의 문화, 비문명의 원시적 상징이 되고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 인디언 문명과 문화를 관광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로렌스(D. H. Lawrence),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 이론을 통해 가족관계의 문제점을 제시한 프로이드(Sigmund Freud), 19세기 초 과학과 문화의 논쟁을 벌인 T. H. 헉슬리(T. H. Huxley)와 매튜 아놀드(Matthew Arnold),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Charles Darwin), 고릴라를 최초로 런던에 소개한 샤이유(Paul du Chaillu), 미국 동물원에 전시되고 죽음을 맞는 아프리카 피그미 오타 벵가(Otta Benga), 인문주의적 정신과 전통의 가치를 담고 있는 작품을 쓴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집단적 전체주의와 개인적 자본주의 등과 같은 다양한 인물과 소재들을 대위법적으로 이용 하여 전체 플롯을 구성하고 있다. 곧 복합적인 씨줄과 날줄의 대위법을 통해 미래 문명에 나타날 다양한 모순과 갈등의 문제점을 소설의 사건 속에 그리고 인물들의 사상 속에 풍자적으로 투영시키고 있다.

    작가 헉슬리가 작품을 통해 제시하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그가 의도하고 있는 문명의 새로운 의미의 탐색을 위해 다음과 같이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우선 뉴멕시코 야만인 보호구역을 통해 그 지역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함의를 살펴보고, 다음으로 야만인 존이 신세계의 런던으로 들어와서 벌어지는 사건과 아프리카 탐험가 샤이유가 야만세계의 고릴라를 런던에 가져옴으로써 생겨난 사회적 반응을 비교하고, 마지막으로 텍스트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헉슬리의 대위법적 서사를 통해 그가 추구하려는 문명의 방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1)주제에 관련한 국내의 주요 논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권영희,“『멋진 신세계』의 포드주의 비판 : 노동, 몸, 성의 문제들,”『안과밖』35, 2013.11,; 노동욱, “『멋진 신세계』에 나타난 진보된 과학과 인간의 자유의 문제,” 『영어영문학21』25. 3 (2012); 추재욱. “『프랑켄슈타인』과 『멋진 신세계』에 나타난 과학과 생명윤리 연구: 포스트휴먼 시대의 생태학적 생명윤리,” 『현대영미소설』16. 2 (2009); 김효원, “올더스 헉슬리의 현대문명 비판에 대해,” 『현대영미소설』4. 2 (1997). 그리고 대학소속의 여러 인문학연구소 논집도 『멋진 신세계』에 나타난 종교, 인간복제, 자유의 문제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실고 있다.  2)『연예대위법』은 1920년대의 모더니즘 계열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색다른 화법을 사용한다. 이 작품에서의 로렌스(D. H. Lawrence)나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와 같이 당대에 잘 알려진 인물들의 과학, 철학, 종교, 예술, 사랑, 절망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여러 인물들 - 월터 비드레이크(Walter Bidlake), 존 비드레이크(John Bidlake), 필립 콸즈(Philip Quarles), 마크 램피온(Mark Rampion), 모리스 스팬드럴(Maurice Spandrell), 데니스 벌랩(Denis Burlap) - 의 각기 다른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3)콩돈(Brad Congdon)에 따르면 헉슬리는 미래 문명의 문제점이 미래 세계의 비인간적인 과학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그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신화와 조직”에 있다고 본다(96). 헉슬리는 뉴멕시코 보호구역 출신의 야만인 존(John the Savage)이 과학문명 중심의 미래 세계 속에서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과 만나고 부딪히는 과정을 설정한다. 그는 인류의 역사, 문학, 문화 등의 유산에 큰 정신적 가치를 부여하며, 대위법적인 서사 방식을 도입하여 신세계가 지닌 견고한 신화와 조직을 깨뜨리고자 한다.

    II. 본 론

       1. 뉴멕시코 야만인 보호구역

    『멋진 신세계』에서 <중앙 런던 부화 조건 센터>는 신세계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이다.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Community, Identity, Stability 3)의 절대적 모토를 가진 이곳은 보카노브스키(Bokanovsky) 방식으로 사회의 역할에 맞게 정신과 신체가 조건화된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계급의 인간을 대량생산 하는 공장이다. 알파는 최상의 지도계급이고 엡실론은 가장 비천하고 단순한 일을 맡게 되는 하층계급이 다. 철저한 계급주의의 사회이지만 구성원 모두는 자신의 신분과 직업에 만족하도록 유아 시부터 철저히 세뇌되고 조건화 된다.

    이 신세계는 다음의 몇 가지 선언적 명제로 특징화 되어 있다. “문명 이란 불임/살균을 의미한다”(Civilization is sterilization 110, 121). 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소비를 권장 혹은 강제하는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다. “버리는 것이 고치는 것보다 낫다”(Ending is better than mending 49)와 “더 꿰맬수록 부가 더 줄어든다”(The more stitches, the less riches 121)라는 말과 의식을 유아에 주입시킴으로써 절약보다는 소비를 권장한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모든 이가 모든 다른 이에게 속해있다”(Every one belongs to every one else 40). 따라서 신세계에는 결혼제도가 없고, 자유로운 성생활의 추구가 일상적인 규범이 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과 욕구를 쉽게 충족시킴으로써 불만이 없는 안정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신세계 전략이다. 이 신세계 사람들에게 있어서 마약과도 같은 소마(soma)는 불필요하게 발생될 수 있는 인간적 감정 및 정서를 해소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이러한 런던을 중심으로 한 신세계와 대조적 문화 공간으로 제시된 곳이 야만인 보호구역(Savage Reservation)이라 불리는 ‘뉴멕시코 보호구역’이다. 사실 19세기 이후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미국 정부의 원주민 강제 이주정책에 의해 미국 동부, 중부와 남부 지역 대부분의 원주민들이 자신의 본래 삶의 터전을 떠나 인디언 보호지역이나 오클라호마 지역으로 강제이주를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인데 반하여, 19세기 중반까지 스페인과 멕시코 정부 관할 지역이었던 뉴멕시코를 비롯한 미국의 남서부 지역의 원주민들은 일정 지역에서 농업, 목축, 사냥을 하며 살던 정착민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따라서 뉴멕시코 지역은 미국 동부와 중부와는 상당히 다른 이곳의 지형적 특색과 원주민의 독특한 전통과 문화 덕분에 1850년대 미국에 합병된 이후 꾸준히 유럽 및 미국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예컨대, 스나이더(Carey Snyder)가 지적하고 있듯이 1924년 이후 약 2년간을 살며 이 지역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로렌스는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뉴멕시코가 관광과 상업에 의해 근대화되어 가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할 정도가 되었다.4)

    비록 헉슬리가 1920년대에 캘리포니아, 그랜드 캐년, 뉴욕시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기는 하였지만, 사실 그는 1932년 『멋진 신세계』를 발표할 때까지도 뉴멕시코를 방문한 적은 없었다. 그랜드 캐년 방문 시 일반 인디언 문화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바 있으나, 뉴멕시코의 인디언 문화를 체험하거나 그 문화에 대한 지식을 얻지는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헉슬리는 1926년에서 1930년 로렌스가 죽을 때까지 서로 친한 관계였으며, 로렌스가 사망하자 헉슬리는 그가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로렌스 서간집』(Letters of D. H. Lawrence)을 1932년에 출간하였다. 따라서 그 서간집 편집과정에서 헉슬리는 자연스럽게 뉴멕시코 인디언 문화에 대한 로렌스의 경험과 생각을 접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뉴멕시코 인디언 문명에 대한 그의 작품 묘사에 있어 어떠한 방식으로든 로렌스의 영향이 반영되었다(Snyder 689). 로렌스의 영향 이외에도 헉슬리는 한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듯이 『멋진 신세계』의 집필을 위해 뉴멕시코에 대한 철저한 자료조사를 한 바 있다.

    『멋진 신세계』에서의 뉴멕시코의 야만인 보호구역은 과거 그리고 현재의 인디언 보호구역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곳의 인디언들은 푸에블로 노인들이 말하는 “아워나윌로나(Awonawilona) 신이 인간과 모든 창조물들의 씨앗, 태양과 지구, 그리고 하늘의 씨앗을 성장의 안개로부터 만들어 냈다”(130)는 그들의 전통적 믿음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소설 속 신세계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러한 믿음이 있는 이 곳은 지구상 “넌센스로 가득한”(131) 가장 비문명화된 지역이다. 이 지역은 “6만 볼트 전류가 흐르는 5천 킬로미터 담이 둘러 처진”(101) 고립된 곳으로 “그 담을 건드리면 바로 즉사”하는 곳으로 “야만인 구역 에서 탈출이 불가능”(102)할 정도로 차단되어 있다. 이는 마치 아프리카 정글과 평야 속에 동물들을 고립시켜 보존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립 공원과도 같다.

    이 야만인 구역에는 신세계가 구성되기 이전의 모든 전통적인 문화적, 종교적인 유산들이 인디언의 문화와 뒤섞여 함께 잔존하고 있다. “푸에 블로 마을을 위해 – 비를 내려 옥수수를 자라게 하는 것. 그리고 푸콘신과 예수를 기쁘게 하는 것. 그리고 다음으로 내가 울부짖지 않고 고통을 참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117)과 같은 그들의 제의적 행위 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보호구역에는 인디언 종교의식과 신세계에서는 이미 사라진 기독교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예컨대, 존이 자신의 몸에 스스로 채찍질하는 고통의 의식은 인디언 전통적인 속죄 의식과 더불어 고통 받는 “십자가의 예수처럼 한 여름 한 낮에 팔을 벌려 바위에 몸을 기대고 서 있는”(137) 종교적 고난을 형상화하고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집』(The Complete Works of William Shakespeare) 역시 이 보호구역에서 발견되었다. 이 책의 발견은 이 지역이 신세계에서는 야만성을 상징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종교적, 문화적 가치가 남아 있는 곳임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더군다나 여기 에서는 <중앙 런던 부화 조건 센터>에서의 대량의 아기 생산 방식이 아닌 전통적인 자연 분만 아이생산이 이루어지고 있고, 비록 신세계 관점에서는 더럽고 원시적인 것으로 냉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의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존재한다.

    작가로서 헉슬리는 이처럼 신세계 이외에 뉴멕시코의 야만인 보호구 역이라는 가상적 공간을 병치시킨다. 위 인용문이 보여주듯이 이 세계는 신세계 출신의 사람들에 의해 철저히 통제 받고, 외부세계와의 교류가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신세계에는 사라진 문화, 관습, 결혼과 가족제도, 잡다한 과거의 종교와 미신들이 존재하나, 과거 이 지역을 지배했던 스페인 및 멕시코의 스페인어, 그리고 가장 많은 인디언들이 사용하던 아사파스칸 언어를 찾아볼 수 없고 교육도 부재하다. 이 구역의 사람들은 야생동물들이 함께 더불어 신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더럽고 처참한 야만세계 속에 살고 있다.

       2. 야만세계에서 문명사회로

    문명은 인류가 진화 과정을 거치며 축적한 정신적, 물질적 결과로 생성된 문화적 특성과 형태를 말한다. 『멋진 신세계』에 나타난 미래 과학문명에 대한 헉슬리의 생각은 과학의 발전과 맞물린 진화론적 시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헉슬리의 조부 T. H. 헉슬리는 19세기 초 과학과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주장하며 이후 전통과 문화를 강조한 매튜 아놀드와 과학과 문화의 우위성에 대해 논쟁을 벌인 바 있는 인물이다.5) 흥미로운 점은 아놀드 역시 후일에 작가 헉슬리의 백조부가 된다(Murray 7). 또한 T. H. 헉슬리는 다윈의 진화론을 강력히 지지한 인물로 다윈의 불독이라 일컬어진다. 다윈의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 1859) 출간 이후 영국의 옥스포드 대주교 윌버포스(Samuel Wilberforce) 와 진화론 옹호 논쟁을 벌인 것으로도 또한 유명하다.6) 이러한 과학과 문화 그리고 진화론에 대한 각각의 주장은 『멋진 신세계』에서 동일하게 반영되어 있다.

    『종의 기원』의 출간은 인간과 영장류 사이의 관계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켜, 많은 진화론 논쟁을 촉발시켰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가운데 프랑스계 미국인 샤이유가 아프리카에서 포획하여 박제한 고릴라를 파리와 런던에 전시하게 되었다. 애쉬포드((David Ashford)는 「빛의 집 속의 고릴라들」(“Gorillas in the House of Light”)에서 유럽에서의 고릴라의 첫 소개 경위를 설명한다. ‘빛의 집 속의 고릴라들’에서의 빛의 집이란 런던 동물원의 고릴라 우리를 일컫는 말이다. 유럽에서의 최초의 박제 고릴라 전시는 1852년에 이루어졌지만, 실제 영국 사람들이 고릴라를 목격한 때는 샤이유가 1856-9년 사이의 원정 탐험에서 가져온 박제 고릴라를 1861년 런던에서 전시하면서부터이다. 이 전시로 인해 다윈의 진화론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지식인과 일반인들 모두가 고릴라 전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206).

    버나드 막스(Bernard Marx)와 뉴멕시코 인디언 구역 출신의 존(John the Savage) 사이의 관계의 설정이 마치 샤이유와 고릴라의 관계와 유사하다. 샤이유는 고릴라를 포함한 영장류에 대한 정보들을 세밀히 기록 하여 『적도 아프리카의 탐험과 모험』(Explorations and Adventures in Equatorial Africa 1861)을 발행하였다. 그는 당시 런던 자연사 박물 관장인 리차드 오웬(Richard Owen)의 초대와 후원으로 1861년 런던에 오게 되었고, 그해 2월 25일에 당시 주요 학문의 전당인 벌링턴 하우스 (Burlington House)에서 오웬을 비롯하여 T. H. 헉슬리, 프랜시스 갤튼 (Francis Galton)과 영국 수상 윌리암 그래드스톤(William Gladstone)과 같은 과학자 및 정치가들 앞에서 첫 강연을 하게 되었다(Reel 107, 113-15). 그는 “야생의 고릴라를 만나게 된 만화 같은 생생한 이야기로 청중들을 마술처럼 사로잡을 수 있었다”(116). 그의 강연이 있을 때마다 다 자란 두 마리의 박제 고릴라를 전시하여 대중들이 그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였고, 특히 왕립지리학회(the Royal Geographical Society)와 같은 학술기관의 후원 전시는 고릴라에 대한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무명의 젊은 탐험가 샤이유는 자신의 아프리카에서의 고릴라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면서 사회의 저명한 인사들과 어울리게 되는데, 이 상황은 마치 알파 계급이지만 아주 왜소한 체격에 항상 자격지심을 지니고 있던 버나드 막스가 야만의 세계로부터 존을 신세계로 데리고 온 후 우쭐해 하며 존을 통해 여러 혜택을 누리게 되는 상황과 비슷하다. 그는 존이 자신을 해고하려는 중앙 런던 부화 조건 센터장인 토마킨(Tomakin)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와 그의 어머니 린다(Linda)를 신세계에 데려와 그 센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센타장과 대면시킨다. 극도의 수치심을 느끼게 된 센타장은 결국 그 자리를 사임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반면 버나드는 항상 존을 동행하며 세계감독관 무스타파 몬드를 비롯해 다른 사회적 저명인사들을 만나는 기회를 통해 “상당히 중요한 인물”(a person of outstanding importance 156)로 변신하고 여성들로부터도 많은 인기를 얻게 된다. 그는 곧 “성공의 도취”(intoxication of success 178) 상황 속에 빠져든다. 이처럼 헉슬리가 버나드의 상황을 과거 진화론 논의에 불을 붙였던 샤이유와 동일한 상황으로 설정한 이유는 곧 색다른 문명의 충돌과 그 여파에 대한 반응을 풍자화함으로써 오히려 그 대비 관계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존이 런던으로 이동 후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 것을 고려해 보면, 그는 마치 1906년대 초에 뉴욕 브롱스 동물원의 ‘원숭이 집’(Monkey House)에 전시되어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던 당시 23세의 피그미족 오타 벵가를 연상시킨다. 콩고 내전으로 아내와 두 자녀를 잃고 미국으로 팔려와 동물원 전시되었으나 이후 ‘우리 인종은 유인원과 함께 우리 중 하나를 전시하지 않더라도 우린 충분히 기죽어 살고 있다’는 흑인 인권운동가들의 항의로 그는 동물원에서 해방된다. 그는 버지니아 린치버그로 이주해 화살로 사냥을 하고 식물과 약초를 모으며 숲에서 상당 기간을 보낸다.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한 후 담배공장에서 일을 하게 된그는 린치버그에서 사는 동안 시인 앤 스펜서(Ann Spencer)를 통해 흑인 문학가이자 운동가인 W. E. B. 두보이스(Du Bois)와 흑인 교육자이자 지도자인 워싱턴(Booker T. Washington)을 만나는 기회도 가졌으나, 결국 33살이 되던 1916년에 권총 자살을 하고 만다.7) 이러한 전 과정은 존이 런던을 벗어나 자연 세계에서 사냥을 하는 등 전통적인 삶을 추구하다 결국 자살을 한 것과 거의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오타 벵가의 스캔들이 헉슬리가 본 소설을 구성하는데 있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궁극적으로 그(존)는 야만인으로서의 명성에 지쳐 신세계로부터 벗어나지만, 소설의 마지막 극적 장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처럼 관광객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하게 된다(Snyder 664).

    존은 마치 릴과 애쉬포드가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새로운 침팬지와 고릴라와 같은 존재로 새로운 문명에 소개되어지고, 동시에 관찰 대상이 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존의 과학중심의 신문명으로의 개입 혹은 침투는 인간성이 상실된 과학문명에 전통적인 문화와 가치관의 필요성을 상기시키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인 대위법적 플롯 구성이라 볼 수 있다.

       3. 대위법적 문명의 재/발견

    흥미로운 사실은 헉슬리가 뉴멕시코의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데려온 야만인 존을 통해 새로운 문명에 대한 대립점들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헉슬리는 그 대립점들의 제시를 위해 자신에게 친숙한 여러 인물들의 사상과 생각들을 존이라는 인물 속에 대위법적으로 투영해 놓고 있다. 다시 말해, 이는 하나의 목소리에 대립된 다른 독립적 목소리와 주장을 가미하는 헉슬리식 대위법이다.

    웰즈(H. G. Wells)에게 있어서 “진정한 유토피아 과정에 대한 희망은 바로 개인적 차원에서 시작되어야만 하고, 일면 유토피아 실현을 위한 핵심적 문제들도 바로 그 차원에 있다”(Busch 7)고 한다. 또한 웰즈는 “‘현대’ 유토피아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개성이 존중되어야 할 것을 누구보다도 의식”(이상화 60-61)하였다. 반면에 헉슬리는 개인보다는 자본주의와 전체주의가 통합된 피할 수 없는 미래의 과학세계를 『멋진 신세계』에 반영하며 글로벌한 집단적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결과적으로 그 세계에 경험하는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반비례 하여 이루어지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의 상실 역시 분명히 묘사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헉슬리가 의도하는 모순적인 신세계의 특징은 돈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전체주의적 사회에서도 여전히 돈의 소비가 이루어져야하는 자본주의적 속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버나드 막스가 뉴멕시코 보호구역에 도착해서 “그가 화장실 콜론 향수 수도꼭지를 틀어놔 계속 흐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내가 도착할 땐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101)는 염려에 헬름홀츠(Helmholtz Watson)에게 전화를 하여 꼭지를 잠그어 달라는 부탁을 한다. 존이 “푸턴햄 (Puttenham)과 엘스테드(Elstead) 사이의 언덕 끝에 있는 오래된 등대를 은신처로 결정”(243) 한 후 런던을 출발하기 전 그곳에 정착하기 위한 다양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존이 개인비용으로 받았던 돈”(246)을 사용 한다. 특히 인간 복제를 위한 여성의 난자 제공은 “6개월 급여 상당의 보너스”(5)로 그 대가가 지급된다. 이러한 묘사는 신세계와 같은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자본주의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풍자하기 위해 헉슬리가 의도적으로 낯설게 끼워 넣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 세계에서의 ‘모든 이가 모든 다른 이에게 속해있다’라는 공공의 선언적 명제는 인간의 본능인 쾌락을 추구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로렌스의 세계관과 횡적으로 맞닿아 있다. 헉슬리는 자신과 막역한 로렌스의 본능적 원시성의 개념과 그의 작품 비평과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프로이드의 유사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개념을 존이라는 인물과 사건 속에 투영시켜 놓는다.8) 헉슬리는 무스타파 몬드의 입을 통해 신세계에는 어리 석고 불합리한 혈연 기반의 많은 일들이 벌어졌음을 다음과 같이 표현 한다. “우리 프로이드는 가족의 끔찍한 위험성을 드러낸 첫 번째 사람이었다. 세계는 아버지로 가득 찼고 – 그러므로 비참함으로 가득 찼다. 곧 엄마로 가득하여 새디즘에서 순결까지 모든 종류의 도착증세가 넘쳐 났고, 형제, 누이, 아저씨, 아줌마, 그리고 미침과 자살로 가득 찼다”(39). 신세계의 몬드는 “개인을 본질적인 (그러나 무의식적인) 가족 관계 속으로 분해시켜버리는”(Poster 2) 프로이드 이론을 긍정하며 사회문제의 근원에 가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신세계에 서는 이러한 인간의 혈연과 친족에서 생겨나는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체의 가족제도를 허용하지 않고, 만인이 모두에게 속해 있음을 주장하며 인간의 욕망과 욕구를 최우선으로 해소시키고자 한다. 이는 곧 로렌스가 추구하던 인간의 본능적 쾌락의 해소를 법률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신세계인들이 원시적 자연성을 회복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결과 신세계에 존재하는 구성원들은 과거 기존 사회의 점잖은 문화와 전통에 의해 억압되던 성적 갈등에서 벗어나 쾌락을 만끽하는 사회적 구조 속에 살게 된다. 반대로 신세계에 속하게 된 존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등의 작품 속에 존재하는 고결한 사랑의 개념에 집착하여 오히려 반대로 레니나 (Lenina Crowne)에 대한 성적인 욕망을 억누르며 심한 갈등과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존은 신문명과 야만인 보호구역의 문화의 차이, 쾌락추구의 본능과 셰익스피어가 제시한 도덕과 윤리관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로 그가 부딪히고 경험하는 많은 개념들 사이에 대위법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즉 헉슬리는 존을 통해 영국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자의 대변자인 셰익스피어의 전통적 정신문화 개념을 신세계에서 강조하는 물질주의와 과학주의 개념과 대치시키고 있다. 존은 보호구역의 집에서 우연히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집』을 발견한다. 이 책은 존의 어머니 린다의 연인이던 포페(Popé)가 인디언 기도소인 키바(Kiva)의 서랍에서 발견하여 존의 집에 가져다 놓은 것이다(131). 존은 셰익스피어의 극을 읽고 자신의 삶에 있어 중요한 가르침을 그 극의 인물과 대사를 통해 배우게 된 것이다. 맥키어(Jerome Meckier)가 지적하고 있듯이, 헉슬리는 셰익스피어를 삶을 다각도에서 바라다 볼 수 있는 능력의 예술가로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존은 자신이 불합리한 모순과 갈등 상황 속에 처하게 될 때 항상 셰익스피어 극 속의 인물의 정신세계에 몰입하여, 마치 극의 주인공과 같이 대사를 쏟아 내며 신세계가 상실한 도덕성, 윤리성, 생명의 존엄성 등을 일깨우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키어는 “헉슬리가 야만인을 통해 웰즈를 비판하지만 또 역시 야만인을 종종 풍자함으로써 셰익스피어의 세계가 얼마나 철저히 현시대와 동떨어져 있는지도 제시하고 있다”라는 날카로운 지적을 한다. 이는 곧 헉슬리가 복합적 대위법을 사용 하고 있는 것으로, “로렌스와 웰즈의 관점과 셰익스피어의 가치가 서로 서로 대척점에 위치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맥키에는 더 나아가 “문제는 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인가? 과학적 웰즈, 시적인 셰익스피어, 혹은 원시적인 로렌스?”라는 물음을 던진다(131). 헉슬리는 이 물음을 통해 과학발전과 자연의 원시성을 결합한 새로운 문명의 갈등과 비전을 제시한다.

    신세계는 인간 내면에 내재된 근원적인 문제와 인간 사회에 만연한 치열한 경쟁과 피흘리는 전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무스타파 몬드는 신세계의 시각에서 과거에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든 요소들, 즉 여성이 아기를 자연분만으로 낳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독교라고 불리는 그 어떤 것”(46), 수면 교육에 대한 금지법을 통과시킨 “의회”(46), “비능률적이고 비참할 수 있는 자유. 네모난 구멍에 둥근 못과 같은 자유로 움”(46),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그 어떤 것. 마치 인간은 신체적으로-화 학적으로 평등한 것 그 이상인 듯한 그것”(47) 등의 여러 요소를 열거한 다. 이렇게 사회의 불안정 요소들이 결국 “9년 전쟁”(Nine Years' War 47)을 초래하였고, 경제의 대붕괴와 사회혼란이 뒤 따라 최종적으로 “세계 통제와 파괴, 그리고 안정 . . . 사이의 선택”(48)을 해야만 했고, 그 결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 신세계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강한 감정을 느끼면서, 어찌 그들(불쌍한 전근대인들)이 안정될 수 있는가?” 반문하며 몬드는 프로이드의 이론에 따라 모든 사회 문제의 기저에 존재하는 “어머니, 일부일처주의, 낭만”(41)을 사회에서 말살해버리게 되었음을 애써 강조한다. 따라서 인디언 보호구역 출신으로 신세계의 가치들의 극단점에 서 있는 존은 신세계에서 발생되는 인간의 근원적인 본성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노출시킨다. 즉, 존은 자신의 고뇌와 갈등을 통해 이 신세계에 끝임 없이 질문을 던지며 순환적으로 발생될 수밖에 없는 이 세계의 문제점들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4)로렌스는 미국 여행 후 『타오스의 로렌조』(Lorenzo in Taos 1922), 『세인트 모와 다른 이야기들』(St. Mawr and Other Stories 1925), 『뿔 달린 뱀』(The Plumed Serpent 1926), 『멕시코의 아침과 다른 글모음』 (Mornings in Mexico and Other Essays 1927)을 발표한다. 그는 뉴멕시코의 한 목장에서 살았고 그 목장을 이후 로렌스 목장(D. H. Lawrence Ranch)라 명명하게 되었고, 그 목장은 부인 프리다 위클리(Frieda Weekley 1879 – 1956) 사후 뉴멕시코 대학(University of New Mexico)에 기증되어 현재 이 대학이 관리하고 있다.  5)T. H. 헉슬리는 버밍행의 한 대학에서 행한 「과학과 문화」("Science and Culture" 1880)란 연설에서 “첫째, 고전 교육의 어떠한 교과나 주제도 자연과학도들의 시간 할애를 정당화할 만큼 그들에게 직접적인 가치가 있지 못하며, 둘째 진정한 인문교양을 획득할 목적을 위해 오직 과학 교육만으로도 최소한 문학 교육만큼은 효과적이다”(7)라며 과학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려 한 반면, 아놀드는 헉슬리의 주장에 대해 「문학과 과학」("Literature and Science" 1882)에서 자신이 의미하는 “문학이란 . . . . 책을 통해 전수되는 모든 지식이 문학이다. . . . 그리고 근대 국가를 안다는 것은 . . .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튼, 다윈과 같은 인물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을 아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7-8)라고 응수하며 둘은 서로의 다른 입장을 강하게 내세웠다. 헉슬리와 아놀드의 과학과 문화 혹은 문학이라는 두 문화 사이의 갈등은 19세기의 문학작품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19세기의 일어난 두 문화 사이의 갈등에 대한 사항은 추재욱의 “19세기 영소설에 나타난 두 문화의 갈등과 통섭연구: 『지킬 박사와 하이드』와 『주홍색 연구』를 중심으로”(『19세기 영어권 문학』15. 2 (2011))를 참조할 것.  6)이 논쟁은 T. H. 헉슬리가 1860년 영국학술협회 총회모임에서 “당신이 원숭이 자손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조상은 할아버지 쪽입니까, 아니면 할머니 쪽입니까?”라는 옥스퍼드 대주교인 윌버포스의 비아냥조의 질문에 “과학적 진실을 가리기 위해 재능과 영향력을 행사하느니 차라리 원숭이를 조상으로 두는 것이 더 낫겠다”라고 응수하여 윌버포스를 당황하게 만든 사건이다.  7)Mitchel Keller. “The Scandal at the Zoo,” New York Times. August 6, 2006. http://www.nytimes.com/2006/08/06/nyregion/thecity/06zoo.html?pagewanted=all&_r=0  8)뷰캐넌 브래드(Buchanan Brad)는 「디스토피아에서의 오이디푸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의 프로이드와 로렌스」(“Oedipus in Dystopia: Freud and Lawrence in Aldous Huxley's Brave New World”)에서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의 프로이드의 역할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거의 어떤 합의점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헉슬리는 인간 본성에 대한 프로이드 생각에 동의함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모호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75). 하지만 브래드는 헉슬리의 프로이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통해서라기보다는 뉴멕시코의 원시성을 상징하는 존을 통해 헉슬리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프로이드의 생각들이 작품에 투영되고 있음을 밝힌다.

    III. 결 론

    “역사란 허풍이다”(History is bunk 34)라는 의식에 의해, 기존의 전통과 역사를 무시하는 신세계의 패러다임에 대해 헉슬리는 대위법적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말하자면 헉슬리는 본 작품에서 새로운 문명에 대한 우려와 염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동시에 로렌스, 프로이드, 셰익스 피어의 사유와 작가 삶의 근저에 내재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T. H. 헉슬리와 매튜 아놀드와 같은 선대 조상들의 관점을 대위법적으로 상호 대척시켜 기존 문명과는 다른 문명을 탐색하려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스나이더는 헉슬리의 『멕시코만의 건너편에서』(Beyond the Mexique Bay)를 부분 인용하며 상당히 중요한 원시성과 과학주의에 대한 그의 입장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있다.

    헉슬리는 다소 과장되고 풍자적인 『멋진 신세계』를 통해 오늘날의 근대성의 모순을 지적하며, 로렌스적 원시성에서 나오는 ‘완전성’과 과학주의의 ‘전문성’의 상호 대위법적 유용성을 주장하며 합리성에 기반한 과학발전을 주장한다. 그는 1958년에 한 방송국 인터뷰에서 전체주의, 군비 경쟁, 그리고 반생태적인 자연의 파괴 등이 합리적 과학 사회로 가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한다.9) 따라서 그는 과학과 문화의 논쟁에 있어서 직접적인 균형적 중재점을 제공하는 소설가이자 사상가 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헉슬리의 혈육관계에 있는 T. H. 헉슬리와 매튜 아놀드 사이의 과학과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상호논쟁의 어느 편에도 편들지 않고 두 주장의 대위법적 입장에서 있다. 따라서 무스타파 몬드가 사회의 안정성을 제거하고 사회를 위태롭게 하는 고급 예술과 종교를 신세계에서 금하고 있는 과거의 야만적 문화의 산물로 여기고 있지만, 사실 그것들은 매튜 아놀드에 의해 가장 중요시 되었던 문화적 유산이었다. 반면 과학기술의 중요성만을 강조 하며 사회를 위태롭게 하는 정신적 문화적 유산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려는 무스타파 몬드의 태도는 일면 T. H. 헉슬리의 입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헉슬리의 입장은 새로운 문명을 맞이하기 위해서 신세계에서 필요한 것은 T. H. 헉슬리가 문학, 종교, 예술, 문화를 존중하는 가운데서 과학 기술을 추구했어야만 했던 태도, 그리고 아놀드가 새로운 과학기술을 전통적 문화 속에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만 했던 마음자세라 할 수있다. 헉슬리는 과학 발전에 따른 인류의 인간성 상실에 대한 우려를 강력히 표명하면서, 과학의 혁명적 발전과 인류의 인간적 가치가 공진화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발치 뒤로 서서 살펴보는 것이 필요 하며 필요할 경우 그 진로를 수정, 변화시킬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고통과 노력이 수반되지만 인간이 삶의 궁극적 의미를 찾아 정신적인 각성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다(Sion 3). 곧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과학기술 시대의 지나친 근대성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자 가치인 인간성마저도 말살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우려(McClay 35)와 더불어 그 인간성의 회복과 치유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9)Wallace, Mike. "Interview with Aldous Huxley." 1958. 14 October 2014 http://www.youtube.com/watch?v=AzgqWTJkZ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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