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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윤곤강 시의 생물다양성과 생태학적 상상력 Biodiversity and ecological imagination in the poems of Yun gon-gang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윤곤강 시의 생물다양성과 생태학적 상상력

This is a research paper studying on the biodiversity and ecological imagination and Recognition shown in the Yun gon-gang's poems. It was to find new poetic characteristics and meanings in his poems through the ecological approach, and to find important values of his 『A collection of animal poems』in the history of Korean poetry. Because he dealt with animals as major poetic materials and wrote poems, his poetry can be expanded into the ecological poetry beyond the age. In addition, his animal poems also affected overall the poetic world view.

His animal poetry can be characterized as follows. First, he symbolized the characteristics of various animals as ecological imagination and aesthetics point through careful observation. Second, the inherent vitality and life recognition were appeared in his 『A collection of animal poems』, which are also connected in other poems. Third, the ecological imagination through mutual and symbiotic relationship of animals appeared prominently in his poems.

On the other hand, his 『A collection of animal poems』and other poems dealing with animals as major materials revealed the coexistence of realism and modernism, that is to say it showed that reality of the poetry, emotion and poetic aesthetics coexist.

KEYWORD
윤곤강 , 『動物詩集』 , 생물다양성 , 생태학적 상상력 , 생명력 , 생명인식 , 상호관계성 , 공생 , 감동
  • 1. 서론

    시인 윤곤강1)의 『動物詩集』은 한국시사에 있어 동물을 중심 소재로 하여 창작된 최초의 시집이다. 1939년에 발행된『시학』 2) 문예지에 실린 『動物詩集』에 대한 광고에서도 그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광고 문구에는 “朝鮮初有의 動物詩集”, “色다른선물” 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그만큼 이례적이고, 특별한 시집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朝鮮 的으로는 아마 『動物詩集』이란 조핫거나 나뻣거나 여마氏의것이 처음일 것이다. 해서 나는 그의 『詩集』을 받고 한숨에 그것을 읽엇다.”3)라는 글에서도 알 수 있듯, ‘동물’이라는 소재 자체만으로도 당시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었다.

    백철도 “尹崑崗의 第三詩集 『動物詩集』에서 開拓한 新境地는 比較的 特殊한 것이요 또 이 詩人이 自己의 力量을 保證한것도 이 詩集이다”4)라고 할 정도로 이 시집에 대한 시사(詩史)적 의미를 부여하고, 그의 시작 역량도 긍정적으로 평하고 있다.

    이 시집에는 29종류5)의 동물이 등장한다. 이 많은 종류의 동물이 시적 중심 소재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재적 특이성과 참신성이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의 제2시집 『輓歌』에는 뱀, 코끼리 등이, 제4시집 『氷華』에는 새, 벌꿀 등이, 제5시집 『피리』에는 사슴, 지렁이, 나비와 같은 동물이 중심 소재로 등장한다. 제6시집 『살어리』에도 뱀, 반딧불 등 동물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처럼 윤곤강의 전 시집에 걸쳐 동물은 중요한 시적 제재이다. 그러므로 윤곤강의 시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동물이 중심 제재인 작품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 된다.

    곤강이 그 많은 소재 중에서 특별히 왜 동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시를 썼는지, 시집 제목을 굳이 동물시집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지, 곤강이 언제부터 동물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그 계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그의 시집 마지막 장에올 한해동안 내가 써놓은 노래속에서 김승과 버러지를 읊은것만 엮어모아 여기에 <動物詩集>이라 이름지어 보낸다-무인, 섣달, 봄이 서른날, 저자.”라고만 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짐승과 버러지를 소재로 하여 왜 시를 창작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밝힌 글은 없다. 다만 일본의 제국주의가 더욱 강화됨에 따라 리얼리즘 기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인은 ‘동물’을 소재로 하여 풍자적인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이는 ‘이데올로기를 쓸 수 없던 시절에 검열을 피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찾아낸 방법’6)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시인의 영향이라는 측면7)도 언급되고 있지만, 그 영향 관계를 문헌을 통해 직접적으로 규명할 객관적 자료는 필자가 지금까지 찾아본 바로는 없다. 더욱이 곤강의 경우 제3시집 제목 자체를 『動物詩集』이라고 부쳤다는 점에서는 단순히 누구의 영향을 받은 것만으로 규명 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윤곤강에 대한 연구는 전반적인 시 세계8)와 특정 시집을 대상으로 한 연구9), 시와 시론을 함께 연구 10)한 것 등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動物詩集』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김형필11)은 『動物詩集』의 특질을 풍자성 및 해학성 그리고 우언에 집중하였다. 한상철12)은 ‘비유적 이미지와 시적 소재의 역할에 충실했던 동물표상을 주제의식을 구현하는 상징적 표상으로까지 확장시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의 다른 시집에도 등장하는 동물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비교적 정교하게 작품을 해석하였다. 이주열13)은 동물시집 특성을 ‘낭만적 우언과 언어유희라고 하며, 프로계열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언어의 기교에 의한 내용성을 확보하고자 한 당대 카프 출신 시인들의 객관적 기준을 얻게 된 것’라고 분석하였다.

    최혜은14)은 가장 최근 논문에서 윤곤강 시 전체 텍스트를 다루면서 그 중 『動物詩集』과 관련한 분석에서 “제3시집 『동물시집』은 이전에 윤곤강이 보이던 감상성을 극복하면서 현실인식의 상징성을 동물이 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새롭게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풍자성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파헤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의 동물시편들은 가면을 쓴 시인 자신의 모습의 일부이자 일제 강점기에 겪어야 했던 우리 민족의 감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알레고리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곤강의 『動物詩集』에 대한 연구는 리얼리즘과 풍자, 우언, 알레고리 등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현실성 즉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볼 때, 리얼리즘을 시론과 시적 특징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무게중심을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일정정도 필자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動物詩集』을 좀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한다면, 시대정신이나 시대적 배경의 또 다른 이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 개인으로서, 시인이 가진 좀 더 폭넓은 시적 세계관과 가치관 등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관점에서 『動物詩集』을 해석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보며, 더 넓고 깊은 그의 상상력과시 세계관을 읽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온전히 한 권의 시집을 모두 동물 중심 소재로 창작하고, 출간한다는 것과 시 세계 전반에 걸쳐 동물이 시적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시인 자신이 동물에 대한 관심과 세밀한 관찰력, 애정, 무엇보다도 생태학적 상상력과 인식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이에 본고는 윤곤강 시에 나타난 생물의 다양한 이미지와 표상을 통해 드러나는, 윤곤강 시의 생물다양성과 시인의 생태학적 상상력과 인식을 밝히고자 한다. 이는 생태학적 접근 방식을 통하여 곤강의 새로운 시적 특징과 의미를 찾아내고, 나아가 생태문학 연구에 있어서 동물을 중심 표상으로 한 시가 갖는 의미와 『動物詩集』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곤강의 시를 이해하는 데도, 생태문학에 대한 연구 및 창작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윤곤강의 『動物詩集』을 중심 텍스트로 삼고, 『動物詩集』 이외 다른 시집에 실린 동물과 관련한 작품도 필요한 경우, 연구 텍스트15)로 삼고자 한다.

    1)1911~1950. 본명은 붕원(朋遠)이며, 천자문 ‘금생여수 옥출곤강’(金生麗水 玉出崑岡)에서 아호 곤강(崑崗)을 따왔다고 한다. 1931년 20살에 『비판』7호에 「넷 성터에서」를 발표하면서 활동, 『大地』(1937), 『輓歌』(1938), 『動物詩集』(1939), 『氷華』(1940), 『피리』(1948), 『살어리』(1948) 등 여섯 권의 시집을 출간하였다. 또한 평론집 『시와 진실』(정음사, 1948), 찬주서(撰主書) 『고산가집』(1948)도 발간하였다. 윤곤강은 1948년 서정주, 오장환과 함께 『자오선』동인 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자세한 그의 생애와 문학적 발자취는 “윤곤강 탄생 100주년 기념 특집호”에 실린 남진숙, 「시와 현실을 함께 호흡한 시인-윤곤강론」, 『문학·선』, 통권 27호, 2011년 봄호, 26-28쪽 참고 바람.  2)1939년 3월에 창간되어 1939년 10월 통권 4집으로 종간된 시가 중심의 격월간 문예지이다. 시학사(詩學社) 간행으로 편집인 겸 발행인은 1‧2호는 김정기, 3‧4호는 한경석이다. A5판으로, 분량은 광고 포함 1호 54면, 2호 64면, 3호 66면, 4호 71면이다. 곤강이 실질적인 주재자의 구실을 하는 등 나름대로 활동을 활발하게 하기도 한 문예지이다. 그러나 그는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는 않았다. 시학 1‧2호에는『輓歌』에 대한 광고가 목차 다음에 나오고, 3‧4호(각각 8월호, 10월호)에는 『動物詩集』광고가 8월호에는 목차 바로 다음에 실려 있고, 10월호에는, 마지막 안쪽 장에 전면으로 실려 있다. 문구의 전문은 다음과 같이 모두 같다. “朝鮮初有의 動物詩集이다。더구나 著者自幀豪華版이다。보라 무섭게 빛나는 詩的直觀。極致된言語。 强烈한感性。素朴한 情熱을가지고 生과 自然을 노래한 「대지」의 詩人-桎酷의 生活地帶에 눈물의 노래 「輓歌」를 들려준詩人-그는 다시 色다른선물 「動物詩集」을 들고 自我의 前進하는詩的에스프리를 大膽(대담)하게 자랑하고있다!!”라고 되어 있다. 광고의 문구를 누가 썼는지는 알 수 없다.  3)홍효민, 『동아일보』, 1939. 10.4. 칼럼.  4)백철, 『조선신문학사조사』, 수선사, 1948, 276쪽.  5)독사, 나비, 고양이, 벌, 종달리, 달팽이, 잠자리, 문각시, 개똥버레, 왕거미, 낙타, 사슴, 사자. 원숭이, 붕어, 비들기, 갈범, 황소, 올빼미, 할미새, 매아미, 박쥐, 파리, 염소, 검둥이, 당나귀, 쥐, 굼벵이, 털벌레이다. 이 중 낙타에 대한 시가 2편으로 총30편의 시가 시집에 실려 있다. 한상철(「윤곤강 시의 동물표상 읽기」, 『어문연구』, 제77권, 2013. 9, 351-352쪽)은 곤강 시에 사용된 동물시어를 대략 85종 정도로 언급하면서 그의 시집 전체에 대한 시어유형과 빈도수를 조사하여 동물을 얼마나 많은 시적 제재로 삼았는지 자세히 밝혔다.  6)이런 부분이 처음 언급된 것은 백철, 앞의 책, 같은 쪽이다.  7)하기와라 사쿠타로(추원삭태랑(萩原朔太郞),1886~1942) 일본 시인, 고양이를 비롯 포유류, 조류, 곤충류, 양서류, 감각류, 어류 등 다양한 소재로 시를 창작하였다. 최혜은, 『윤곤강 문학연구』, 충남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4, 124-127쪽에서 참조 하였음.  8)초기-중기-후기로 구분, 대표적으로 한영옥(「윤곤강 시 연구」, 『성신연구논문집』, 제18집, 1993), 박철석(「윤곤강 시 연구」, 『국어국문학』제16집, 1997), 유성호(「윤곤강 시 연구-현실과의 길항, 결정적 자의식」, 『한국근대문학연구』, 제24집), 유영근(『윤곤강의 시와 시론의 관련 양상 연구』, 세종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7)등을 들 수 있다.  9)이경교(「윤곤강의 문학사적 자리」, 『목멱어문』제5집, 동국대학교, 1993), 김형필(「동물시집연구」, 『한국어문학연구』,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문학연구회, 1997), 송기한(앞의 글) , 이주열 (『한국현대시에 나타난 해학성과 정신』, 푸른사상, 2005), 김병호, 『한국 근대시연구-주제의식을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학창작 전공 박사학위논문, 2001), 양혜경(「윤곤강 시의 미적 거리」, 『비평문학』제16호, 한국비평문학회, 2002), 송기한(「윤곤강 시의 욕망의 지형도」, 『윤곤강 전집1』, 도서출판다운샘, 2005) 등이 있다.  10)김현정(「윤곤강의 비평연구」, 『비평문학』, 제19호, 한국비평문학회, 2004),김지연(「윤곤강의 시론과 시에 관한 연구」, 『성심어문논집』, 26집. 성심어문학회, 2004), 문혜원, 「윤곤강의 시론연구」, 『한국언어문학』, 제58집,한국언어문학회, 2006) 등이 있다.  11)김형필, 위의 글.  12)한상철, 앞의 글.  13)이주열, 앞의 책.  14)최혜은, 『윤곤강 문학연구』, 충남대학교 박사논문, 2014, 132쪽.  15)본고에서는 송기한 · 김현정 편저, 『윤곤강 전집 1』(시), 도서출판다운샘, 2005을 기본 텍스트로 삼아, 『동물시집』편에서 인용한 시는 제목과 페이지만을, 그 외 시집에서 인용한 시는 시집과 시 제목, 인용한 페이지를 표시하기로 한다.

    2. 생물다양성의 개념과 시적 의미

    생물다양성이라는 개념은 원래 “‘자연의 다양성(natural diversity)’ 또는 ‘생물학적 다양성(biological diversity)’으로 쓰이다가 하버드 생물학자 윌슨(Edward O. Wilson, 1988)이 이 둘 중 후자를 축약하여 책의 제목으로 쓰면서 널리 퍼진 용어이다. 이 용어는 생물학계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거의 일상용어가 되었다. 이제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란 용어는 ‘생명(life)’, ‘야생(wilderness)’ 또는 ‘보전(conservation)’의 동의어로 쓰이거나 종종 이 모든 걸 포괄하는 만능어로 쓰이기도 한다. 1987년 미국기술평가국(OTA. U. S. Office of Technological Assessment)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생물다양 성이란 “생물체들간의 다양성과 변이 및 그들이 살고 있는 모든 생태적 복합체들”을 통틀어 일컫는다. 1989년 세계자연보호재단(Worldwide Fund for Nature)은 “생물다양성이란 수백만여 종의 동식물, 미생물, 그들이 감고 있는 유전자, 그리고 그들의 환경을 구성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생태계 등 지구상에 살이 있는 모든 생명의 풍요로움이다”라고 정의 했다. 다른 정의들도 대체로 이와 비슷한 것으로 보아 생물다양성이란 일반적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전체(Life on Earth)를 의미한다.”16)

    그러므로 생물다양성을 언급하는 것은 곧 생명을 언급하는 것이며, 전지구적 자연을 말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환경문제가 날로 심각해져 가는 오늘날 생태 문제에서 생물다양성의 보존은 그만큼 중요하다.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보존은 곧 생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은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삶에 대한 관심인 동시에 사회에 대한, 자연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연결된다. ‘다윈의 진화론이 단순히 자연과학에만 머무르지 않고, 생물체의 생존이 다른 생물체의 존재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고, 어떤 생물체든 멸종할 수 있으며, 실제로 멸종기도 했다는 인식은 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지금까지 경고’17)해온 사실로부터 이제 생물다양성은 좀 더 구체적으로 더 넓은 영역에서 말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물다양성은 인류문명에 필요한 매우 다양한 생명유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자연의 서비스는 한 지역에 사는 식물과 동물, 미생물로 이루어진 생물 군집들 그리고 이 생물군집들 사이의 상호작용, 생물 군집들과 이것을 둘러싼 주변 환경의 상호 작용 등을 모두 포함하는 생태계의 기능에서 비롯된다.’18) 그렇다면 수많은 생물들은 자연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인간과는 어떤 관련성을 맺고 있는 것일까? 수많은 종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등 생물다양성만큼이나 많은 의문이 든다.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생물다양성은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과 인식 및 세계관을 재고하는데 일조한다. 그동안 생태문학은 자연을 바라보는 인식과 관점을 바꾸었으며, 인간의 이분법적이고 이기적이며 일원론적인 사고 방식에 많은 제동을 걸어왔고 전환 시켰다.

    이런 과정에서 생물다양성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존재뿐만 아니라 타존재(다른 생물)를 인식하고 함께 공생,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존재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기위해서 인간은 끊임없이 ‘나’가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한 관찰과 관심 그리고 애정이 필요하다. 타자에 대한 관찰은 생물의 다양한 특징을 읽어 내고, 그것을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만들어가며 그 상상력은 새로운 생태학적 인식을 만들어가는 데 유용하다.

    생물다양성은 기존의 생태문학의 범위 내에서 “생물”,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생명과 생존(보존)의 문제를 더 중요시한다. 이는 문학에서 가령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이 있다고 할 때, 시인이 자연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서, 느끼지(감동 받지) 않고 창작을 하는 것은 매우 추상적일 수 있다. 물론 경험하지 않은 세계에 대해 시인이 상상력을 발현도 하지만, 생태문학은 그 상상을 포함하여 현실적 체험이나 간접적인 체험과 인식을 바탕으로 생태학적 상상력을 형상화할 때 더 극대화된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본고에서 생태문학으로 다루게 될 윤곤강의 시는 “생물”의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텍스트로서 적합하며, 시집에 등장하는 수많은 생물은 그 자체로 생물들에 대한 관심과 생명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생물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곤강의 텍스트는 문학 작품으로 보기 드문 창작집이고, 연구의 출발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텍스트에 생물이 많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생물다양성을 단순히 이야기 할 수 없다. 생물다양성의 개념에는 자연과학에서 말하는 개념이외의 것을 문학 텍스트가 담지하고 있어야 한다. 즉 문학에서 말하는 생물다양성의 개념은 자연과학의 개념을 포함, 자연과학에는 없는 시인의 상상 세계가 더해져야 한다. 또한 이 상상 세계 안에는 인간 삶의 가치와 의미, 세계관과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생태학적 상상력이 내재돼 있어야 한다. 또한 문학 텍스트 내의 생물다양성은 자연도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감각 세계를 통해 생물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그것에 감동한다는 미학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문학 텍스트는 자연도감이나 자연과학 서적과는 구분 되는 감각과 감동, 생태학적 인식과 세계관이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윤곤강의 동물시집을 비롯한 그의 많은 동물을 중심 소재로한 시는 문학이 지닌 생물다양성의 개념과 시적 의미를 지녔다고 판단된다.

    이에 본고 제3장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의 특징을 중심으로 텍스트를 분석하면서, 시인의 인식 속에 내재되어 있는 생물의 표상을 읽어내고, 나아가 곤강의 시가 생태학적 상상력으로 어떻게 나아가게 되는지 살펴볼 것이다. 제4장에서는 생물다양성의 가장 기본을 이루는 생물의 생존과 생명력에 대한 인식이 텍스트에 어떻게 생태학적 상상력으로 발현되어 드러나는지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생물다양성의 개념 전체를 아우르는 생물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물과 인간이 어떻게 호흡하고 공존하는가 하는 점에 중점을 두고 텍스트를 분석하고자 한다. 각 장의 연구 내용은 뚜렷하게 나눠지는 구간도 있고,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작품도 있지만, 어느 한 특징이 두드러지게 드러내는 작품을 각 장의 경계로 삼았음을 밝혀둔다. 본고에서 소제목으로 특별히『動物詩集』을 강조한 것도 생물다양성의 개념 일부를 시집 제목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이에 대한 내용은 최재천 외 6,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생명』, 궁리출판, 2010, 13-17쪽에서 주로 참고. 생물다양성은 대체로 유전자다양성, 종다양성, 생태계다양성 등의 세 수준으로 나뉜다. 여기에 최근에는 분자다양성도 종종 포함되어 논의된다. 생물다양성의 측정치는 학자에 따라 200만 종에서 1억 종에 이르며, 매년 5천-1만 종의 신종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고, 얼마나 빠른 생물의 서식지들이 사라지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1,300만-1,400만 종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17)김용민, 『생태문학』, 책세상, 2003, 27쪽.  18)앤드루비티 · 폴 에얼릭 지음, 이주영 옮김, 『자연은 알고 있다』, 궁리출판, 2005, 67쪽.

    3. 생물의 특성과 상상력의 결합

    앞서 언급했듯, 생물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것을 작품의 중심 제재 및 이미지로 드러내는 일은 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시인의 섬세한 관찰과 감수성으로 포착된 생물은 자연과학적으로 드러나는 생물학적 특징이외에, 그것을 뛰어넘는 생태학적 상상력과 인식을 드러낸다.

    이 장에서 중점적으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생물의 본래적 특성을 시인의 시선에서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를 통해 생물의 다양한 특성을 생태학적 상상력으로 보여주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시적 자아의 정서는 동물의 이미지를 단순히 청각화 하는 데만 열중해 있지 않다. 청각적 이미지를 통하여, 종달이가 우는 “비비비” 소리를 시인은 몇 번이고 강조하고, 사슴은 “히히”라는 소리를 강조하면서 슬픈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모두 동물이 내는 소리를 섬세하게 관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물론 위 두 편의 시는 모두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민족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표상되어 드러나는 시적 상상력은 생태학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동물의 특유한 소리는 종달이와 사슴의 존재를 더욱 강화하며, 생물학적 특징을 잘 드러낸다. 또한 특징적이라고 할 만한 것은 사슴이 우는 소리를 일반사람들은 경험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시에서는 사슴의 울음소리를 독자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섬세한 시인의 자연(동물)에 대한 관찰력과 상상력이 돋보인다.19)

    이러한 섬세한 관찰력은 “서리맞고 얼어죽은/힌나비 냄새같은 목소리로” 사슴이 운다는 화자의 내면 소리와 중첩되면서 미세한 정서적 관찰과 섬세함이 극대화 된다. 나아가 미학적이고, 생태학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 시에서 사슴의 울음소리는 작지만,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가 결합되면서 한층 독자들에게 크게 들리는 효과를 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시인은 생물의 특성을 “우루루⋯⋯ 우루루루⋯⋯/독독독⋯⋯ 도- ㄱ 도- ㄱ 도- ㄱ”(「쥐」 일부, 176쪽)과 같이 쥐가 천정을 뛰어다니는 현실적 소리로 들려준다. 이는 쥐의 움직임의 특성을 잘 파악한 것이기도 하며, “도- ㄱ”과 같이 마치 ‘도둑’이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도록 묘한 시적 효과를 드러내준다. 그 도둑은 마지막 행에서 정체가 도둑이라는 것으로 분명히 형상화되는데, “뽀족한 그 놈의이빨은, 어느새/끊임없이 내 넋을 파먹고있었다.”와 같이 쥐의 생김새와 습성을 간결하게 형상화하며, 쥐가 왜 도둑인지를 드러낸다.

    또한 소리에 대한 민감성은 “매해해-매해해-염소는 운다”(「염소」, 173쪽)와 “음메 울며 슬픔을 색이는 것”(「황소」, 167쪽)등에서도 단순하지만 동물의 울음소리를 특징적으로 잘 잡아내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형상화하고 있다.

    이처럼 동물들의 소리와 움직임을 통하여 그들의 생물학적인 특성을 섬세한 관찰력과 예민한 촉수를 통해 보여준다. 또한 시의 미학적인 측면을 담보하고자 하는 시인의 노력이 엿보인다.

    위 시에 등장하는 작은 생물 ‘문각시’는 현대 생활 속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원래 ‘문각시’란 문풍지에 붙어사는 벌레이름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문풍지에서 다듬이 방망이 소리가 들려온다고도 한다. 문각시가 등장하는 구전동요가 있는데 문각시는 ‘또닥또닥’ 이라고 되어 있다.”20)고 한다.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아주 작은 소리임에도 옛 사람들은 그 소리를 상상의 소리로 듣고 형상화하였다.

    이 시에서도 역시 ‘똑 똑똑’ 소리를 통하여 화자와 문각시를 일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생물의 소리에 대한 시인의 민감성은 “어둠 속에 찌든 마음,/긋리 귀에 배여/두손뭉처 엄지손꾸락에 입을대고/늙은상제마냥 워-워-울어보다.” (「올빼미」일부, 168쪽)와 같은 시에 등장하는 올빼미(Korean wood owl)는 ‘우우’ 또는 ‘우후후후후’ 하는 울음 소리를 낸다고 말한다. 이는 올빼미21)의 생물학적 특징과 함께 화자의 슬픈 정서를 동시에 형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보기 드문 동물들을 윤곤강 시집에서 만나는 일만으로도 생물다양성의 의미가 있다.

    위의 시는 야행성인 박쥐의 속성을 잘 알고, 그것에 대한 재미있는 구전을 통해 박쥐가 매우 비열한 동물인 것처럼 묘사도 해 놓았다. 그럼에도 후반부에는 박쥐의 먹이 습관을 언급하고 있다. 박쥐는 식충성 (食蟲性)이고, 잡는 곤충의 양이 엄청나므로 곤충집단의 평형을 유지하는데 상당히 중요하며, 몇몇 해로운 곤충을 구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어떤 박쥐들은 ‘열매‧꽃가루‧꿀을 먹기’도 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를 잘 형상화하고 있는 시이다. 구전의 방식을 통해 인간사의 모습도 잘 드러나면서, 동물들의 특성 역시 잘 형상화한 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동물에 대한 특성은 이 뿐만 아니라, “얼마나 흉측스럽게 점지되었기에//저리도 끔직히 발은 많고도긴가!/털돛인 검정 사마귀같은 화상아!//저리도 못생긴 거미에게도/남부럽잖은 한가지 재주는 있어,/무지개처럼 줄을 잘두나 얽어놓았지!/”(「왕거미」일부 , 158쪽)에서처럼 왕거미의 생물적 습성을 통해 시적으로 표상하였다.

    한편 “잎 그늘에 반짝!/푸른 등불/비취빛 쟁반에/진주 이슬방울⋯⋯” (「반딧불, 제6시집『살어리』, 322쪽) 와 같이 숲속에서 떠다니는 반딧불은 마치 별을 보듯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반딧불도 생물학적 특징을 “비취색 쟁반에/“진주이슬”에 비유하면서 생태학적 상상력과 시적 미학을 보여준다. 또한 “저만이 어둠을 꼬매는양/꽁무니에 등불을 켜달고 다닌다.”(「개똥버레」, 157쪽)와 같이 숲속에서 떠다니는 반딧불은 마치 별을 보듯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개똥버레」의 「저흔만 어둠을 꽤매는양」은 妙味(묘미)있는 觀察이며 아름다운 描寫이라고 생각한다 或 어떤 사람은 崑崗의 詩가 말을 豊富히 가지고 잇다고 하나 나는 解釋을 달리하여 崑崗의 詩는 말의 驅使(구사)의 大膽性(대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싶다.”22)라고 언급할 정도로 동물에 대한 관찰력을 통해 생태학적 미학성이 높은 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윤곤강은 리얼리즘 시론을 펼쳤던 시인이다. 하지만 그가 카프 계열이나 김기림과 같은 시론가와 구분되는 지점이 그가 리얼리즘 시인 이고, 시론가였다고 해도 어떤 유파에도 속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시의 이데올로기만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점이다. 이러한 점은 아래의 그의 시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 글은 윤곤강의 시론에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접목 지점을 잘 보여준다. 위 시론 ①에서 중요한 것은 감동이다. 그 감동의 원천은 현실이라는 리얼리즘의 관점을 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②는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좌우되며 그것은 곧 시인의 개성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은 윤곤강이 리얼리즘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모더니즘적인 경향과 공존24)하며 시론을 전개해 나갔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문학의 본질로서 ‘감동’과 ‘공감’을 중시하였던 그의 문학관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모더니즘적 시적 특징은 지금까지 언급한 시 작품에서도 지속적으로 보인다. 이는 모더니즘적 시적 특징의 접점을 동물시집에서 시도하고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도 『동물시집』은 단순히 소재적 차원의 개성뿐만 아니라 곤강의 시 세계관과 시론을 뒷받침 해주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詩를 쓴것은 崑崗이가 아니고 崑崗이 가진 思想이 詩를 썼던것이다 崑崗의 詩는 다만 說明하고 있을뿐이요 그밖에 아모런 生理도 가지지를 않었다.//이러한 옹색한 가운데서 時代는 이미 交替(교체) 되었던것이다. 崑崗의 시는 그것이 다만 思想으로써도 바뀌어진 時代와 알맛지를 않었다. 動物詩集은 이 交替되는 前代에로의 崑崗自身의 處世宣言인것이다 (중략)이런 意味에서 動物詩集은 前者 「大地」 「輓歌」와 全然 樣態를 달리하고 나왔다”25)와 같이 『動物詩集』에서는 사상을 드러내지 않고 그만의 ‘안착된 정신’ 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곤강의 시적 세계관과 표현의 기법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변화에서 시인은 자연스레 동물을 시적 중심 제재로 삼았던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것은 사상을 벗어나 곤강이 편안하게 안착할 수 있던 시적 영역이었을 것이다.

    동물들을 보고 듣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생태학적 상상력과 인식은 자극된다. 그러므로 동물의 특성을 통하여, 오늘날 멸종되어가는 동물이 어떤 것이 있는가 하는 것은 생물학이나 동물학 사전을 통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생태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본적인 시적 소재 및 재재에 대한 창작 활동 또한 꾸준히 필요하다. 시인은 물론 독자들 역시 생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증폭될 수 있을 것이다. 그점을 1930년대 곤강이 직‧간접으로 동물을 경험했던 것에 더하여, 상상 력과 생태학적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이 시에서 종달새가 살고 있는 “푸른 들, 푸른 샘”이라는 환경과 사슴이 사는 “산과 골, 맑은 시냇가, 뜯어먹던 풀” 등 자연 배경으로, 제5장에서 다루게 될 상호작용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20)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trueviewer&logNo=30086337719, 2014.10.10. 구전동요로 ‘함박 뒤뜰에 반달 중천에 솟았네/찬이슬 가을밤 낮과 같이 밝도다/때 만나 모든 벌레 천지에 울에소리//어여쁘다 귀뚜라미 어여쁘다 베짱이/문각시는 또닥또닥 지렁이는 지르르르르/가지각색 모든 것 내가 한 번 듣고파’ 를 소개하고 있다.  21)『한국어백과사전』,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do?docid=b16a1968a, 2014. 10.12.올빼미의 경우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되는 비교적 드문 텃새로 주로 등줄쥐를 주식으로 하는 한국 특산 아종(亞種)이다. 잣나무·소나무·참나무·밤나무 등 늙은 거목에 생긴 구멍에 2~3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심야에 울어대는 독특한 울음소리는 한국의 옛 농촌이나 은둔국이던 지난날의 한국적 풍취를 상징한다. 흔히 노출된 나무구멍에 번식하므로 사람의 눈에 잘 띄며, 아이들의 장난에 쉽게 당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올빼미도 역시 멸종 직전으로 천연기념물 제324호로 지정되어 있다. 한반도에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사라져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2)李貞求, 「『動物詩集』의 安着된 精神『大地』『輓歌』와의 關係에서」, 『시학』제4집, 詩學社, 1939, 10, 48-49쪽.  23)윤곤강, 「감동의 가치」, 송기한 · 김현정 편저, 『윤곤강 전집 2』, 다운샘, 2005. 43-44쪽.  24)조달곤은 윤곤강에 대해 언급하면서 30년대 후기 그가 어느 정도 모더니즘에 경사된 시를 발표하고 있었던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민족 현실의 첨예한 부분을 포착해내면서도 시의 형식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30년대 후반의 리얼리즘적 지향과 모더니즘적 지향의 상보성을 읽어낼 수 있다고 하였다.(조달곤, 「1930년대 후반기 시의 전개양상」, 『한국 모더니즘 시학의 지형도』, 국학자료원, 2006, 107쪽),  25)李貞求, 앞의 글, 48쪽. 김형필(앞의 글, 385쪽)도 동물시집이 그의 시세계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념적이기는 하지만 순수시로 향하는 그의 노력이 담겨져 있다고 언급하였다.

    4. ‘살아있음’과 생명인식

    생태문학 및 생태인식의 가장 저변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생명인식과 생명력이다. 이를 가장 잘 뒷받침해주는 것은 바로 생물다양성이다. ‘생물다양성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을 가리키는데, 이는 생물의 생존, 즉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명유지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생물다양성은 곧 생명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된다.’26) 이처럼 생물은 그 생존 자체만으로도 생명으로 간주된다.

    생태문제와 관련하여 오늘날 유독 생물다양성이 화두가 되고 중요한 이슈가 된 것은 지구의 기후변화, 자연환경의 오염, 인간의 욕망에 의한 마구잡이 동물학살, 식물 채취 등으로 인해 지구 생물의 종이 점점 멸종 되거나 희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생태계의 파괴는 생물다양성의 감소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현재 생물종은 정상적인 속도에 비해 50-100배 정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고, 전 세계 조류의 1/8이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27)고 하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생물의 멸종은 곧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신호이고, 나아가 인간의 멸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생물다양성협약의 3대 목적에는 ‘생물다양성의 보전’이 첫 번째로 들어가 있다. 그만큼 다양한 생물을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책무가 된 시대이다. 그러므로 어떤 생물 하나도 소홀하게 대할 수 없는 것이다. 일찍이 곤강은 생명의 소중함을 그에 시에 잘 드러내었다. 특히 작고 여린 것에 대한 생명력에 대한 그의 상상력은 시대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곤강의 시에 나타난 동물의 이미지나 표상은 역동적이고 생명력이 왕성한 생물의 모습은 아니다. 동적인 부분보다는 대체적으로 동작이 작고 섬세하며, 약한 모습의 이미지가 주조를 이룬다. 그러나 생물은 기본적으로 생명력을 지녔다. 아무리 미물일지라도 생존해 있다는 점은 생명 그 자체로 인지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생태문학에서 중요하게 인식하고 다루어지는 것도 바로 살아있는 생명의 존귀함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달팽이는 털벌레나 굼벵이보다도 더 작은 존재로 형상화되어 있다. 달팽이는 작고 느리고 여린 존재이다. 시인의 시선은이 작은 생명체에 머물고 있는 것은 움직임 때문이다. 다른 동물들은 변화하여 새로운 세상이나 존재가 되는데 달팽이는 여전히 그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인은 “차라리 이신세가 나는 좋단다”라고 달관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윤곤강 시에서 자연은 단순한 관조나 달관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시인이 처한 현실의 자연이고 생태이다. 그러므로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은 동물(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무엇이든 빨라진 현대사회에서 느림의 미학28)에 사람 들이 새롭게 눈을 돌리는 시점에서 달팽이는 생태 생활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요즘 세태를 곤강은 생태학적 시적 상상력으로 진작에 예언이 라도 한 것처럼 보인다. 다음의 시는 이 시와 연장선상에서 그의 생태학적 인식을 잘 드러낸다.

    ‘어느 거친 발길에 채이고 밟혀/몸이 으스러지고 두 도막에 잘려도’ 지렁이는 ‘붉은 피 흘리며 흘리며’ 죽지도 않은 채 ‘아프고 저린 가슴을 뒤틀며’ 살아간다(「지렁이의 노래」, 242쪽29)는 점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한다. 지렁이는 달팽이보다 일반적으로 속도는 빠르지만, 달팽이 만큼 작고 힘없는 존재이다. 지렁이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시인의 시선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그의 첫 번째 시집 『大地』는 주지하다시피 생명을 기본 바탕에 두고 있다. 첫 시집을 대지로 잡을 만큼 그는 생명에 대한 관심을 시작(詩 作) 초기부터 갖고 있었다. 시인의 생명인식은 초기부터 시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생명의 근원은 대지이며, 대지로부터 생산되고 소비되고 다시 대지로 돌아가는 생명의 순환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또한 비생물인 대지의 끊임없는 생명력이다. 그리고 시인의 생명에 대한 인식 은『動物詩集』에 이르러 더 선명하게 형상화되며, 동물들의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감지하는 예민한 시적 감각을 드러낸다. 생명에 대한 인식은 제4집 “『氷華』(1940)에서는 감상적 경향이 잦아들고 비교적 본원적인 생명의 서정으로 방향이 바뀌게 된다”30)는 평가처럼 이러한 변화는 이미 『動物詩集』에서도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생명인식은 그의 시세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시적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위 시에 등장하는 굼벵이 역시 사람들은 <꿈틀거리는 재주뿐이라>는 말로 매우 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 ‘굼벵이도 구루는 재주가 있다.'나, '일할 때는 굼벵이요, 먹을 때는 돼지다'라는 속담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래전부터 굼벵이는 게으르거나, 무능한 것 혹은 느림의 대명사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 시에서는 굼뱅이에 대한 존재의 반전을 보여준다.

    시인은 1연에서 “슬금 슬금 기어나온다 기어나온다”, 2연에서는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 수 있고” 심지어 “노래도 부른다”처럼 굼벵이의 존재는 점층적으로 움직임이 강조되고, 새로운 생명의 탄생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굼벵이의 이면을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작은 생물에게도 얼마나 끈질긴 생명력이 있는가 하는 점을 수시로 인식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하늘을 탐하는 나비넋이/흉측스런 털버레가 되어/쭉 뻗은 풀잎끝으로/ 자꾸만 자꾸만 기어오른다. //흉측스런 털옷을 벗어던지고/희망의 나라 높은 하늘로/고은옷을 갈아입고, 단숨에/ 푸르고 날라가고파,/애쓰며 애쓰며 기어올러간다.” (「털버레」전문, 178쪽)에서처럼 작은 생명체 하나하나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시인의 시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위 시에서 잠자리는 유년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매개체인 동시에 시인의 생명존중사상과 생태인식이 가장 집약된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잠자리를 통하여 동물 표상이 비유의 차원을 넘어 시적 화자의 세계 인식과 태도를 함축한 시적 상징으로 확장된다는 사실이다.’31)이 확장의 한 가운데에는 본연적인 생명인식에 대한 윤곤강의 태도와 가치관이 깊이 함축되어 있다.

    살아있는 생명-잠자리를 잡아서 불에 끄슬려먹던 동무들의 행위와 자신이 언제부터인지 그 행위가 얼마나 부끄러운지 깨닫는 순간 시적 화자는 잠자리를 먹지 않게 된다. 잠자리를 자신과 같은 생명체로 인식하는 순간, 그 순간은 마치 깨달음이나 득도의 순간만큼이나 시적 화자에 게는 생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갖는 계기가 된다.

    오늘날 생명의 위기는 인간의 이분법적인 이성적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생명은 처음부터 나눌 수도, 끊을 수도 없는 일원론적인 세계로 그 경계를 구분 지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을 무시하고, 인간이 동물이나 미물을 구분하고 살아있는 생명체를 함부로 다루었던 것이다. 이는 인간의 문명과 욕망, 과학의 그릇된 결과이다. 그래서 모든 생명은 행복하고 평화로울 권리가 있고, 이제 인간은 그것을 지켜주기 위해 더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실천은 얼마 전 ‘생명다양성에 대한 선언’32)에서도 드러난다. 이 선언은 마치 위 시에서의 화자의 독백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평등하고, 생명이 소중하다는 생각은 시인의 인식 저변에 기본 바탕으로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에서는 잠자리라는 동물을 보여주고 있지만, 생물다양성의 관점 에서 보면, 비생물에 해당되는 공기, 햇빛, 물, 바람, 흙 등과 같은 무정 물(無情物)의 생명성도 함께 이른다. 위 시에서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적 연속성은 ‘나-이웃집 순이-잠자리’로 연결되는 순환고 리로 작용하여 생명의 상호 교환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생명과 더불어 상호작용하는 공동체로서의 생물다양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적 확장은 다음의 장에서 중점적으로 언급하도록 하겠다.

    26)유네스코한국위원회, 『생물다양성은 생명, 생명다양성은 우리의 삶』, 2010, 9쪽 참고. 이 도서는 유네스코가 2010년 생물다양성의 해를 맞이하여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유엔환경계획(UNEF),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무국 등과 협력하여 만든 전시자료를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우리말로 번역하여 국립문화재연구소와 협력하여 출판한 책이다.(책 서문 내용 참고)  27)유엔환경계획 한국위원회, 『생물다양성협약』, 유넵프레스, 2002, 20쪽.  28)전에 1980년대 중반, 로마의 명소로 알려진 에스파냐 광장에 맥도날드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여기서 제공하는 패스트푸드가 이탈리아의 식생활 문화를 망친다는 위기를 낳자 슬로푸드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즉 맥도날드는 빠름의 상징처럼 되었었다. 그 후 산토리노 식당 간판에 슬로우 푸드의 상징을 달팽이로 로그를 넣어서 사용한 것이 오늘날 슬로푸드의 상징이 되었다.  29)제4시집 『氷華』에 실린 시이다. 여기에서 지렁이는 두 동강으로 나눈 우리 민족의 처지를 의미한다. 곧 우리 민족을 지렁이와 동일시한 상징적 의미가 그동안의 보편적인 해석이다. 필자 역시 여기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30)유성호, 「윤곤강 시 연구-현실과의 길항, 결정적 자의식」, 『한국근대문학연구』, 제24집, 2011, 98쪽.  31)한상철, 「윤곤강 시의 동물표상 읽기」, 『어문연구』, 제77권, 2013. 9, 364쪽.  32)세계 3대 환경협약으로 불리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UNCBD-COP12, 이하 CBD)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2014년 9월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3주 동안 열렸다. 주요 국제기구 수장, 각국 환경장관, 환경 전문가 등 2만여 명이 참석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물다양성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기간 중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를 비롯해 조계종 환경위원회, 불교생명윤리협회,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로터스월드, 화쟁아카데미 등 불교계 단체들은 2014년 10월 11일 월정사에서 열린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 행사에서 ‘2014 생명평화를 위한 평창불교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총회의 성과는‘아이치목표’ 달성을 위한 ‘평창로드맵’이다. 아이치목표란 2020년까지 훼손된 생태계의 15% 이상을 복원하는 등 생물다양성 유지를 위해 국제사회가 이행하기로 한 목표다.‘강원선언문’에는 비무장지대(DMZ)와 같은 접경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존과 평화 증진 등이 포함됐다.

    5. 생물의 상호관계성 및 상호 작용

    생물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주변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생물을 둘러싼 환경에는 생물적 환경과 비생물적 환경이 있는데, 생물적 환경 요인은 한 생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생물들이며, 비생물적 환경은 온도, 물 공기, 토양 등과 같은 요인들이다. 생물의 지속 가능한 생존은 이들 생물적 환경 요인과 비생물적 환경 요인 사이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33) 이처럼 생물은 혼자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이는 인간을 포함하여 전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마찬가지이다.

    생태문학에서도 ‘자연이 능동적인 주체(relation self)라는 인식에서 ‘관계적 자아’의 개념이 나온다. 이 때의 관계는 권리 ‧ 법 ‧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돌봄 ‧ 사랑 ‧ 우정‧ 믿음‧ 상호협력의 가치와 도덕적 통찰’34)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보는 기본적인 원리 이며, 주목해야 하는 것은 상호 작용이다.

    아래의 시는 이처럼 생물적 요소와 비생물적 요소의 상호관계성과 상호 작용을 잘 형상화한 작품이다.

    붕어 가물치는 돌샘을 떠나서 살 수 없다. 그 물고기들은 샘(비생물적 환경)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시적 화자인 나는 비인 마음을 붕어에게 의지하며 물밑에서 노는 상상을 하게 된다. 서로서로의 관계를 떠나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란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는 관점이다.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존재할 만한 원인과 조건 그리고 이것과 저것의 관계가 성립되었을 때에만 가능한 것임을 뜻한다. 35) 이처럼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은 서로 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위 시에서 붕어는 마치 실체하는 것처럼 “그”가 된다. 실제 붕어와 내가 함께 공존할 수 없지만, 마음으로는 늘 관계 맺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곧 나와 붕어 그리고 돌샘이 하나가 되는, 자연계의 균형이다. 이는 동시에 시인이 자연의 원리를 깨닫고, 생물과 비생물의 경계를 나누지 않은 생태학적 상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와 붕어도 마찬가지인 관계가 된다. ‘나, 붕어 가물치, 돌샘’은 다같이 상호 관계36)를 맺고 있다. 이러한 정서는 시인의 심리적 여유를 드러내면서, 인간의 감정 의식이 투영된 생태적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계 맺음은 “단청마저 의의한 새장속에/가슴이아퍼 내마음 비들기는 꾸꾸운다.”(「비들기」일부, 165쪽)에서처럼 비둘기와 내가 하나가 되어 감정을 공유하거나, “말하지 못한 나의 기쁜 이야기는/숲에 사는 적은 새가 노래해주고//”(「별과 새에게」, 제4시집, 『氷華』, 193쪽)에서처럼 새와 화자가 서로 감정적 소통을 공유하는 객관적 상관물로서 표상화된다. 이는 시인이 ‘사물과 혹은 어떤 시적 대상과 일체화되지 못하거나 감정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시로써 표현할 수 없다’ 는 극히 상식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할미새는 매 혹은 솔개미에 쫓겨 화자가 있는 비인뜰에까지 온다. 이시에서 일제강점기 시대라고 염두해두면, 이 시에 대한 해석은 고정적으로 머무르게 된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할미새는 ‘나’ 즉 인간과 동물의 관계 맺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생명의 세계에서 그 본질은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을 지니며, 생태계란 이러한 상호의존성을 기본으로 하여 살아가기 때문에 할미새가 처해 있는 환경과 화자인 내가 처해있는 환경은 별개의 것이 아닌 것이 된다. 그것은 함께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외로운’ 정서까지를 공유하게 된다. 이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의 관계가 된다.

    이처럼 생물다양성은 기본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공동체로서 공유하고 있는 환경에서 생물체의 삶은 협력, 경쟁, 포식, 공생, 또는 기생에 의해 조절되는 관계망으로 얽혀 있는 것’37)이다.

    위 시는 <옛 이야기>라는 부재가 붙어 있다. 이는 동화적 발상으로 슬픈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 역시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고난한 현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미래를 꿈꾸는(광복) 것으로 정형화하여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영옥38)은 “민족의 꿈을 暗中摸索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寓話的 표현”이라고 언급하면서 “主情的 吐露의 激烈性을 띠었던 以前의 詩的特色으로부터 한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다”라고 하였다. 그만큼 위 시는 곤강의 여러 동물 작품 중에서도 주목되는 시이다.

    위 시에서 김첨지와 늙은 당나귀가 처한 현실은 ‘새벽부터 비가오는’ 암울한 현실이 된다. 즉 둘은 자연현상의 현실을 공유하면서 상호 관계를 더 돈독하게 된다. 상호관계성으로 보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특히 ‘장돌뱅이 김첨지가 노는날=늙은당나귀도 덩다러 쉬는 날’로 등가되면서 김첨지와 당나귀는 하나의 존재가 된다. 즉 둘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인 동시에 김첨지와 당나귀는 하나가 되기도 하고, 김첨지가 당나귀라는 객관적 상관물로 치환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나귀의 꿈은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연상케하면서 시적 상상력의 확장을 가져 온다. 이때 비도 비생물이지만 역시 김첨지와 당나귀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계성을 지닌다. 생물다양성은 앞서 언급했듯, 어느 한 가지 생물 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식물과 동물을 둘러싼 환경과도 상호 연관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위 시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차치하더라도, 상호 관계성 및 상호 작용으로 분석하는데 하나도 어색함이 없다. 그러므로 윤곤강의시 해석에 있어 시대적 배경에 함몰되어 해석하는 것은-물론 그것도 필요하지만- 특히 한국 최초의 『動物詩集』의 가치와 그 의미를 본의 아니게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33)최재천 외 6, 앞의 책, 35쪽.  34)신두호, 「남성과 에코페미니즘」, 『영미문학 페미니즘』, 제9권 1호, 2001, 51-53쪽.  35)도법스님, 『화엄경과 생명의 질서』세계사, 1990, 32-33쪽. 불교사상에서 이는 모든 존재의 생성변화와 소멸의 실상을 연기법의 원리로 파악하여, ‘이것 있음으로 인하여 저것이 있고 이것 생김으로 인하여 저것이 생긴다. 이것 없음으로 인하여 저것이 없고 이것 멸함으로 인하여 저것이 멸한다’(『相㒣部經典』, 十二)’라고 하였다.  36)고영섭, 「불교의 자연관」, 『佛敎語文論集』제6집, 한국불교어문학회, 2001, 125쪽. 이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불교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살아있는 물과 고기의 연생과 연멸로 비유될 수 있다. 고기는 살아있는 물이 없으면 살 수 없고, 물은 고기로 대표되는 생물이 없으면 온전한 물이 될 수 없다. 고기는 살아있는 물로 인해 숨을 쉬고, 물은 고기로 인해 활발한 생명활동을 하게 된다. 때문에 물과 고기는 연기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37)유네스코위원회, 앞의 책, 13쪽.  38)한영옥, 「윤곤강 시 연구」, 『성신연구논문집』, 제18집, 1993, 61쪽.

    6. 결론

    본고는 윤곤강의 동물시집을 비롯, 동물과 관련한 시 텍스트를 연구하면서 기존 연구에는 없었던, 생태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였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특히 동물을 중심 제재로 한 『動物詩集』에서 자연에 대한 그의 남다른 시선과 생명인식, 생물에 대한 애정은 그의 시 전반과 다른 시집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세 세계관이 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생태문학 연구에 있어 그 하위 범주로 동물을 중심 제재로한 시를 생태시의 한 부분으로 확장시켜 연구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 시사에서 이처럼 동물시집이 출간되었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인식과 생태학적 상상력의 토양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고, 생태문학의 연구 범위를 시대적으로 더 확장할 수 있는 텍스트를 충분히 확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시사에서 윤곤강의『動物詩集』이 갖는 중요한 가치를 인식 시켜주고, 생물다양성의 중요성과 생태 학적 상상력을 읽어내어 생태문학의 시대적 저변을 확장하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한편 곤강이 리얼리즘 시론을 지향 했지만, 그 시론 안에는 모더니즘에 대한 갈망이 직‧간접적으로 드러난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이는 곤강의 시 세계 전체에서 특히 『動物詩集』에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공존을 통한 시의 현실뿐만 아니라 미학적 표현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므로 윤곤강 시론과 시 창작 그리고 시 세계관에 있어서도 『動物詩集』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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