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전체 메뉴
PDF
맨 위로
OA 학술지
암 인문학 수업 자료 A?Curriculum?for?Cancer?Humanities
ABSTRACT
암 인문학 수업 자료
KEYWORD
  • 암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암환자가 전무한 경우는 드물고, 언젠가 우리 자신도 암환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간다. 암 연구는 표적치료를 비롯해 임상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꿔온 첨단에 위치해 왔지만, 진단명과 병기, 통계역학 수치로 환원될 수 없는 암환자와 그 가족들의 질병경험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문화적 맥락과 의료체제, 정치경제적 환경은 암 검진과 진단, 치료와 치료 이후의 삶, 죽음에 이르는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암은 주요 사망원인일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삶과 경험을 이해하는 지평을 넓히는 의미 있는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

    의과대학 교육의 상당 부분이 대학병원에서 암 치료와 연구를 전담하고 있는 임상의학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지만, 암을 본격적인 주제로 다룬 인문학 수업은 많지 않다. 필자가 개설한 암인문학(cancer narratives) 수업은 문학과 역사학, 문화인류학적 시각으로 암을 접근한 서적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한 뒤 수업시간에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다음에 소개할 6권의 책은 암인문학 수업에 활용되었던 교육자료이다.

    최종 연구 과제물로 학생들은 각자 유방암이나 췌장암과 같은 특정 장기의 암이나 암과 관련된 사회문화적 이슈(인종불평등, 성소수자, DDT [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와 발암물질의 역사 등)를 선정하여, 해당 주제에 대한 논문, 통계, 질병서사, 민족지, 신문기사, 정책문서, 소셜미디어, 유투브 영상, 예술작품 등의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자료를 수집하여 본인의 해석과 함께 제시하는 온라인 웹사이트를 만들어 제출했다. 이러한 대안적 아카이브 제작 작업을 통해, 생의학 지식 전달에 국한된 대학병원의 온라인 의학정보의 한계를 너머, 더욱 풍부한 언어와 목소리로 암을 이야기하고 암환자와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Sontag S. Illness as metaphor(은유로서의 질병). New York (NY): Farrar, Straus & Giroux; 1977.

    손택은 우리 모두는 “병든 이들의 왕국과 건강한 자들의 왕국의 이중 시민권을 갖는다”며, 우리를 암환자의 세계를 탐색하는 여행자로 초청한다. 19세기 결핵이 그랬던 것처럼, 20세기 암에 대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부정적 은유들이 암환자들이 사회적 고통을 겪게 한다고 주장한다. 암인문학 수업에 사용된 저서들은 이러한 손택의 주장에 대한 비판적 재해석을 토대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형태로 제시된다. 손택의 저서는 언어가 환자의 질병경험에 미치는 실질적인 힘을 느끼게 하기에, 암인문학 수업을 비롯한 의학적 글쓰기와 의사-환자 커뮤니케이션 수업의 서론에 활용할 수 있다.

    Mukherjee S. The emperor of all maladies: a biography of cancer(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 New York (NY): Simon and Schuster; 2010.

    종양내과의 무케르지는 은유가 갖는 과도한 짐에 대한 손택의 지적을 비판하고, 은유가 갖는 실질적 함의를 강조하며 암세포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자서전적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의 전반부는 마법의 탄환과 같은 항암치료의 모델을 개척한 파버와 근치적 수술을 주창한 홀스테드를 중심으로, 피아와의 암전쟁 은유에 기반한 종양학 발전의 근대사를 다룬다. 후반부는 침윤적 암치료 패러다임에 대한 반성을 불러일으킨 환자 운동과 통계역학적 분석, 담배 발암물질 논쟁, 완화의학, 표적치료의 역사를 살펴본다. 저자는 환자의 경험을 비롯한 암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을 기획했지만, 의과학자들의 영웅적인 발견의 역사가 책 전반에 지배적인 담론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암과 관련된 다양한 학문적 접근의 역사적 배경과 기본 개념을 통합적으로 조망하는 데 유용하여 암인문학 수업 도입부로 사용하기에 적절하다. 책 제목과 동일한 제목으로 제작된 3부작의 PBS 다큐멘터리를 영상 자료로 함께 사용했다.

    Jain L. Malignant: how cancer becomes us. Berkeley (C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13.

    문화인류학자 자인은 암의 은유와 치료법의 역사를 너머, 암을 정치, 경제, 제도, 과학, 윤리, 종교에 얽혀있는 총체적인 사회적 과정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자인은 성소수자로서 유방암 절제술을 받은 경험을 토대로, 환자에게 병기와 예후는 병리 보고서의 진단명과 5년 생존율 이상의 의미와 불확실성, 비난과 책임의 문제를 고통스럽게 몸에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임을 이야기한다. 또한 핑크 리본의 문화가 제시하는 암생존자의 도덕적 전형, 위험인자와 바이오 마커에 집중된 학술적 논의가, 암을 환자 개인의 행동과 유전적 배경의 문제로 사사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발암물질 배출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기업들이 핑크리본 캠페인을 후원하는 아이러니를 직면하여,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힘든 암의 환경적 원인에 대한 의학계의 무관심과 발암물질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전무한 정부의 책임을 지적한다. 담배 포장 디자인과 발암물질 경고문에 대한 규제 미비로 인해 궁극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은 누구인지 질문하며, 개인화된 암문화와 암불평등을 바꿔 나갈 암정치의 필요성을 주창한다. 암인문학 수업의 주요 이론적 개념들을 제시하는 저서로, 암인문학 수업의 전반부에 학생들이 연구계획서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기말 연구과제에 사용할 분석의 틀을 고민할 수 있게 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Boyer A. The undying: pain, vulnerability, mortality, medicine, art, time, dreams, data, exhaustion, cancer, and care(언다잉: 고통, 취약성, 필멸성, 의학, 예술, 시간, 꿈, 데이터, 소진, 암, 돌봄). New York (NY): Farrar, Straus and Giroux; 2019.

    시인 보이어는 손택이 한 번도 ‘나’ 자신을 주어로 암 경험을 서술한 적이 없었음을 지적하며, 암의 역사는 종양학 발전의 역사나 문화 비평이 아니라 암이 존재하는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암환자들 각자의 역사임을 주장한다. 보이어는 가난한 싱글맘으로서 유방절제술을 받고 다음날 병원에서 강제 퇴원 당해 스스로 운전해서 집에 돌아가고, 병원비 때문에 수술 후 통증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강사로 출근해야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위한 유방재건술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모순적 현실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전달한다. 항암치료의 극심한 통증과 소진, 돌봄에 대한 생생한 기록으로, 영문학 교수였던 암환자의 시각에서 항암치료 경험을 다룬 영화 “Wit!”를 함께 논의하였다. “언다잉”을 읽고 나서 학생들에게 암환자의 시각에서 쓰여진 글이나 영상, 예술작품을 찾아서 그 의미를 분석하고 발표하는 방식의 간략한 중간 과제를 낼 수 있다.

    Wailoo K. How cancer crossed the color line. Oxford (UK): Oxford University Press; 2011.

    역사학자 와일루는 손택과 같은 백인 중산층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유방암이, 미국사회의 정치적 변화 속에서 어떻게 흑인의 질병으로 인식되기 시작되었는지 보여준다. 일면 정치중립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방암 자가검진을 비롯한 암예방 캠페인의 메시지와 암 역학 연구에서 흑인이 구조적으로 배제되어온 역사가 미국의 인종차별적 사회구조와 문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재조명한다. 인종 간 암불평 등의 문제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통해, 인종을 변하지 않는 생물학적 실체가 아닌, 정치경제, 과학, 물질적 환경에서 끊임없이 변천해 온 사회문화적 산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암인문학 수업 외에도 건강불평등, 젠더와 건강을 주제로 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Livingston J. Improvising medicine: an African oncology ward in an emerging cancer epidemic. Durham (NC): Duke University Press; 2012.

    역사학자 리빙스톤은 손택과 같은 뉴욕의 상류층 환자가 누렸던 종양학 연구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적극적인 암치료 환경과 대조되는, 보츠와나의 유일한 암병동에서 수행한 민족지적 연구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암환자들과 의료인들이 겪는 좌절과 돌봄, 임기응변의 세밀한 드라마를 보여준다. 암은 서구 선진국의 병, 전염병은 아프리카의 병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발암물질 수출과 광산 노동, HIV/AIDS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infection and 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 팬데믹의 만성화로 급증한 아프리카 암환자들에 대한 무관심과 방관을 비판한다. 아프리카의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벌어지는 암진단과 통보, 절단수술 치료 결정, 통증조절의 윤리적 결정은 환자 개인의 자율성, 문화, 사회적 정의, 희망, 죽음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암인문학 수업 외에도 의료윤리, 국제보건, 돌봄과 관련된 수업에 활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참고문헌
이미지 / 테이블
(우)06579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201(반포동)
Tel. 02-537-6389 | Fax. 02-590-0571 | 문의 : oak2014@korea.kr
Copyright(c) National Library of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