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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한국 내 공공보건의료 개념의 문제점과 재설정 Problems and Reconsideration of the Concept of Public Health Care (Public Health and Medical Services) in South Korea
ABSTRACT
한국 내 공공보건의료 개념의 문제점과 재설정
KEYWORD
National health insurance , Public health , Public health and medical services , Public health care
  • 서 론

    공공의료, 공공금융, 공공운수 등 ‘공공(公共)’ 용어의 홍수 시대이다[1]. 공공이라는 용어가 정책적 의미를 넘어서 정치적 의미를 포함하는 용어가 된듯하다. 2020년 초반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언론에서 공공의료 관련 기사를 많이 다루고 있으며,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의료의 정착, 확대가 국민에게 혜택이 된다는 논리를 펴면서 자신들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2]. 하지만 제대로 된 의미를 파악하지도 못한 채 무분별하게 공공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공공의료의 의미가 혼란스러워지고 방향성이 흐려지고 있다. 예를 들면,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국가 재난사태에 대응하는 의료, 지역소멸위기를 극복하는 의료, 응급의료, 중증환자 치료와 관련된 의료, 보건소, 보건지소 확충과 관련된 공중보건, 공공의대 설립,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 정부설립 병원과 병상 확충을 언급하는 표현 등에서 공공의료라는 용어가 내포하는 의미가 법적 정의와는 배치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일관성 없이 사용되고 있다[3-6].

    이러한 현실은 앞으로 공공의료 관련 정책 추진 시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정책 우선순위의 혼선으로 인해 정책의 효과성, 효율성 저하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에 공공의료의 정의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 중심 고찰을 통하여 대안을 제시하여, 새로운 정의에 부합하는 보건의료정책이 시행되도록 하고자 한다.

    공공의료 개념과 정의에 대한 연구방법은 기존의 보도자료, 법률상 정의 검토, 각국의 정의와 의료시스템의 검토, 현재 추진 중인 국가정책의 현황에 대한 고찰을 이용하였다.

    공공의료: 용어의 개념과 정의

    공공의료를 논하기 전, 공공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근거인 공공성(publicness, 公共性)에 대해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공공성이 추상적인 개념이라 실체적인 의미나 방향을 논하기 어려우나, 공공의료가 주창되는 이유가 ‘공공성을 얼마나 성취하는가?’라는 의미에서 본다면 공공성의 의미를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7].

    Saito [8]는 공공성을 공적(official, 公的), 공통적(common, 共通的), 공개된(open, 公開) 세 요소로 보았다. 공적인 것은 공중의, 일반 국민의, 공공에 속하는 의미로,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를 의미한다. 공통적인 것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통, 보편적으로 관련되는 행위를 의미한다. 공개된 것은 공개의, 공공연한 의미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접근 가능한 공간과 정보를 의미한다고 하였다[8]. Cho [9]는 국민이 참여하는 공민성(公民性), 국민이 혜택을 보는 공익성(公益性), 국민이 정보를 알게 되는 공개성(公開性)을 공공성의 세 요소로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내 연구자들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다양한 공공성 평가지표를 만들고 적용하였다[10-14]. 그러나 대다수 연구는 공공성 평가대상을 개별 의료기관에 국한하였고, 의료 공공성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정책을 평가하는 지표개발이나 개발된 지표의 적용에 관한 논문은 전무하다. 공공성 평가대상은 개별 의료기관일 수도 있지만, 보건의료정책 분야에서 공공성을 달성하도록 지원, 여건을 조성하는 데 국가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평가도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공공의료라는 용어는 흔히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관련 용어와는 그 개념이 달라서, 이에 적절하고 유사한 의미를 지닌 용어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7,15]. 우선 국내에서 사용되는 공공의료는 공공보건의료의 약어이며, 이는 공공의료와 공중보건의 합성어이다. ‘공공의료’에 연관된 영어 표현을 정리해 보면, ‘공중보건’은 일반적으로 ‘public health,’ 한국법제연구원 법령번역 센터는 ‘공공보건의료’를 ‘public health and medical services [16],’ 대한공공의학회는 ‘공공의학’을 ‘public health and medicine [17],’ 대한공공의학회지에 기고한 Lim [18]의 “공공보건의료 개념의 재구성과 과제”라는 논문은 ‘공공보건의료’를 ‘public health care (public health, public medical care),’ Kim [7]의 “한국의 공공보건의료와 공공성 개념” 논문은 공공보건의료를 ‘health care’라 하였다.

    이렇듯 공공의료 용어를 사용하는 국내에서 비전문가는 물론, 전문가조차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의미 전달이 어려우며, 공중보건과 의 차이를 표현해낼 수가 없다.

    세계적으로 통용되지 못하는 용어인 공공의료 개념을 국내 상황에서 한국적 용어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공공의료가 무엇인가하는 개념을 나누는 기준은 보건의료기관의 설립 주체가 국공립인지 민간인지, 운영 주체가 국공영인지 민영인지, 서비스 재정 주체가 건강보험인지, 세금인지 비보험인지, 서비스 내용이 국가관리 필요인지 국가관리 불필요인지, 의료이용 접근성이 높은지 낮은지, 이윤 추구 동기가 큰지 작은지, 양질의 보건의료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나누어 생각해 보면 현재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공공의료 개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19].

    공공의료라는 용어는 법률에 규정됨으로써 통용되기 시작했으므로 법률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우선적이고도 명확한 개념 설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공공의료’ 개념을 법률적으로 정의한 ‘공공 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의 정의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한다[20]. 한편, ‘보건의료기본법’에 정의된 ‘보건의료’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보건의료기관 또는 보건의료인 등이 행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한다[21]. ‘의료’와 ‘공중보건’의 정의는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과 ‘보건의료기본법’에서 정의하는 ‘공공보건의료’와 ‘보건의료’의 법적 정의는 동일하며, 법적 정의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가 보건의료인 것이다. 2000년 제정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언급된 ‘공공의료’의 정의는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적 주체가 설립한 의료기관에서 제공되는 의료’였으나, 2012년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되면서 앞에서 언급한 정의로 변경되었다. 즉 ‘공공보건의료’의 정의가 국내 모든 의료서비스 기관이 제공하는 국민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확대되었으나, ‘공공보건의료기관,’ ‘공공보건의료사업,’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의 정의를 공공보건의료 정의와는 달리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하여 법률적 정의를 축소시키면서 공공보건의료의 용어 혼란을 가중시켰다. 2012년 전면 개정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정의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의 공급자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보건의료기관이며, 이용자는 모든 국민, 서비스 내용은 보편적 의료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이지만, 법률상 공급자를 공공보건 의료기관,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으로 한정하였고, 서비스 내용을 공공보건의료사업이라는 용어로 의료취약지, 의료취약분야, 의료취약계층, 국가적 개입이 필요한 감염병, 비감염병, 관리, 건강증진, 보건교육에 관한 사업, 국가가 관리할 필요가 있는 부분으로 한정해서 지정함으로써 법 정의를 축소시키고 있다[20].

    2018년 발표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에서도 공공보건의 료 분야를 필수중증의료(응급, 외상, 심뇌혈관 등), 산모(모성, 분만), 어린이 의료, 장애인, 재활, 지역사회 건강관리, 감염 및 환자 안정으로 규정하였다[22].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종합하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보건의료기관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의료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제공하는 것이 공공보건의료의 법률적 정의인데, 실제는 공공단체가 설립했거나, 정부․ 지자체와 협약한 일부 보건의료기관이, 의료취약지, 의료취약분야, 의료취약계층 국민을 대상으로 일부 영역에 한정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공보건의료를 공공성이라는 규범적 측면에서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공공성을 수행해야 할 국가의 책무에서 일부분만 수행하는 직무유기이며, 공공보건의료사업에서 규정하는 의료서비스 외에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대부분의 의료서비스를 공공영역에서 배제하고 공공성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규정하여, 동일 개념인 의료를 일부 영역에 국한된 공공의료와 의료서비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리의료라고 하는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현실과 동떨어진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실제 행하는 사업

    공공보건의료를 담당하는 부서는 보건복지부 내 공공보건정책관 산하 ‘공공의료과’이다.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법령에 규정한 계획 수립과 평가 등의 업무, 공공의료 인프라와 관련된 업무, 그리고 공공의료와 관련된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업무이다[23]. 법에 규정된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는 국립중앙의료원 내에 설치되어 있으며, 주된 사업은 공공실적 분석, 자원 및 경영분석, 필수의료서비스 현황분석이다[24].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본다면, 정부 역시 법에서 정한 공공보건의료 정의에 부합되는 의료서비스보다는 일부 영역인 최소한의 의료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의 공공의료는?

    각국의 의료제도는 고유한 특징이 있어 단면적인 비교는 힘들다. ‘공공의료’라는 용어는 국내에서만 매우 한정된 용어이다 보니 한국에서 논의되는 것과 같은 경우는 거의 없지만, 주로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재정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것과 공공의료라는 용어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의료취약지(underserved areas, rural and remote areas),’ ‘미충족 의료(unmet health service, underserved medicine)’에 대한 연구와 정책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25,26].

    의료서비스에 대한 재정 주체와 관련된 논의에서는 일반적으로 의료와 영리의료로 구분되고 있다. 의료는 ‘공적재정이 투입되는 의료행위(publicly funded medical service)’이며 영리의료는 ‘공적 재정이 투입되지 않은 의료행위’로 구분된다[27]. 1942년 British Medical Association은 ‘공적재정에 의한 서비스(centrally planned public medical services)’ 제공을 정부에 요구하였으며, 1980년 Institute for Contemporary Studies의 “New directions in public health care”에서 ‘public health care’의 정의를 ‘Medicare, Medicaid에서 제공하는 의료’로 규정하였고, 같은 책자에서 ‘public sector medicin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28-30]. 2003년 Chakraborty와 Harding [31]은 ‘public fund’라는 용어를, 2009년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publicly funded health car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32]. 이런 사실들로 유추하면, 우리가 공공의료라고 번역할 수 있는 용어는 ‘공적으로 조달된 재원으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국내에서 언급되는 공공의료 사업영역과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의료취약지(underserved areas, rural and remote areas)’는 세계 어느 나라나 존재하는 지역이며, 특히 국토가 광활한 국가에서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미국은 의료취약지를 의료인 부족지역(health professional shortage area)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면서 다양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호주는 전 국토를 몇 단계 의료공급지역으로 구분하면서 지역별 의료취약 정도를 구분하고 있다. 일본은 5년마다 무의촌 현황을 조사하여 각 도도부현(都道府県)이 건강 및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25].

    미충족 의료에 대한 연구는 질병별, 지역별, 계층별로 구분하여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미충족 의료에 대한 연구와 정책은 ‘이용 가능성(availability),’ ‘접근 가능성(accessibility),’ ‘수용 가능성(acceptability)’ 세 가지 측면으로 언급되며, ‘이용 가능성’은 의료서비스의 이용 가능 여부, ‘수용 가능성’은 의료 보장제도와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가지면서 건강보험 여부, 저보장 여부, ‘수용 가능성’은 환자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적인 요소로 보건의료보다는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부분이면서, 과다진료, 과소진료, 치료의 질적 측면, 시기적 적절성 등을 포함하고 있다[26].

    공공의료의 등장배경

    세계적 유례가 없는 한국식 용어인 ‘공공의료’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것에는 국내 특유의 보건의료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몇 가지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공공보건의료기관 측면, 보건의료정책과 건강보험제도 측면, 의료공급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측면, 건강보험에 대한 이념 부재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27].

    공공보건의료기관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공공보건의료기관에 대한 정부․ 지자체의 지원이 미비하고,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에서 불분명한 역할로 민간의료기관과 중복된 기능을 가짐으로써 공공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가 비효율적이며 서비스 질이 갈수록 저하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언급할 수 있다.

    보건의료정책과 건강보험제도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정부입장에서는 시장원칙으로 인해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공급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가재정부담 부족으로 건강보험의 저부담, 저보장, 저수가 폐해가 악화되는 등,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의 실패로 인한 의료 왜곡 가속화를 언급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부족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의 정체, 적절한 치료를 위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비급여로 인한 본인부담금 증가와 저소득층의 의료이용 어려움 초래, 의료서비스 제공 영역 불균형의 심화로 서비스 부족 분야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의료공급 측면에서는 국가가 의료기관 수, 병상 수 확충을 민간에 맡김으로써 자신들의 책무를 방기한 부분을 언급할 수 있다. 1960년 공공설립 병상 비율은 63.7%에서 갈수록 감소하여 2019년 공공설립 병상 비율은 9.7%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33].

    복지제도 측면에서는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이 보건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재정적 지원을 정부가 적절하게 제공하지 못한 부분을 언급할 수 있다[34].

    마지막으로 건강보험의 이념 부재 측면에서 본다면, 건강과 관련된 보건의료 영역은 국민의 기본권이며, 국내에서는 건강보험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보건의료에 대한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었음에도 건강보험과 관련된 이념적 바탕이 정립되지 못하였다[27].

    공공의료 개념의 문제

    공공의료 개념의 문제점은 크게 법적인 측면, 정책적인 측면, 정부의 대국민 홍보 측면으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수 있다. 법적인 측면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보건의료와 공공보건의료 정의가 동일하여, 굳이 공공의료가 무엇인가를 논의할 이유가 없다는 데 있다. 물론 의료에서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부분이 공공의료사업 분야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보건의료, 즉 공공보건의료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따로 이루어질 부분이 아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공공의료사업 분야 선정 시 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며, 건강보험 분야에서는 동일한 보험수가, 경제력과 무관한 동일한 의료서비스 제공의 의무화, 정부의 철저한 보험수가 통제, 환자 유인 금지행위로 행려환자, 가난한 환자에게 진료비 면제의 불법행위 규정, 소위 심평의학—환자진료 시 의학적 판단보다는 정부가 고시 등으로 진료행위를 규제하는 정책—이라 불리는 진료행위에 대한 통제로 이미 공공성이 과도하게 요구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의료서비스 제공 시 차별금지와 진료거부 금지,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은 필수진료과목 설치 의무화로 영리 취득 불가, 당연지정제, 의료기관 개설자 자격 제한을 통한 의료기관 설립자에 대한 국가 통제, 의료기관 운영 시 준수해야 할 과도한 규제,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 간 진료영역 차이가 없으며, 법인병원 이윤을 설립자가 취득할 수 없는 현실 등을 고려하면 법에서 공공의료라고 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정부의 대국민 홍보 측면에서 본다면, 감성적, 이분법적 접근을 통해서 공공의료 이외의 영역을 부도덕하고 영리추구만 하는 존재로 인식, 각인시키고 있으며, 공공의료 영역을 지방의료원 확충과 같은 지역의료 강화로 한정하고, 부정확한 근거와 통계를 사용하여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18]. 예를 들면,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에서 매년 발행하는 통계집에는 세계적으로 의료서비스가 지역적으로 균등하게 제공되고 있는 나라가 일본과 한국으로 언급하고 있음에도 의료 불균형을 심각한 현실인 양 호도하며, 국내의 심장질환 사망률, 뇌졸중 사망률, 예방 가능 사망률, 치료 가능 사망률 관련 성취도가 OECD 국가 중에서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35]. 국내 지역별 불균형 근거로 언급되는 건강지표조차 도심보다 비도심지역의 사망비가 높다는 정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왜곡하고 있다[36]. 하지만 실제 통계를 들여다보면, 입원환자 사망비는 도심지역인 대구가 비도심지역인 강원, 전북, 전남, 경남, 충남보다 높으며, 뇌혈관질환 사망비는 도심지역인 울산이 비도심지역인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충남보다 높다[36]. 이는 지역별 의료서비스 불균형 문제 외에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공중보건 분야의 현실

    공공보건의료를 다룰 때 공공의료만 언급되는 경향이 있으나 실제 공공보건의료는 공공의료와 공중보건 두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소홀히 생각할 수 있는 공중보건과 관련된 요인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공중보건은 인구집단이 대상이며, 건강증진, 질병예방, 치료, 재활 등 포괄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인구집단, 보건의료전문가, 보건행정 당국이 주체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이 보건기관의 역할이 감염병 사태에서는 특히나 중요하다[37].

    공중보건과 관련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내 보건기관의 실태를 우선 언급하고자 한다. 공중보건 행정이 중앙과 지방으로 이원화되어 국가와 지방 보건행정의 비일관성, 지방 공중보건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 어려움, 광역·기초 지자체 보건 당국이 많은 부분(소속, 조직, 인력, 예산 등)에서 지자체장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 있다는 사실이다. 공중보건과 관련된 행정의 문제점을 중앙정부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보건복지부는 공중보건정책을 총괄·조정할 전담부서가 없어서 개별 사업 위주로 조직 편재되어 있으며, 공중보건 영역이 환경부(환경보건), 교육부(학교보건), 고용노동부(산업보건), 농림축산식품부(농민보건) 등 다양한 부처에 분산되어 있다[37]. 질병관리청은 직제, 인력 등이 질병 전반의 문제를 관리할 만한 역량이 부족한 상태이다. 공중보건과 관련된 행정의 문제점을 광역시·도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중앙조직과 기초 조직을 연결하는 허리 조직임에도 현실은 중앙의 지시를 전달하고 처리 결과를 중앙으로 보고하는 통로 역할에 한정된 가장 취약한 조직이며, ‘공공보건의료지원단,’ ‘감염병관리지원단’ 등이 존재하지만 자체역량 부족으로 업무추진 한계가 많으며 운영예산 부족도 심각한 상태이다. 공중보건과 관련된 행정의 문제점을 기초 시군구 보건소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새로운 감염병 유행, 만성질환 및 치매 유병률 증가, 높은 자살률 등 정책 환경변화에 따른 새로운 보건사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신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학교보건, 환경보건, 직장보건 등을 총괄하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부재하고, 민간 의료기관 및 지역주민과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 미약한 상태이다.

    한편, 지역 의료와 공중보건에 중요한 공중보건의사의 역할은 그동안 경시되어 왔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한다면, 공중보건의사에 대한 행정․ 보건 관련 직무교육이 부족하여 공중보건의사가 진료업무에만 투입되고, 다양한 보건 및 행정사업에서 배제되는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더라도 국가직 임기제 공무원인 공중보건의사의 지자체 내 불분명한 지위로 인하여 보건소에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측면이 발생하며, 진료업무 외 다양한 보건사업 역할 시 적절한 수당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결 론

    2000년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정 당시와 비교하여 국내 보건의료 상황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법률에 근거한 사업이지만 시행이 불필요한 영역이 있으며, 공공의료라는 이름으로 성취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음에도, 사업이 진행된다면 보건의료 현실이 왜곡될 가능성이 농후함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선 큰 틀에서 장기적인 보건의료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여야 하며, 보건의료정책, 건강보험정책을 보험자, 공급자, 정부의 합의하에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국내에서 논의, 통칭되는 공공의료에 대한 개념은 매우 불확실하며, 규범적, 실증적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용어이자,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이해되기 어려운 용어이다. 심지어 법에 정의되어 있음에도 정부와 일부 학자들은 그 정의를 무시하면서 자신들만의 용어 정의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첫째,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과 ‘보건의료기본법’에 정의된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기 위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보건의료기관 또는 보건의료인 등이 행하는 모든 활동이 보건의료(health and medical services), 즉 공공보건의료(public health and medical services)라는 정의로 수용하고, 둘째, 이 정의를 충족하는 국내 의료제도는 국민건강보험제도임을 수용하고, 셋째, 공공보건의료사업 분야를 공중보건사업 분야로 명확히하여 공중보건정책의 명확성을 담보하는 방안이다.

    건강보험제도의 적정부담, 적정보장, 적정수가 보장, 국가재정투입 증액, 수요자의 요구에 의한 건강보험 적용을 지양하고 전문가인 의사의 필요도에 의한 건강보험에 의한 의료서비스 적용을 통하여 국가보건의료정책의 실패로 인한 의료서비스 취약분야 해소에 주력하여야 한다.

    국내는 현재도 절대적인 의료취약지는 없는 상태이나, 좁은 국토, 발달한 도로망 등 국가 인프라 활용과, 지방 의료취약지에만 보건지소를 유지하고 그 외 인력은 필수의료 분야에 근무하게 하는 공중보건의제도 효율성 증진으로, 생명과 직접 관련된 필수의료 부족은 올바른 정책을 통하여 언제든지 해소 가능하다. 복지제도의 충분한 지원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해서 의료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보건의료제도, 건강보험제도의 획기적 개선과 공공의료라는 부적절한 용어의 합의된 개념 정리 없이 현재와 같은 공공의료정책이 시행된다면 현재 한국이 가지는 저보장, 보건의료에 대한 국민의 욕구 미충족, 의료전달체계 붕괴, 필요도보다 수요에 의한 급여화 결정 등의 건강보험체계 문제점이 고착화될 것이며,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선택적 지원, 적은 국가재정 투입으로 의료기관 통제강화, 사적 영리추구라는 프레임 강화, 국가나 지자체가 할 역할을 의료기관에 전가하고, 의료를 공공성과 영리성으로 분열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조차 공중보건체계 개편에 대해 무관심한 상태에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보건부 독립을 통하여 각 부처에 산재한 공중보건 분야를 보건부로 통합하고, 보건복지부-광역 공중보건조직-보건소로 이어지는 일관된 공중보건체계 구축과 지자체 공중보건조직의 보건부 직할을 완성하며, 질병관리청을 질병관리처로 승격하는 것이 중요하다[38]. 민간 의료기관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보건(지)소는 공중보건서비스 제공을 전제로, 민간 의료기관의 부재로 인한 의료취약지 외에는 보건(지)소의 진료기능을 과감히 폐지하고 개인을 위주로 하는 진료기능보다는 전체 주민대상, 환경변화, 감염병 대응을 위한 사업 위주로 기능 개편을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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