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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영남지역 출토 금제 귀걸이의 성분 조성에 따른 유형 분류와 금속 재료 특성 Type Classification and Material Properties by the Composition of Components in Gold Earrings Excavated from the Yeongnam Region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영남지역 출토 금제 귀걸이의 성분 조성에 따른 유형 분류와 금속 재료 특성
Abstract

In this paper, 23 Silla gold earrings from the sixth and seventhand centuries, excavated from the Yeongnam region, were analyzed. Based on the silver content of the gold plate, they were classified into three types.

The classifications included type I(20-50wt%), type II(10-20wt%) and type Ⅲ (less than 10wt%). In the analysis process, the composition and morphological differences were identified on the surface of the gold plate. In the case of type Ⅰ and Ⅱ earrings, it was observed that the fine holes were concentrated in a relatively higher part of the gold content.

The causes of the difference in the surface composition of the gold plate were divided into four categories: 1) surface treatment, 2) thermal diffusivity in the manufacturing process, 3) differences in composition of alluvial gold, and 4) the refining method of gold. It is possible that depletion gilding was attempted to increase the gold content while intentionally removing the other metals from the surface of the gold alloy in the portion where the gold deposit is relatively concentrated on the surface of the gold plating.

The highest copper content was detected in the earring with the highest gold content of the analyzed earrings, and it was assumed that thermal diffusion had occurred between the gold plate and the metal rod during the manufacturing process rather than intentional addition. Copper was detected only in the thin ring earring type, and copper was not detected in the thick ring earring type or pendant type. It also proves that this earring has a high degree of tightness at higher temperatures, as there was an invisible edge finish on other earrings and horizontal wrinkles on the gold plate surface.

In terms of the material of the gold plate, we examined whether the silver content of the gold plate was natural gold or added by alloy through analyzing the alluvial gold collected in the region. As a result of the analysis, it was found that on average about 13wt% of silver is included. This suggests that type Ⅱ is natural gold, type Ⅲ is refined gold, and type Ⅰ seems to have been alloyed with natural gold.

Here, we investigated the refining method introduced in the ancient literature, both at home and abroad, about the possibility of alloying silver after the refining process of type Ⅲ earrings and then making pure gold. It was found that from ancient refining methods, silver which had been present in the natural gold was removed by reacting and combining with silver chloride or silver sulfide, and long-term efforts and techniques were required to obtain pure gold through this method. Therefore, it was concluded that the possibility of adding a small amount of silver in order to increase strength after making pure gold through a refining process is low.

KEYWORD
금제 귀걸이 , 표면 처리 , 고갈 도금 , 열 확산 , 자연금 , 정련
  • Ⅰ. 머리말

    금은 일반적으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수함의 상징이었으며, 지위와 권력의 표현 수단으로 사용되어왔다. 이러한 특성상 금은 예로부터 장신구의 재료로 많이 활용되었으며, 삼국시대 유적에서 금제 장신구가 다량으로 출토되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금제 장신구 중에 신라 고분에 가장 많이 출토되고 있는 것은 귀걸이다. 금제 귀걸이는 금의 희소성 때문에 다른 재질의 유물에 비해 연구 성과가 부족하므로 금제 유물의 성분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금제 귀걸이의 과학적 분석은 백제 무령왕릉과 신라 황남대총을 비롯한 최고지배층 무덤 출토품을 포함하여 지방의 지배세력 무덤 출토품까지 이루어졌고, 대체로 형태와 제작 방법, 금의 순도에 관한 조사를 통해 유물을 분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1 특히 금의 순도는 착용자의 신분과 제작자의 정련 기술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금제 귀걸이의 금 순도 차이를 통해서 고대국가의 중앙세력이 금의 생산과 유통을 장악하여 지방세력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여겼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2 물론 위세품(威勢品) 성격을 띠는 금제 귀걸이의 특징에는 금의 순도뿐만 아니라 형태 및 제작 기법의 기술 수준 등도 포함된다.

    금제 귀걸이의 금 순도에 대한 분석 사례를 살펴보면 백제 무령왕릉 출토품은 금이 97wt% 이상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었지만,3 본 연구 대상 금제 귀걸이와 유사한 시기의 신라권 중소형 고분 출토 금제 귀걸이의 금 순도는 순금에 가까운 것에서부터 금(Au)보다 은(Ag) 함량이 더 높은 것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4

    본 연구에서는 6~7세기 영남지역에서 출토된 세환이식(細.耳飾), 태환이식(太.耳飾) 등 다양한 형태의 신라 금제 귀걸이 성분을 분석하고,5 형태나 제작 기법이 유사한 귀걸이에 사용된 금판의 금 순도에 따라 유형 분류를 시도하였다. 여기에서 금판의 성분 차이가 금제 귀걸이에 사용된 재료와 표면 처리, 제작 기법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다음과 같이 비교 분석을 실시하였다.

    첫째, 국내에서 채취된 사금(砂金) 분석을 통해 국내 자연금에 포함된 은 함량을 조사하고, 이를 기준으로 분석 대상 금제 귀걸이에 사용된 금이 정련된 금인지, 자연금 상태인지, 혹은 합금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추론해 보았다. 둘째, 금제 귀걸이에 사용된 금판의 금 함량이 은 함량보다 낮을 경우 색상이 노란색이 아닌 흰색에 가까워진다는 사실 때문에 표면 처리 가능성을 검토하였다.6 셋째, 금속 봉을 금판으로 감싸서 만든 세환이식(細.耳飾)의 금판에서 구리(Cu)가 검출되는 것이 제작 기법과 연관성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Ⅱ. 분석 대상 유물 및 방법

    본 연구에서는 6~7세기 영남지역에서 출토된 신라 금제 귀걸이 23점과 국내에서 채취한 사금 19점에 대한 성분 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 대상 귀걸이는 금속 봉을 얇은 금판으로 감싼 후 양쪽 끝단 부분을 둥글게 휘어서 형태를 만든 세환이식(細.耳飾)이 대부분이다. 귀걸이는 완형에 가깝고 금제 유물의 특성상 시편 채취가 거의 불가능하여 1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파괴 분석으로 성분 조사가 진행되었다. 비파괴 표면 분석 대상 귀걸이는 분석에 앞서 표면을 에틸 알코올로 세척하여 건조한 후 1점씩 sample holder에 고정시켰다. 단면 분석 시료는 얇은 금판 일부(3㎜)가 찢어져 탈락된 금박편을 에폭시 수지로 마운팅한 후 1,000번, 2,000번, 4,000번 순으로 연마한 다음 1㎛ diamond suspension으로 최종 연마하였다. 시편은 알코올 세척과 건조 작업 후 표면을 카본 코팅하였다.

    분석 대상 사금은 최근 경주 및 인근지역을 중심으로 개울의 중·상류 혹은 계곡에서 패닝(panning)으로 채취한 것이다.7 사금은 표면과 내부의 성분 차이 발생을 고려하여 일부 표면을 긁어낸 후 알코올 세척과 건조 과정을 거친 다음 카본 테이프로 고정시켜 분석을 진행하였다.

    미세 구조와 성분 분석은 전자현미경(SEM, JSM-6460LV, JEOL, JAPAN)으로 형태를 관찰하면서 에너지분산형분석기(EDS, Oxford X-act, UK)로 실시하였다. 전자현미경 조사에 사용되는 이미지는 크게 이차전자상(SEI, Secondary Electron Image)과 반사전자상(BEI, Backscattered Electron Image)이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명암에 따른 성분 차이를 명확히 볼 수 있는 반사전자상을 이용하였다. 반사전자상의 명암을 통해 귀걸이와 사금 표면에서 성분 차이가 관찰되면 에너지분산형분석기로 부분별 조성 성분을 조사하였다. 조성 성분은 여러 지점을 분석하여 산소가 거의 검출되지 않아 부식 영향을 최대한 받지 않은 지점의 분석값을 표시하였다. 조성 성분은 정량화뿐만 아니라 맵핑(mapping)과 라인스캔(linescan)을 통해 성분 분포 및 범위를 파악하였다.

    Ⅲ. 금제 귀걸이의 성분 분석 결과

    금제 귀걸이 23점에 대한 분석 결과를 <표 1>에 요약하였으며 금판의 은(Ag) 함량에 따라 세 가지로 유형으로 분류하였고(그림 1), 은 함량은 동일한 유물에서 높게 분석된 정량값을 기준으로 삼았다.

    Ⅰ 유형의 금제 귀걸이는 금판의 은 함량이 20~50wt% 정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 대상 귀걸이 23점 중 19점으로 가장 많은 수량을 차지하고 있다. Ⅰ 유형의 금제 귀걸이의 특징은 <사진 1>에서와 같이 명암이 다른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EDS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명암에 따라 성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밝은 부분에 비해 어두운 부분은 금 함량이 떨어지고 은 함량이 높게 검출되었다. 양쪽 부분의 은 함량 차이는 4~35wt%로 범위가 넓으면서 대부분 10wt% 이상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명암 차이를 보이는 부분에서는 은 함량뿐만 아니라 구리 함량 차이도 확인할 수 있는데 분석 귀걸이 1점을 제외하고는 어두운 부분에서 구리 함량이 밝은 부분에 비해 높게 검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명암에 따라 조성 성분의 차이와 더불어 형태적인 차이도 관찰된다. <사진 1>의 NO.4-3과 Ⅰ-145의 밝은 부분으로 분석된 영역에서는 미세한 구멍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Ⅱ 유형의 금제 귀걸이는 금판의 은 함량이 10~20wt% 정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 대상 귀걸이 중에 3점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유형의 금제 귀걸이에도 명암 차이를 보이는 밝은 부분에서 미세한 구멍과 상대적으로 낮은 은 함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2>의 Ⅱ-742에서는 명암 차이가 발생한 부분을 성분 분석한 결과 어두운 부분은 금에 은이 13wt% 정도 포함되어 있었고, 밝은 부분은 은이 전혀 확인되지 않고 금만 검출되었다.

    이처럼 금판 표면의 부위에 따라 은 함량이 10wt% 정도 편차가 있는 경우 명암 차이가 뚜렷하게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미세한 은 함량 차이로 인해 명암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진 2>의 Ⅰ-258은 금판의 외부 표면에 제작 과정에서 생긴 연마 흔적과 사용 과정에서 생긴 긁힌 흔적이 확인된다. 긁힌 흔적은 연마 흔적보다 깊게 파였는데, 두 부분의 조성 성분은 금에 은이 각각 13wt%, 9wt% 포함되어 있다. 이는 명암 차이는 보이지 않지만 금판의 층위별 미세한 조성 성분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표 1] 영남지역 유적 출토 금제 귀걸이 성분 분석 결과 (10분=1전, 10전=1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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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지역 유적 출토 금제 귀걸이 성분 분석 결과 (10분=1전, 10전=1냥)

    Ⅲ 유형의 금제 귀걸이는 금판의 은 함량이 10wt% 이하로 분석된 것으로, 대상 귀걸이 중에서는 Ⅰ-636이 유일하다. <사진 2>를 보면 금판의 외부 표면에서 연마 흔적만 확인되고 미세한 구멍이나 명암 차이가 보이는 부분은 관찰되지 않는다. 금판은 금에 은 4wt%, 구리 6wt% 정도 포함되어 있는데 분석 대상 귀걸이의 금판 조성 성분에서 구리 함량이 1~3wt%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Ⅳ. 조성 성분 차이의 발생 원인

       1. 표면 처리

    <그림 2>는 <표 1>을 기준으로 금제 귀걸이의 금판에서 보이는 은(Ag) 함량 차이를 도표로 나타낸 것으로, 함량 차이가 유물에 따라 4~34wt%로 폭넓은 양상을 띠고 있다. 예를 들어 살펴보면 금제 귀걸이 2점(No.4-1과 I-506)의 표면과 단면에서는 명암 차이가 명확하게 관찰되는데, 이와 같은 차이를 구성원소의 분포 정도로 이해하기 위해 SEM-EDS로 맵핑과 라인스캔하였다(사진 3).

    <사진 3>의 상단은 NO.4-1 귀걸이 표면에서 명암 차이를 보이는 부분에 대해 라인스캔한 결과를 나타낸 것으로, 명암이 밝은 부분으로 갈수록 은 함량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금 함량이 높아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명암에 따라 금 함량은 50wt%에서 83wt%로 증가하고, 반면에 은 함량은 48wt%에서 13wt%로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구리 함량은 1wt% 정도 미량으로 검출되다가 밝은 부분에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 3>의 중앙은 Ⅰ-506 귀걸이의 단면에 대해 라인스캔한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사진의 가운데 부분인 귀걸이의 표면 부근은 밝은 부분이 불규칙하게 관찰되고 귀걸이의 내부인 위쪽으로 갈수록 어두워진다. 귀걸이의 표면에서 내부로 라인스캔한 결과 표면에서 금 함량이 가장 높게 검출된 반면에 은 함량은 가장 낮게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사진 3> 하단 맵핑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표면에서 금(Au)은 많이 분포하는 반면 은(Ag)은 적게 분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에 은이나 구리를 합금한 금 합금 유물은 금속학적으로 한 가지 상(phase)만 존재하기 때문에 부분별 성분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8 그러나 앞서 언급한 두 점을 포함하여 Ⅰ·Ⅱ 유형 귀걸이는 표면의 분석 위치에 따라 성분 차이를 보인다. 이것은 금 합금 표면에서 은이나 구리가 제거되면서 상대적으로 금 함량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고갈 또는 소모라는 의미로 ‘depletion’이라고 표현하는데, 표면 처리 방법인 고갈 도금법(depletion gilding)과 자연 부식 현상인 surface enrichment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9

    고갈 도금법은 금 순도가 떨어지는 금 합금 유물의 표면에 의도적으로 화학 약품 등을 사용하여 금을 제외한 금속을 제거해서 표면의 금 함량을 높이는 도금 방법이다. surface enrichment는 금 합금 유물이 매장 환경에 의해 유물 표면에서 금을 제외한 금속 성분이 제거되면서 표면의 금 함량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전자와 후자 모두 금 합금 유물 표면에서 금 함량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전자는 제작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후자는 매장 환경 하에서 자연적으로 표면 부식이 되면서 형성된 것을 의미한다. 두 가지 현상은 공통적으로 산(acid)에 의해 부식되면서 표면 형태가 유사한 점이 있지만 산 농도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0 고갈 도금은 식물에서 추출된 높은 농도의 산을 사용함으로써 금 합금 유물의 표면에 기공(pore)이 생성되는 반면에 매장 중에 장시간 부식된 표면은 움푹 파인 형태(pit)로 관찰된다.11

    앞서 살펴본 Ⅰ·Ⅱ 유형 귀걸이의 표면 전자현미경 사진에서 금 함량이 높고 밝은 부분에 미세한 구멍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귀걸이의 표면에 pit가 아닌 기공이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귀걸이 표면에 인위적인 표면 처리 방법인 고갈 도금법이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갈 도금법이 적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제 귀걸이의 표면에서도 <사진 4>에서와 같이 기공이 존재하는 부분(B)과 그렇지 않은 부분(A)이 동시에 확인되어 부분적으로 고갈 정도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고갈 도금 방법에는 식물에서 추출된 산(acid)과 염화물 혹은 황화물 등의 광물을 이용하는 두 가지가 있다.12 전자는 산세척(pickling)으로, 표면에서 금을 제외한 금속을 녹이는 방법이다. 후자의 광물을 이용하는 방법은 금 합금에 포함된 은과 구리가 염화물 또는 황화물과 반응하여 결합됨으로써 제거되는 방법이다. 광물을 이용하는 방법은 고대의 금 제련에도 많이 사용되었다. 고갈 도금은 아직 동아시아에서 확인된 사례는 없지만 남아메리카 대륙의 기원전 200년경의 모체(Moche) 유적과 툼바가(Tumbaga : 선스페인기의 콜롬비아·파나마의 금속 장식물을 만들 때 사용된 금과 동의 합금) 유물에서는 확인되었다. 사용된 방법에 대한 그 당시 기록은 존재하지 않지만 1565년 초기 스페인 탐험가들이 아즈텍 기술에 대해 언급한 내용에서 추정할 수 있다.13

    “금을 명반[Al2(SO4)3]으로 밑칠을 한 후에 불에 넣어 가열한다. 가열한 후 세척을 하고 소금이 약간 섞인 노란색 흙으로 문지르면 금이 완벽하게 노랗게 된다.”

    여기에서 사용된 방법은 황화물 또는 염화물 등의 자연 광물을 이용한 방법이지만 이뿐만 아니라 다량의 자연 식물성 물질이 있는 콜롬비아 지역에서는 인디언들이 산성 식물성 추출물을 사용하여 툼바가(Tumbaga) 합금의 표면을 절여서 매우 효과적인 고갈 도금층을 만들었다고 한다.14

    고갈 도금된 유물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동아시아의 문헌에서도 유사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천공개물』을 살펴보면 고갈 도금으로 추정되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다.15

    “금으로 기물을 만들어 군데군데 색이 옅은 곳이 나타나면 그곳에 황반(黃礬)을 발라 세찬 불로 한 번 쬐면 곧 적보색(赤寶色)으로 변한다. 그러나 날이 지남에 따라 차츰 퇴색하게 된다. 다시 불에 쬐면 원래의 빛깔로 되돌아온다.” 『오주서종박물고변』에서도 “금빛을 내는 방법에는 소금으로 금을 씻으면 밝아진다”고 언급한 부분이 있다. 이와 같이 문헌에서 언급하고 있는 고갈 도금 방법은 모두 염화물 혹은 황화물 등의 광물을 이용하는 것이다.16

    최근 연구에서는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로 추정되는 캄보디아 유적에서도 고갈 도금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확인되었다.17 유물은 귀걸이로 화학 조성비가 금3 : 은7 정도로 은 함량이 높은데 표면은 노란색을 띠고 있다. 단면 분석 결과 바탕금속에 비해 금 함량이 높은 층(두께 3~10㎛)이 확인되었고, 그 층위에서는 미세한 구멍도 함께 관찰되었다. 또한 연구 결과에서는 유물에 사용된 고갈 방법으로 옥살산이 풍부한 야생 왕토란의 산성 식물즙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렇게 형성된 고갈 도금 표면은 높은 금 함량(70~85wt%)으로, 매장 환경 하에서도 선택적으로 보호받는다.18 그러나 고갈 도금 표면 층위는 매우 얇기 때문에 보존 처리 과정에서 과도하게 세척하거나 하면 금 함량이 높은 층위가 제거될 가능성도 높다.19

    이처럼 금 합금에서 표면의 은, 구리를 제거하는 화학적인 처리를 하면 합금의 표면은 비교적 노란색으로 금 함량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의 색과 화학 조성은 표면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고갈 현상은 분석에 영향을 끼치는데, 유물의 표면부터 코어까지 성분의 편차가 발생하게 됨으로써 고대 금제품의 비파괴 표면 분석의 주된 관심이 되고 있다.20 특히 EDS, XRF와 같은 X선 형광분석법에 의해 검출된 성분에 영향을 미치는데, <표 1>에서 확인되듯 EDS 분석 결과 은 함량이 35wt%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표 2>에서 보듯이 금 합금 유물에 대한 분석 방법에 따른 유효 침투 깊이와 관련이 있다. 금 합금 유물에 대한 XRF, SEM-EDS 분석의 유효 침투 깊이를 살펴보면 비교적 XRF는 가장 수치가 높은 silver Kα line과 함께 다양한 깊이에서 분석이 수행되지만 EDS 분석은 0.5㎛ 깊이의 성분에 영향을 받아서 표면의 이질성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나타난다. XRF 분석이 EDS 분석보다는 표면 이질성에 민감하지 않지만 다양한 깊이에서 분석이 수행되기 때문에 일정 부분 고갈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금 합금 유물을 비파괴 분석할 때 정확한 원재료를 파악하려면 최대한 고갈 영향을 받지 않은 부분, 즉 은과 구리 함량이 높게 검출되는 부분을 조사해야 한다.

    한편 기존 해외 연구 사례를 살펴보면 고갈은 64.6wt% gold / 35.4wt% silver 이상의 금-은 합금에만 일어나고 화학적으로 생성된 고갈층의 두께도 10㎛을 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21 <표 1>의 분석 결과에서도 은 함량이 35wt% 이상인 경우에 명확하게 고갈 현상이 확인되고 있고, <사진 3>의 단면 분석에서 보듯이 고갈층이 5㎛ 정도로 확인된다. 하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금 함량이 88wt%의 유물에서도 고갈 현상을 보이는 것이 확인되고 있고22 이번 분석 결과에서도 금 함량이 85wt%인 귀걸이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금제 유물의 특성상 중요시된 금색의 향상을 위해 금 순도가 떨어지는 금제 귀걸이에는 고갈 도금 방법이 의도적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표 2] 금-은-구리 합금에 대한 XRF와 SEM-EDS의 유효 침투 깊이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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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은-구리 합금에 대한 XRF와 SEM-EDS의 유효 침투 깊이23

       2. 제작 과정에서 열 확산

    <사진 5A>에서는 Ⅰ-258 귀걸이의 금판이 찢어지면서 금판 내부 표면과 금속 봉을 확인할 수 있는데, <사진 5B>에서와 같이 금판 내부 표면은 외부 표면과 달리 매끄럽지 않고 거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판 내부 표면(1 부분)과 금속 봉(2 부분)에 대한 EDS 분석 스펙트럼을 보면 금판 내부 표면에서는 부식의 영향이 미미하지만 다량의 구리가 검출되고, 구리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 봉에서는 금(Au)이 확인되었다(사진 5C, D). 이것은 귀걸이의 제작 과정 중에 금판과 금속 봉 사이에서 금속 간의 열 확산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사진 6>에서 언급된 귀걸이 2점의 금판 표면 형태와 조성 성분 차이이다. <사진 6A, B>는 Ⅰ-145와 Ⅰ-636 귀걸이의 마구리 부분으로, 전자는 금판을 접어서 마무리하였고, 후자는 금속 봉의 끝단에 맞춰서 금판을 잘라 마감하였다. 한편 대부분의 분석 대상 귀걸이는 금속 봉을 얇은 금판으로 감싼 후 양쪽 끝단 부분을 둥글게 휘어서 형태를 만들었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귀걸이의 내측에 세로 방향의 주름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Ⅰ-636 귀걸이는 금판 내측의 세로 방향 주름과 함께 외측의 가로 방향 주름도 관찰된다(사진 6D).

    금판의 성분 분석 결과에서도 Ⅰ-145 귀걸이는 금 이외에 은 37wt%, 구리 1wt% 정도 검출된 반면, Ⅰ-636 귀걸이는 은이 4wt% 정도만 확인되어 분석 대상 귀걸이 중에서 금·은 대비 금 순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그러나 낮은 은 함량에 비해 구리 함량은 6wt% 이상 확인되어 분석된 금제 귀걸이 중에서 가장 높게 검출되었다. <표 1>에서 보듯이 분석 대상 유물 중에서 구리로 추정되는 금속 봉을 금판으로 감싼 귀걸이에서만 구리가 일부 검출되고 태환이식이나 수하식부이식에서는 구리가 검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분석된 귀걸이 중에서 금 순도가 가장 높은 것에 구리를 의도적으로 첨가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Ⅰ-636 귀걸이의 금판 원재료의 합금 비율에서 구리 함량이 높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제작 과정에서 표면 성분 변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금속 봉에 금판을 감싸서 밀착시키거나 금판의 끝단을 압접시키는 과정에서 열을 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속 봉의 구리가 금판으로 확산되어 구리 함유량이 높게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분석 결과에서도 일부 귀걸이의 금판 외부보다 내부 표면에서 구리 함량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다른 귀걸이에 비해 Ⅰ-636 귀걸이의 금판 표면에서 구리 함량이 높은 이유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다른 귀걸이들과 달리 마구리 부분의 금판을 접지 않고 잘라서 마무리하였기 때문에 금판과 금속 봉 사이를 확실히 밀착해주기 위해 좀 더 높은 온도에서 금판 밀착 작업을 해서 금속 봉의 구리가 다른 귀걸이에 비해 표면 금판으로 확산 정도가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다른 귀걸이 금판 표면에서 보이지 않았던 가로 방향 주름도 밀착 작업의 강도가 높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둘째는 금판 원재료의 높은 금 함량으로 고갈 도금법과 같이 표면의 은과 구리를 제거하는 표면 처리를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금판 표면에서 고갈 도금법과 surface enrichment 현상에서 보이는 미세한 구멍이나 패인 흔적이 관찰되지 않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3. 사금(砂金)과의 성분 차이

    지금까지는 귀걸이의 금판 조성 성분 차이를 금판에 가해진 어떠한 작업에 의해 금판에 포함된 성분들이 고갈(depletion)되거나 다른 성분이 금판으로 확산(diffusion)되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금판의 조성 성분비 차이에 영향을 끼쳤을 금판의 원재료에 대하여 검토해보려고 한다. 이번 연구대상인 귀걸이의 형식 분류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금판에 사용된 금의 순도, 특히 금판의 은 함량 정도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자연금은 채굴 장소에 따라 산금(山金)과 사금(砂金)으로 나누어지고, 100% 순수한 상태가 아니라 5~50wt% 정도로 폭넓게 은을 포함하고 있고, 구리는 1wt% 내외이다.24 사금과 산금의 은 함량 차이는 거의 없다. 산금 입자가 풍화되고 선택적인 부식으로 은을 잃거나 해서 금 함량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어느 지역의 사금에서도 상당량의 은을 포함하고 있다. 자연금에서 은 함량이 20wt% 이상의 경우 호박금(electrum)이라고 부르는데, 본 연구에서는 Ⅰ·Ⅱ 형식을 나누는 은 함량 기준이 되었다.

    [표 3] 국내 채취 사금 성분 분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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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채취 사금 성분 분석 결과

    국내에서 채굴되는 자연금의 조성 성분은 경주 및 인근지역에서 채취한 사금의 성분 분석을 통해 일부 알려졌다.25 이 연구에 의하면 사금의 금 함량은 65~80wt%로 확인되어 18K(금 75%)에 가까운 순도를 보인다. 하지만 분석시료의 전처리 부족으로 사금에 포함된 은이 대부분 검출되지 않고 C, O, Al, Si 등이 검출되었다. 이에 이번 연구에서는 경북을 비롯한 경남, 강원, 충북 일부지역에서 채취된 사금에 대해 다시 분석을 실시하여 성분 분석 결과를 <표 3>에 나타내었다.

    분석 결과 사금의 은 함량은 0~24wt% 정도로 폭넓게 검출되었고 구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은이 검출된 사금만 뽑아서 평균 은 함량을 측정한 결과 약 13wt% 정도였다. 이는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 금제 유물의 분석에서 금정과 금괴가 자연금으로 추정되었는데 분석 결과 각각 은이 6~20wt%와 13~16wt% 정도 검출되어 비교 검토할 부분으로 보인다.26 한편 사금 분석에서 구리가 검출되지 않은 것은 일반적으로 자연금에 구리가 1wt% 미만의 미량으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구리로 추정되는 금속 봉을 금판으로 감싼 형태의 귀걸이 금판에서 검출된 1wt% 이상의 구리 성분은 자연금에 포함된 것이라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작 과정에서 열 확산된 구리 성분일 가능성이 높다.

    사금 분석 과정에서 시편의 표면과 내부 혹은 내부에서도 위치에 따라 성분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하였다. <사진 7>은 경주 안강에서 채취한 사금 시편으로 <사진 7A>는 사금 표면의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왼쪽의 매끄러운 부분은 분석 시 인위적으로 긁은 부분이고, 오른쪽의 거친 부분은 채취 당시 사금 표면이다. 두 부분에 대한 라인스캔과 맵핑 성분 분석 결과 왼쪽의 매끄러운 부분, 즉 사금의 표면보다는 내부에서 은 함량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 합금 표면에서 은이나 구리가 제거되면서 금 함량이 높아지는 고갈(depletion)과 동일해 보인다. 사금은 광맥에서 나온 금이 물에 의해 이동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사금의 표면이 자연 부식되면서 표면에 금 함량이 높아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진 8A>는 영천 고경면에서 채취한 사금의 전자현미경 사진으로 가운데 매끄러운 부분은 사금의 내부를 분석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긁은 흔적이다. 매끄러운 부분에서 왼쪽과 오른쪽의 명암 차이가 일부 관찰된다. 이 부분을 중심으로 라인스캔과 맵핑 성분 분석 결과 사금 표면이 아닌 내부에서도 금-은의 성분 분포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 또한 사금의 형성 과정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데 사금이 물에 의해 이동하면서 표면이 자연 부식되는 것뿐만 아니라 사금 입자가 접히거나 서로 다른 사금이 물에 의한 압연 작용에 의해 결합되면서 고갈(depletion)된 사금의 표면이 내부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판단된다.

    사금의 형성 과정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적인 고갈(depletion)로 인해 이전에 경주 및 인근지역에서 채취한 사금 분석에서 은이 대부분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SEM-EDS 분석과 같이 금/은에 대한 유효 침투 깊이가 1㎛ 미만인 경우는 비파괴 분석 시에 주의가 필요하다.

    본 연구의 사금 분석 결과 은 함량이 13wt%라는 기준에 따르면 Ⅰ 유형의 금제 귀걸이는 자연금에 은이 추가된 것이고, Ⅱ 유형은 자연금에 포함되고, Ⅲ 유형은 정련된 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연금 성분은 지역에 따라 다르므로 이러한 구분은 추정에 불과하며, 자연금에 은이 5~50wt% 정도로 폭넓게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Ⅰ·Ⅱ·Ⅲ 유형 모두 자연금에 포함될 수도 있다.

    해외 연구에서는 자연금(사금일 경우)과 합금의 구분을 시도하였는데, 사금의 경우 산금에서 나타나지 않는 백금족 원소 개재물이 존재한다.27 이는 백금족 원소인 플래티넘, 이리듐, 오스뮴, 팔라듐, 루테늄, 로듐이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금과 같이 강이나 계곡 바닥에 모이는 경향이 있어 이미 형성된 금덩어리에 박히게 된다.28 백금족 원소가 포함된 사금을 용융하면 금에 주로 오스뮴-이리듐, 오스뮴-이리듐-루테늄, 오스뮴-이리듐-플래티넘의 금속 개재물로 존재한다. 따라서 자연금과 금 합금의 백금족 원소 개재물의 함량을 분석하여 차이를 보면, 금 합금의 개재물 함량이 자연금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4. 금의 정련 방법

    금 정련 기술은 금이 화폐 기능을 하면서 무게와 순도를 확인할 필요가 생겨 금에서 은, 구리 등을 제거하면서 발달하게 되었다.29 자연금에서 구리는 회취법(灰吹法)을 이용하여 제거하면 되지만 은의 제거는 좀 더 어려웠다. 고대의 주된 방법은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염화물과 황화물을 이용하였다. 자연금에 포함된 은이 염화물 또는 황화물과 반응하여 결합됨으로써 제거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30

    자연 일렉트럼(electrum : 은 함량이 20wt% 이상인 호박금)에서 금과 은을 분리하는 것은 BC 7세기 사르디스(Sardis : 고대 리디아 왕국의 수도인 도시 유적, 지금의 터키 이즈미르 가까이에 그 유적이 남아 있음)의 리디아(Lydia)의 화폐제도 발전과 처음 관련이 있다.31 그들의 첫 번째 동전은 호박금에 은을 추가하여 일정한 합금을 유지하였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이러한 화폐제도는 금과 은 동전으로 바뀌게 된다.

    사르디스에서 사용된 금 정련 방법은 2000년 후인 르네상스 시대에 묘사한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사르디스에서는 호박금 입자는 아마도 바로 처리되었지만, 호박금에 은을 추가하여 만든 동전은 우선 녹인 후 표면이 최대한 드러나도록 두드려서 얇게 편다. 입자와 얇게 편 형태의 호박금은 소금과 일부 규산염(silicate material : 전통적으로 벽돌가루를 사용)을 섞은 물질로 감싸서 도가니에 넣는다. 도가니를 작은 사각형 노에 두고 약 600℃에서 장시간 가열한다. 여기에서 온도가 상당히 중요한데 금속이 녹지 않을 정도의 최대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리 과정은 은이 염화은으로 모두 바뀔 때까지 며칠이 걸린다. 금 입자와 얇게 편 형태의 금은 수거한 후에 녹이면 되고, 은은 회취법을 통해 회수하면 된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여러 단계에서 비중 또는 불꽃 실험, 시금석의 사용으로 금의 순도를 확인하면서 진행된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금 정련에 소금(염화물)과 명반(황화물), 유황(황화물)을 사용한 것으로 문헌에 알려져 있다. 금 정련 과정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는 중국의 AD 4~5세기 문헌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32

     

     ① 자연금을 도가니에 넣고 녹인 다음 소금가루를 넣고 잘 젓는다.

     ② 완전히 고용되면 나무막대기를 이용하여 표면 슬래그를 제거한다.

     ③ 처리가 완료되면 금속 틀에 붓고 틈이나 균열이 없는지 확인한다.

     ④ 소똥재와 소금가루 혼합물을 가열하고 그 위에 금을 올려놓고 몇 시간 동안 지켜본 후, 금이 녹으려고 하면 꺼내어 얇은 판이 되도록 두드린다.

     ⑤ 황반과 polar-balsam을 가온하여 액체화한 다음 진흙과 함께 반죽한다.

     ⑥ 금박 위에 반죽을 바르고 숯불 위에서 가열하다가 550~600℃에 도달하면 멈춘다. 가장 좋은 품질의 금을 얻으려면 이 과정을 4~5번 정도 반복해야 한다.

     

    19세기 일본에서 행해진 것은 호박금을 매우 곱게 갈아서 소금과 흙과 함께 섞은 다음 원뿔 모양으로 형태를 만들고 토기 접시에 둔다. 여물통 같은 노에 옮기고 금속의 녹는점 이하의 온도에서 적어도 24시간 동안 가열한다. 후에 세척을 통해 금을 분리하고 은은 회취법을 통해 회수한다.33

    일본과 같은 시기의 우리나라 문헌34에는 “금에는 진짜가 세 가지 있는데 가장 좋은 십품금(十品金)을 비롯하여 엽자금(葉子金), 가장 하급품인 쇄생금(碎生金)이 있다. 금의 제련은 사금을 도가니에 넣고 열을 가하여 쇳물을 얇은 조각으로 엉키게 한 다음 소금과 황토 속에 금 조각을 싸서 불 위에 두어 구워내면 가장 좋은 엽자금이 된다.” 이 내용을 추론해 보면 금 정련 과정을 통해 가장 좋은 십품금이 아닌 순도가 낮은 엽자금을 만든 것으로 보아 앞서 언급한 중국 문헌처럼 이러한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순금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는 십품금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순수한 금을 얻기 위해서는 장시간의 노력과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정련된 순금에 강도를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소량의 은을 첨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따라서 Ⅲ 유형으로 분류된 Ⅰ-636 귀걸이의 금판에 포함된 4wt% 정도의 은 함량은 합금을 위해 추가되었다기보다는 자연금에 포함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Ⅴ. 고찰 및 맺음말

    본 연구는 6~7세기 영남지역에서 출토된 신라 금제 귀걸이 23점에 대한 성분 분석을 실시하였고 금판에 포함된 은 함량을 기준으로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Ⅰ 유형(20~50wt%), Ⅱ 유형(10~20wt%), Ⅲ 유형(10wt% 이하)으로 구분하였는데, Ⅰ 유형의 금제 귀걸이가 19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며 Ⅲ 유형은 1점에 불과하였다. Ⅰ·Ⅱ 유형 귀걸이의 전자현미경 조사에서 명암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관찰되었으며 명암에 따라 조성 성분과 형태적 차이가 확인되었다. 명암에 따른 조성 성분은 은과 구리에서 함량 차이를 보였는데, 은 함량이 4~35wt%로 큰 폭의 차이를 보였으며 구리는 어두운 부분에서 대부분 높게 검출되었다. 조성 성분 차이와 더불어 형태적인 특징도 관찰되었는데 은과 구리 함량이 낮은 부분에서 미세한 구멍이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금 합금 유물에서는 금속학적으로 한 가지 상(phase)만 존재하기 때문에 부위별 성분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석 대상 귀걸이에서는 성분 차이가 나타났는데, 이는 금 합금 표면에서 금을 제외한 금속 성분을 의도적으로 제거하면서 금 함량을 높이는 고갈 도금(depletion gilding)이 행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갈 도금 방법에는 식물에서 추출한 산을 이용하는 산세척(pickling)과, 염화물 혹은 황화물 등의 광물과 은, 구리가 반응하여 화합물이 형성되면서 제거되는 것이 있다. 이렇게 형성된 고갈 도금층은 두께가 10㎛을 넘지 않지만 표면과 내부의 화학 조성 차이를 발생하게 한다. 따라서 고대 금 합금 유물의 비파괴 분석에 영향을 끼치는데, 특히 XRF, EDS와 같은 X선 형광분석법에 의해 검출되는 성분에 영향을 미친다. 그 중에서도 EDS 분석과 같이 유효 침투 깊이가 1㎛ 미만인 경우에는 이번 분석 결과처럼 부분별 성분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분석 대상 귀걸이 중에서 금 함량이 가장 높은 Ⅰ-636 귀걸이에서 구리 함량이 가장 높게 검출되었는데, 이것은 의도적인 첨가보다는 제작 과정에서 금판과 금속 봉 사이에서 금속 간에 열 확산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근거는 첫째, 분석 대상 유물에서 세환이식(금속 봉을 금판으로 감싼 귀걸이)에서만 구리가 일부 검출되고, 태환이식이나 수하식부이식에서는 구리가 검출되지 않았다. 둘째, Ⅰ-636 귀걸이가 다른 세환이식과 달리 마구리 부분을 접지 않고 잘라서 마무리하였고, 다른 귀걸이에서 보이지 않은 가로 방향 주름이 확인되어 금판과 금속 봉을 확실히 밀착시키기 위해 좀 더 높은 온도에서 밀착 작업의 강도가 높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금판 원재료의 높은 금 함량으로 고갈 도금과 같은 추가적인 표면 처리가 필요하지 않게 됨으로써 표면에 열 확산된 구리가 제거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진다.

    지금까지는 금판에 가해진 어떠한 작업에 의해 금판에 포함된 은, 구리가 고갈(depletion)되거나 구리가 금판으로 확산(diffusion)되는 것을 살펴보았다. 금제 귀걸이의 유형 분류에서 기본적인 기준은 금의 순도로서 본 연구에서도 은 함량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그렇다면 금판에 포함된 은이 자연금에 포함된 것인지, 합금에 의해 추가된 것인지의 의문점이 발생한다. 이 문제에 대해 국내에서 채취한 사금의 성분 분석과 국내외 고대 문헌의 금 정련 방법 조사를 통해 검토해 보았다.

    사금은 지역에 따라 5~50wt% 정도로 폭넓게 은을 포함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채취한 사금을 분석한 결과 평균 13wt% 정도의 은이 검출되었다. 이는 자연금으로 추정되는 미륵사지 출토 금정(6~20wt% silver)과 금괴(13~16wt% silver)의 성분 범위에 포함된다. 사금의 성분 분석 과정에서도 고갈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사금이 물에 의해 이동하면서 자연 부식되어 일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사금 분석 결과 기준에서 보면 Ⅰ 유형은 자연금에 은이 합금된 것이고, Ⅱ 유형은 자연금의 범주에 포함되고, Ⅲ 유형은 정련 과정을 거친 금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서 Ⅲ 유형의 경우 정련 과정을 거쳐 순수한 금을 만든 뒤 은을 합금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국내외 고대 문헌에 소개된 금 정련 방법을 조사하였다. 고대의 정련 방법은 자연금에 포함된 은이 염화물 또는 황화물과 반응하여 결합됨으로써 제거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 중에서 본 연구 대상 귀걸이와 시기적으로 유사한 중국 문헌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좋은 품질의 금을 얻기 위해 여러 단계의 정련 과정을 4~5번 정도 반복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순수한 금을 얻기 위해 장시간의 노력과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순금을 만든 후에 일정량의 은을 첨가하여 금 합금을 만들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금제 귀걸이의 금판 성분 차이는 사용된 재료, 표면 처리, 제작 기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대국가에서 금의 희소성과 중요성을 고려해볼 때 순도가 낮은 금 재료를 이용하여 순금과 유사한 색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갈 도금과 같은 표면 처리가 필요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귀걸이를 포함한 다양한 금제 유물에 적용된 표면 처리 가능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앞으로 유사한 표면 처리가 이루어진 금제 유물의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갈 도금층은 분석 결과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도금 층위가 얇아서 출토 후 무리한 세척 등으로 제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분석과 보존처리 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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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테이블
  • [ 표 1 ]  영남지역 유적 출토 금제 귀걸이 성분 분석 결과 (10분=1전, 10전=1냥)
    영남지역 유적 출토 금제 귀걸이 성분 분석 결과 (10분=1전, 10전=1냥)
  • [ 그림 1 ]  유형별 귀걸이의 금-은-구리 합금에 따른 분포도.
    유형별 귀걸이의 금-은-구리 합금에 따른 분포도.
  • [ 사진 1 ]  유형 금제 귀걸이(은 함량 20~50wt%) 분석 위치 및 표면 상태.
    유형 금제 귀걸이(은 함량 20~50wt%) 분석 위치 및 표면 상태.
  • [ 사진 2 ]  Ⅱ, Ⅲ 유형 금제 귀걸이(은 함량 10∼20wt%, 10wt% 이하) 분석 위치 및 표면 상태.
    Ⅱ, Ⅲ 유형 금제 귀걸이(은 함량 10∼20wt%, 10wt% 이하) 분석 위치 및 표면 상태.
  • [ 그림 2 ]  금제 귀걸이 금판의 부분별 은 함량 차이.
    금제 귀걸이 금판의 부분별 은 함량 차이.
  • [ 사진 3 ]  고갈(depletion) 현상이 보이는 금제 귀걸이의 표면과 단면 라인스캔 및 맵핑.
    고갈(depletion) 현상이 보이는 금제 귀걸이의 표면과 단면 라인스캔 및 맵핑.
  • [ 사진 4 ]  고갈(depletion) 현상 유무에 따른 금제 귀걸이의 표면 상태.
    고갈(depletion) 현상 유무에 따른 금제 귀걸이의 표면 상태.
  • [ 표 2 ]  금-은-구리 합금에 대한 XRF와 SEM-EDS의 유효 침투 깊이23
    금-은-구리 합금에 대한 XRF와 SEM-EDS의 유효 침투 깊이23
  • [ 사진 5(A) ]  Ⅰ-258 귀걸이 금판 내부 전자현미경 사진. (B) 금판 내부 표면 상태. (C), (D) <사진 5A>의 1, 2 부분 EDS 스펙트럼.
    Ⅰ-258 귀걸이 금판 내부 전자현미경 사진. (B) 금판 내부 표면 상태. (C), (D)  <사진 5A>의 1, 2 부분 EDS 스펙트럼.
  • [ 사진 6 ]  (A) Ⅰ-145 귀걸이 마구리 부분. (B) Ⅰ-636 귀걸이 마구리 부분. (C) Ⅰ-636 귀걸이 외형. (D) Ⅰ-636 귀걸이 표면 가로/세로 주름.
    (A) Ⅰ-145 귀걸이 마구리 부분. (B) Ⅰ-636 귀걸이 마구리 부분. (C) Ⅰ-636 귀걸이 외형. (D) Ⅰ-636 귀걸이 표면 가로/세로 주름.
  • [ 표 3 ]  국내 채취 사금 성분 분석 결과
    국내 채취 사금 성분 분석 결과
  • [ 사진 7 ]  (A) 경주 안강읍 금곡사 계곡 사금 전자현미경 사진. (B) 사금의 내부와 표면 라인스캔. (C), (D) <사진 7B>의 gold and silver mapping image.
    (A) 경주 안강읍 금곡사 계곡 사금 전자현미경 사진. (B) 사금의 내부와 표면 라인스캔. (C), (D)  <사진 7B>의 gold and silver mapping image.
  • [ 사진 8 ]  (A) 영천 고경면 청정리 사금 전자현미경 사진. (B) 사금의 부분별 라인스캔. (C), (D) <사진 2-B>의 gold and silver mapping image.
    (A) 영천 고경면 청정리 사금 전자현미경 사진. (B) 사금의 부분별 라인스캔. (C), (D)  <사진 2-B>의 gold and silver mapping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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