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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보험사의 감정노동 관리와 노동자 반응 Emotional Labor Management and Workers’ Response in Insurance Company
  • 비영리 CC BY-NC
ABSTRACT
보험사의 감정노동 관리와 노동자 반응

This paper is a case study of insurance company’s emotional labor management strategies and the emotional labor strategies performed by the insurance agents. Insurance agents are not instructed to work directly by managers, and their working place is variable. Insurance companies utilize the management strategies that induce the insurance agents to perform emotional labor in accordance with the company regulations even in the circumstances which are out of managers’ control. Insurance companies emphasize that compliance with the company’s management policy is directly connected with the insurance agents’ career achievements and attempt to motivate them to perform their functions by voluntarily abiding by the emotional display rules. To do this, the companies attempt to transform the insurance agents’ appearance and self-identity in the direction expected by the organization and make their private selves conform to the occupational selves. The emotional labor performed by the insurance agents is a result that insurance agents’ private selves are negotiated with the demand of the organization, rather than a result of accepting the demand of the organization completely. Through this, insurance agents attempt to minimize emotional dissonance or discordance and maintain their selves. But insurance agents’ will to keep their own authenticity and identity is continuously impaired by the organization that tries to become more deeply involved in their inner side. This study discussed insurance company’s emotional labor management, focusing on the form and content of the emotional display rules, the methods and characteristics of the management control, and presented how insurance agents perceive the demand and control methods of the organization and perform emotional labor.

KEYWORD
감정노동 , 보험설계사 , 문화적 통제 , 조직문화 , 노동자 반응
  • Ⅰ. 연구배경 및 연구문제

    서비스 직종에서 ‘서비스 품질 향상’이나 ‘고객만족’을 위해 노동자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감정을 경험하고 표현하여 소비자들과 원활하게 거래하는 것은 조직의 생존을 위하여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고객 지향적 서비스는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새롭게 확대되는 영역으로서, 소비자를 둘러싼 새로운 경쟁방식으로 등장하였다(백승욱, 2005). 소비자들은 상품 구매를 둘러싸고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선호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서비스 조직은 상품 자체의 품질만으로는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서비스 조직은 차별적인 고객 서비스를 생존 전략으로 인식하고 서비스 노동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관리 방식을 발전시켰다. 고객지향적인 서비스는 곧 서비스 조직의 고용주들이 더 많은 측면에서 서비스 노동자들의 외모나 기분, 처신이나 태도, 궁극적으로는 자아에까지 개입할 여지를 넓혀가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 이유는 서비스 노동과정에서 대인 상호작용이 주요한 노동과정을 차지한다는 점 때문이다. 서비스 노동자들은 사실상 서비스 상품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이들의 태도나 행동 등이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 과정에도 영향을 준다(Leidner, 1999). 따라서 서비스 노동자들이 개인적 정체성이나 자아 표현까지 노동과정에 투영시켜 직무수행에 적합한 상호작용 형태를 연출하는 것은 노동과정에서나 조직적 성과 측면에서 핵심적인 부분으로 인식된다(Macdonald and Sirianni, 1996; Pettinger, 2006). 이러한 맥락에서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는 노동자들이 노동 과정에서 경험하거나 표현해야 하는 감정적 상태나 사고방식, 태도, 행동과 같은 인격적 요소까지도 관리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로 이어졌다(Wharton, 1993; Leidner, 1999). 서비스 노동 시장에서 감정적 요소들이 교환가치를 갖는 상품화된 노동력으로 거래되는 것은 ‘감정노동(emotional labor)’으로 개념화 되었다(Hochschild, 2009). 그리고 서비스 부문에서 소비자들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감정노동에 대한 관리도 더 강화되고 있다.

    그런데 서비스 산업은 매우 다양한 하위 직종을 포함하고 있어서 노동 체제의 공통적인 특성을 짚어내기가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이병훈, 2006). 특히 오늘날 서비스 부문의 고용 형태나 노동 양식이 다변화되는 것을 고려할 때, 감정노동에 대한 관리 방식도 세부 직종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감정노동을 연구할 때에는 서비스 부문의 내부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특정 직종의 노동과정을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는 방식이 유용할 것이다.

    이 연구는 서비스 산업 내의 노동의 양식이 다변화되는 가운데 간접적 형태의 고용관계가 확산되는 것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인 보험설계사들을 통하여 서비스 조직이 감정노동을 관리하는 전략과 그것이 갖는 함의,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인식과 실제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감정노동 방식이 어떠한지를 다루고자 한다. 보험설계사들은 독립사업자 신분으로 회사로부터 보험상품에 대한 안내와 판매업무를 위탁받은 지위에 있다. 보험설계사들의 업무는 주로 설계사들이 잠재적 고객들에게 대면 접촉을 요청하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그리고 설계사들은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다양한 장소에서 개별화된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설계사들의 노동은 표면적으로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지위에서 수행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은 판매규정이나 판매방식, 수익분배를 둘러싸고 보험사의 정책을 따라야 하며 정기적 출퇴근이 요구되거나 개인 및 소속팀 별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 실적이 주어지는 등의 조직적 통제를 받는 지위에 있다. 이로 인해 보험설계사들은 개인사업자로서의 자영인의 외양을 띠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와 유사한 특성을 모두 지닌다(도재형, 2013). 이런 특성들이 보험설계사들에 대한 노동통제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보험설계사들이 수행하는 감정노동 전략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감정노동 및 노동통제 방식들과 관련된 선행연구들을 검토하고, 생명보험사를 대상으로 감정노동을 관리하는 방식과 실제 보험설계사들이 수행하는 감정노동의 경험적 자료들을 수집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서비스 조직의 감정노동 통제 방식과 실제 보험설계사들의 감정노동 전략의 성격을 밝혀보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감정노동을 둘러싼 관리 방식과 성격

    1980년대에 이르러 감정을 둘러싼 주제들이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전까지, 감정은 조직 행동의 요소보다는 개인의 심리적 구성물로서 구성원들의 직무태도나 직무 스트레스, 동기부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정도로 논의되었다.감정은 조직 합리성이라는 신화 속에서 조직적으로 관리·통제되어야 하는 부정적·비합리적 요소로 인식되거나(Ashforth and Humphrey, 1995), 조직 구성원 간의 갈등을 격화시키고, 의사결정을 왜곡·지연시키는 역기능적인 요소로 여겨지기도 했다(Putnam and Mumby, 1993). 서비스 노동 내에서도 감정은 개인 간의 관계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문제로 보는 등 부가적이고 주변적인 직무 요소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시각으로 인해 감정노동은 서비스 노동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투입되는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들은 무시되거나 조직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겪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리고 감정노동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부정적 결과들은 개별 노동자들의 자질이나 의지의 문제로 전가된 것으로 논의된다(신경아, 2009). 이러한 시각과는 대조적으로 감정노동은 자본주의적 노동 관계 속에서 조직의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이윤을 증대시키는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거나(Barchelor, Burch, and Humphrey, 2011) 노동자들 의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내는 통제 기제로 활용되기도 한다(Jocoy, 2003). 인간의 감정을 서비스 생산 체제의 주요 자원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감정의 특수한 성격에 주목하고 좀 더 관리적인 시각에서 노동자들의 감정적 영역에 개입하고, 조작하려는시도로 이어졌다.

    서비스 조직은 노동자들이 상호작용 노동과정에서 경험해야 하는 대표적인 감정들과 대외적으로 표현하거나 표현하지 않아야 하는 감정의 유형들을 지시하고 그것에 따라 감정을 관리하도록 요구한다. 이 때 서비스 조직이 구성원들의 감정경험과 표현을 관리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이 ‘감정규칙(feeling rule)’과 ‘표현규칙(display rule)’이다(Hochschild, 2009). 이런 규칙들은 산업, 조직, 직업, 직무, 소비자의 특성과 요구, 문화적 규범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사회적·직업적·조직적 규범을 반영한다(Rafaeli and Sutton, 1989; Zapf, 2002). 그렇지만 감정적 연출과 관련된 명시된 규정이나 제도 없이 비공식적이고 통념적인 감정 문화를 따르는 것은 노동자들이 노동과정에서 유지해야 할 구체적인 감정 상태를 지시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이 때문에 조직의 감정표현규칙은 직무 수행을 위해 필수적인 조직 체계의 한 부분으로 수립되고(Putnam and Mumby, 1993), 과업 지시서를 비롯한 조직의 각종 지침이나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 조직 관리자들의 담론 속에서 공적으로 행해진다. 그리고 조직적 맥락에서 감정노동을 구조화 하고 강제하는 통제 수단으로 작동한다(Rafaeli and Sutton, 1987).

    레이드너(Leidner, 1993)는 서비스 조직에서 노동과정을 통제하는 두 가지 표준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노동과정을 세분화하여 각 과업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수행 절차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필연적으로 노동자들의 과업 통제권이 박탈되는 것으로 이어지므로 노동자들의 의사 결정을 모두 제거할 수 없는 상황 하에서는 통제력을 가질 수 없다. 특히 상호작용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고객들의 복잡한 반응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직무의 핵심이 될 때 노동자들의 의사결정은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노동과정을 안정화시키는 또 다른 방식의 표준화가 적용되었다. 그것은 노동자들의 성격과 태도, 사고방식을 표준화하여 작업 과정에서의 유연 성은 허용하되, 상호작용 직무의 전체적인 방향과 결과물은 조직의 이해에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노동자들의 인격적 측면에 개입하려는 것이어서 업무 자체를 표준화하는 것보다 더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공식적인 직무 교육에서부터 실무훈련, 평가와 상벌, 내부 토론, 상급자나 동료들과의 일상적이고 비공식적인 접촉, 회사의 의례, 의식, 공유된 이야기나 신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동원되며, 구성원들이 조직 사회화 기제들을 통해 조직의 문화로 형성된 가치들을 내면화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이렇듯 문화적 요소를 활용하여 노동과정을 통제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행동이나 태도를 미리 규정해두는 문제를 넘어, 노동자들의 가치관, 성격, 사고방식까지 깊이 있게 변화시켜서 노동자들의 직업적 자아가 사적자아나 삶의 여러 측면들에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슈바인그르베르와 번스(Schweingruber and Berns, 2005)도 방문판매 기업에서 영업 실습생들의 자아를 재형성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감정관리에 개입하는 방식을 분석하였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서비스 조직은 영업사원들이 개별적으로 일을 하는 상황에서도 자발적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감정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직무에 적합한 자아를 새롭게 형성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관리자들은 영업사원들이 갖는 자아가 ‘형성된 것’임을 강조하며 영업 실습생들이 자기서사(self narrative)에 의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활용하여 새로운 자아를 계발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영업 실습생들이 향후 실제 고객들과의 만남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가정하고 이에 대처하는 훈련도 비중 있게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조직은 각종 교육과 훈련, 의례, 사내 경연대회, 관리자 및 동료들과의 비공식적 만남과 대화, 실제 주변 사람들을 고객으로 가정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판매 상황을 연습하는 것 등의 감정적 사회화(emotional socialization) 방식들을 활용하였다. 이를 통해 영업 실습생들이 향후 감정관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조직의 기대대로 감정노동을 수행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인격적 측면을 변화시키는 것을 통해 감정노동을 관리하는 방식은 문화적 장치들이 적극 활용된다. 조직의 문화를 통해 구성원들을 교화시키는 것은 구성원들이 조직 문화의 경계 내에서 살아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발적으로 순응적 조직 행위를 하도록 한다(VanMaanen and Kunda, 1989). 결국 이러한 과정은 고용주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일치하도록 의사결정을 내려줄 노동자들을 길러내려는 의도의 노동통제, 즉 문화적 통제(cultural control) 방식으로 작동한다(Haman and Putnam, 2008). 그리고 이러한 통제 방식은 그것이 인간에게 미치는 도덕적·윤리적 결과들로 인해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하였다. 서비스 조직이 노동자들의 인성을 조직이 기대하는 대로 형성하고, 조직을 대리하여 의사결정 권한을 갖게 만드는 관리 방식은 노동자들을 직접 통제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노동자들의 심리적 측면이나 사적인 삶의 영역들을 침해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것이다(Fuller and Smith, 1991; Leidner, 1993).

       2.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과 노동자 반응

    개인의 감정경험은 상호작용을 둘러싼 사회화 과정의 산물로서 감정을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 행동은 개인의 내면과 외부세계의 자극이 협상된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Shott, 1995). 서비스 노동자들도 하나의 인격체이므로 그들이 수행하는 감정노동은 온전한 개인으로서의 자아와 조직체계 내에서 역할을 부여받은 구성원으로서의 자아가 중첩되어 수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조직적으로 노동자들의 감정을 규제하려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감정적 상태가 조직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될 수는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고용관계 하에서 서비스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고 그들의 감정도 위계적 통제의 대상이 된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조직의 감정표현규칙에 부합하도록 자신의 감정을 가공해야 하는 것이다.

    혹쉴드(Hochschild)는 서비스 조직이 노동자들의 감정적 측면에 개입한 결과로서,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감정노동 전략을 크게 ‘표면행위(surface acting)’와 ‘내면행위(deep acting)’로 구분하였다. 표면행위는 노동자가 느끼는 실제 감정이 조직의 감정규칙과 다르더라도 대외적으로는 감정규칙을 따라 표현적 요소를 연출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내면행위는 대외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감정을 노동자가 실제로 느끼거나 경험하도록 의식적으로 내적인 감정을 조절하여 감정규칙에 일치시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조직 순응적인 감정 관리 전략으로서 노동자들은 조직의 감정규칙과 실제 자신의 감정이 불일치할 때 자신의 감정을 조직의 감정체계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하도록 기대된다. 그리고 점차 서비스 조직은 노동자들이 감정을 느끼는 방식까지 통제하고자 하면서 노동자들에게 표면행위보다는 내면행위 또는 메소드 연기(method action)를 더 많이 수행하도록 요구한다(Paules, 1996; Hochschild, 2009). 그러나 조직이 감정을 도구화하여 노동자들이 실제 느끼지 않을 수도 있는 감정을 가장하거나 실제로 경험하게끔 시도하는 것, 특히 그것이 지속되는 것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일상적으로 사람을 다루는 방식과 조직에서 요구 받는 고객 응대 방식 사이의 불일치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 부분에 주목하는 연구자들은 대부분 감정노동을 지속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탈인격화, 소외, 감정부조화, 소진과 같은 부정적 상태를 야기한다는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VanMaanen and Kunda, 1989; Fuller and Smith, 1991; Leidner, 1993; Grandey, 2000; 강현아, 2002; Hochschild, 2009; 신경아, 2009).

    한편으로 감정노동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복합적인 결과도 제시되어 왔다. 애쉬포스와 험프리(Ashforth and Humphrey)는 감정노동의 결과가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감정노동의 긍정적 결과로서 노동자들이 노동과정에서 경험하고 표현해야 하는 감정의 유형과 연출 방식을 인지함으로써 상호작용의 예측 가능성과 과업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한다. 노동자들 또한 직무상황과 인지적 거리를 둘 수 있어 불쾌한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심리적으로 떼어놓을 수 있고, 직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최상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추상적 기대에 부응하려는 과정에서 감정 부조화나 불일치, 자기소외를 유발하거나 심화시키는 부정적 결과도 동시에 지적하였다(Ashforth and Humphrey, 1993). 레이드너(Leidner) 또한 노동자들이 조직의 감정표현규칙을 따르는 것은 거래에서 요구되는 수준의 감정만 관여하도록 부담을 줄여 주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감정표현규칙을 자신의 사적 자아를 방어하는 경계로 삼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조직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감정노동을 수행한다면 결과적으로 직업적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을 경우, 조직의 감정 규범이나 관행들을적극적으로 내면화하는 모습도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레이드너는 노동자들이 조직의 요구를 수용하여 직업적 자아에 사적 자아를 일치시키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의 감정이나 타인과의 관계를 도구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그것은 실천적 측면에서나 도덕적인 측면 모두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하였다(Leidner, 1993).

    그러나 노동자들 또한 복합적인 사회적, 개인적 정체성을 지닌 존재이므로 조직이 특정 정체성이나 행위 양식을 주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노동자들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대처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제 감정노동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순응적 행위뿐만 아니라 저항적 행위에 이르는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Taylor and Tylor, 2000). 조직 행위로서의 저항은 조직 목표의 달성을 지체시키거나 저해하는 구성원들의 반응으로서, 주로 노동자를 비롯한 피고용인들이 조직의 질서를 형성하거나 유지하려는 권력에 대항하는 행위로 규정된다. 저항적 행위는 조직에 대한 냉소주의와 같이 겉으로 포착하기 힘든 방식에서부터 준법투쟁, 태업, 지시에 대한 회피와 거부, 문제제기, 파업이나 파괴적 행동 등의 직접적 행동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형태의 심리적 상태나 행위 방식을 포괄한다(Ashforth and Mael, 1998; Fleming and Spicer, 2007). 그리고 조직 순응적인 행위와 동시에 여러 방식의 저항이 일어날 수 있을 만큼 복합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노동자들은 표면적으로는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규칙에 대해 거리를 두거나 은밀한 방식으로 저항하기도 하는 것이다(Taylor and Tylor, 2000). 특히 대부분의 조직은 조직 내에서 제도화된 통제 체제를 통해 저항적 행위를 방지하거나 무력화 시키려 하므로 실제 저항적 행위는 대부분 산발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실행된다.

    그렇지만 비가시적이고 소극적인 저항도 노동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 이유는 노동자들이 저항의 동기를 갖는 것은 대체로 조직적 통제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이 위협받는다고 인식할 때, 자아상에 대한 균형감각과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이유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실행하는 대부분의 저항적 행위는 조직의 실질적 변화를 요구하기 보다는 노동자들 스스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자아 정체성이나 사고방식과 같은 상징적 가치들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구성원들은 상징적인 저항을 통해 일시적이나마 조직적 이데올로기로부터 역할거리(role distance)를 두고 자기 통제력을 유지하려 하며 이것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키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 수준의 산발적 저항도 결과적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지체시키고, 조직의 규범적 질서에 도전하는 집단적 불만으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관리적 측면에서는 사소한 방식의 저항도 잠재적 위협 요소로 인식된다(Ashforth and Mael, 1998). 이렇듯 조직의 제도나 통제 체제에 대한 반응으로서 노동자들이 갖는 부정적 인식이나 심리적 태도까지도 저항적 행위로 포괄한다면, 우리는 노동자들이 보여주는 수많은 반응과 행위들을 저항의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감정 노동자들이 시도하는 저항의 방식은 고객들 앞에서 미소짓기를 거부하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서부터 감정표현규칙의 일부분을 의도적으로 빠뜨리는 것, 의도적으로 일을 망쳐버리기, 감정노동의 대상에 대해 불평하거나 은밀하게 복 수하기, 규칙의 준수를 요구하는 기업 이데올로기에 대해 빈정거리거나 일탈하기 등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감정적 긴장과 피로가 누적되고 그것을 극복할 의지를 상실하면 자리 이탈, 결근, 감정적 일탈, 극단적으로는 이직해 버리는 등의 철회 행위가 나타나기도 한다(VanMaanen and Kunda, 1989; Sutton, 1991; Fineman, 1993; Paules, 1996; Pierce, 1999; Taylor and Tylor, 2000; 윤세준·김상표·김은민, 2000; Hochschild, 2009). 결국 조직적으로 감정을 관리하려는 시도는 더 세분화되고 강화되지만 서비스 상호작용은 조직적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거나 통제를 벗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항시 발생한다. 노동자들 또한 조직이 자신의 정체성과 같은 본질적 영역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할 때 조직이 요구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감정표현을 하거나 여러 형태로 저항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의 감정체계는 항시 전복될 가능성이 따르는 것이다.

    기존의 논의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감정노동에 대한 구체적 관리 형태와 함께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인식과 실천적 측면까지 확장하여 다뤄보고자 한다. 그간 감정노동에 대한 연구는 관리 및 노동통제의 방식이나 구체적 내용은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기존의 연구들은 감정노동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결과에 주로 주목해 왔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이 자신의 직무와 감정적요소, 조직적 관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적 측면, 실제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감정노동이 조직적 관리와 어떻게 조응하는가에 대한 실천적 측면에 대한 분석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노동자들이 감정노동의 부정적 결과를 예방하거나 자아를 방어·회복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전략들은 활발하게 논의되지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경험적 연구를 통하여 조직적 수준에서 감정이 관리되는 구체적 방식과 성격,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감정노동의 실천적 전략과 함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Ⅲ. 자료 및 연구방법

       1. 사례 조직 및 노동과정의 특성

    본 연구에서는 생명보험사인 A사의 B지점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A사는 1989년에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로서 생명보험과 연금보험, 저축보험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A사를 선정한 것은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영업지점들의 조직구성 및 판매정책이 동일하고, 본사가 영업지점의 개소, 구성원의 채용, 교육 및 훈련, 상벌에까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점을 고려하였다. A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판매조직은 각 지점의 영업부이다. B지점 영업부는 총 52명으로 지점장과 4명의 매니저, 47명의 보험설계사로 구성되어 있다. 4명의 매니저들은 각자 10명~12명의 보험설계사가 소속된 팀을 관리한다. 보험설계사들은 대부분 해당 팀의 매니저나 설계사들에 의해 모집·충원되어, 자신을 채용한 매니저나 설계사가 소속된 팀으로 배치된다. 영업부의 구성원들은 모두 대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이며, 30-40대 연령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A사는 설계사들을 충원할 때 재직 경력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설계사들은 모두 A사에 입사하기 전 다른 직장에서의 근무 경력이 있다.

    설계사들은 입사 직후 1개월 동안 직무교육을 수료한 후에 독립사업자 신분으로 회사와 위촉계약을 맺으며, 영업활동을 시작할 때에는 정착수당 명목의 초기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이후에는 자신이 판매한 보험상품의 납입액 중 일정 부분을 본사에서 정한 지급 기준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따라서 설계사들의 소득은 개인차가 크고, 불안정할 수도 있다.1) 설계사들의 소득이 불안정한 것은 이직으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회사는 설계사들의 이탈을 막는 동시에 새로운 구성원들을 지속적으로 충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험설계사들의 고용특성은 ‘대량충원 대량탈락의 악순환’으로 평가될 만큼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2) 이러한 특성이 A사에서도 나타나는 만큼 A사에서도 상시적으로 인원을 충원하고 있다.

    설계사들의 직무는 기본적으로 고객들을 찾아가서 수행되므로, 고객의 상황에 따라 근무 시간과 장소가 결정된다. 설계사들은 대체로 1명의 고객과 만나기 위해서 10명이 넘는 고객에게 전화로 접근하고, 고객을 만날 경우 하루에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20명 정도의 고객과도 만난다고 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여러 고객들을 만날수도 있다. 또한 설계사들은 향후 보험에 가입시킬 목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많다. 이에 따라 고객과 접촉하는 시간도 전화 접근으로는 수 분 내에 끝날 수도 있고, 직접 대면의 경우에는 편차가 더 크다.

    A사에서 제시하는 설계사들의 노동과정은 크게 다섯 단계로 진행된다(<그림 1> 참조). 설계사들은 보험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는 고객들의 명단을 작성한 후 전화접근을 통하여 고객과의 면담 약속을 잡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대면 상호작용인 초회면담 단계에서 고객에게 회사와 상품을 소개하고, 고객 정보와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여 보험 보장 내용을 설계한다. 그리고 마무리 단계에서는 고객에게 보험상품 가입을 권유한다. 만약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지 않더라도 다른 가망고객들에 대한 소개를 요청해야 하고, 보험상품에 가입할 경우 확정된 보험가입 계약서를 작성하여 고객을 재방문하고 보험증권을 전달한다. 그리고 다른 가망고객에 대한 소개를 요청한다(A사, 2007).

    A사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설계사들의 노동과정은 앞서 설명한 순서대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설계사들이 접촉하는 고객들은 대체로 보험상품 가입에 대한 욕구가 없거나 낮은 수준이어서 노동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고객이 접촉을 끝내려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설계사와 고객 간의 상호작용은 거래 도중에 중단되거나 여러 차례에 걸쳐서 중간 과정이 다시 진행되는 일이 많다. 또한 설계사들이 향후 보험가입을 권유하기 위해 고객들을 만나는 경우에는 보험상품 판매에 대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더라도 표면적으로는 보험상품에 대한 언급 없이 만남을 이어가는 것과 같이 노동과정에서 예외적인 상황은 빈번한 편이다.

       2. 연구 방법과 연구 참여자

    감정노동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대체로 사례 연구를 통해 작업장에서 직접 서비스 노동을 수행하거나 관찰하기, 조직의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관리자들이나 노동자들과의 면담을 통하여 자료를 수집·분석하였다(VanMaanen and Kunda, 1989; Fuller and Smith, 1991; Sutton, 1991; Leidner, 1993; Putnam and Mumby, 1993; Paules, 1996; Pierce, 1999; 윤세준 외, 2000; 강현아, 2002; Mulholland, 2004; Jocoy, 2005; Schweingruber and Berns, 2005; 김경희, 2006; Hochschild, 2009; 신경아, 2009). 그리고 회사 및 노동조합에서 발행하는 인쇄물이나 작업장 내에 공지되는 게시물, 감정노동이 일어나는 구체적인 사건과 반응 유형들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서 노동자들의 일기를 분석하는 것도 제안된다(VanMaanen and Kunda, 1989; Rodrigues and Collinson, 1995; Grandey, 2000). 이렇듯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 관찰이나 직접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통해 자료를 구성하거나 다양한 출처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감정노동이 노동자들의 내적 측면과 분리하여 연구하기가 어렵고, 감정노동이 상호작용 과정에서 수행되는 만큼 조직적 환경과 노동상황과 같은 맥락적 요소들까지 고려할 필요성 때문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질적 연구방법은 세부적인 자료와 상황을 바탕으로 어떤 행위를 풍부하고 총체적으로 해석하기 위하여 활용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사례 연구는 연구 대상들이 어떤 행위나 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요인들을 심층적이고도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Mason, 2010). 이 연구에서도 사례 연구가 갖는 유용성을 수용하여 관련 자료들을 수집·분석하고자 하였다. 구체적 연구방법은 내용분석과 심층면담이다. 조직의 감정표현규칙 및 관리방식은 해당 조직에서 요구하는 감정표현 규범과 규칙을 비교적 명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들을 수집하고 내용분석을 실시하였다. 예컨대, 고객응대와 관련된 직무규정 및 지침(매뉴얼), 스크립트, 교육훈련 자료, 직무 평가에 활용되는 자료, 보고서 등을 수집하고, 구성원들과의 면담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자료들도 활용하였다. 이를 통해 조직 내감정관리와 관련된 규범들이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을 구성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조직의 감정관리 방식은 어떠한지를 파악하였다. 그리고 심층면담은 B지점의 구성원 중 3명의 관리자와 7명의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표 1> 참조>).

    [<표 1>] 심층면담 참여자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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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층면담 참여자의 특성

    관리자들과의 면담은 이들이 조직의 구조와 정책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개별 노동자들로부터 얻기 힘든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특정 관리 지침이 시행되는 배경과 취지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도 좀 더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도록 한다. 조직의 감정 관리는 감정표현규칙의 형태와 구체적 내용, 감정표현규칙을 설계사들에게 습득시키는 방식에 대한 질문들로 구성하였다. 노동자 반응은 개방적 형태의 면담을 통하여 설계사들이 이 직종으로 진입한 계기, 직업 및 직무에 대한 인식, 조직의 감정표현규칙과 조직적 관리통제에 대한 인식, 감정노동이 요구되는 상황에서의 노동자 반응 전략을 중심으로 질문하고, 면담과정에서 새롭게 얻게 되는 정보들도 반영하였다.

    1보험연구원에서 생명보험설계사 1,0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보험설계사들의 월평균 소득은 303만원으로 나타났다(안철경·황진태·서성민, 2011). 면담 당시 A사에서 설계사들이 받는 월평균 수수료는 560여만원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에는 월소득이 전혀 없을 수도 있고, 체결 건수가 많으면 수천만 원의 수수료를 받는 설계사들도 있다.그리고 조직에서 제시한 실적을 달성하면 추가적인 성과급이나 경품을 지급받기도 하므로 설계사 간의 소득 격차는 큰 편이다.  2보험 업계에서는 조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평가하는 단기지표로서 보험설계사의 13개월차 정착율을 적용한다. 13개월 차 정착율은 보험설계사가 입사 1년이 지난 후(13개월 차)에 얼마나 남아 있는가를 나타내는 단기효율지표로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보험사가 안정적으로 설계사들을 유지,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금융감독원에서 2013년 4월부터 같은 해 12월을 기준으로 한 공시자료에 의하면 보험설계사로 입사하여 1년 이상 정착하여 일하는 비율은 생명보험사 35.7%, 손해보험사 43.7% 수준이다. 그리고 정착율이 가장 낮은 보험사는 평균 8.6% 수준으로 입사한 보험설계사들 10명 중 9명이 1년 이내에 퇴사할 만큼 보험설계사들의 조직 이탈은 빈번하다(금융감독원, 2014).

    Ⅳ. 분석 결과

       1. 감정표현규칙의 형식과 성격

    A사의 감정표현규칙은 본사, 본부, 지점 단위에서 고안되고 여러 경로로 공유된다. 공식적인 감정표현규칙은 보험설계사들이 입사 직후 1개월간 받게 되는 교육 자료인 ‘CST(Career Skills Training Workbook: 경력 계발 프로그램)’와 입사 2개월째부터 12개월까지 받게 되는 교육 자료인 ‘ATP(Agency Training Program: 설계사 훈련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8권의 소책자가 1세트로 묶인 형태로서 생명보험과 설계사의 직업적 가치를 비롯하여 상품 판매 전략, 거절 처리, 보험상품의 이해, 직종별 고객 접근법 등을 포함한 총 20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감정관리와 관련된 내용들은 주로 설계사의 직업적 가치와 상품 판매 전략, 거절 처리 기법, 이미지 메이킹(image making) 과정에 반영되어 있다. 그 외에도 A사는 본사 및 지점 단위로 진행하는 각종 직무 교육과 연수를 통해 보험설계사들의 자기 관리에 필요한 내용들을 전달한다. 또한 사내 전산망을 통해 전화 접근 및 면담 상황에서의 상황별 고객 응대 스크립트, 거절 처리 화법, 대인 관계와 관련된 자료 등을 공유하고, 설계사들이 고객들과 면담하는 상황을 설정하여 진행하는 상황극(role-playing)을 동영상 자료로 제작하여 DVD 형태로 배부하거나 사내 전산망에 등록하고 있다.

    A사는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이 자부심을 갖고 열정을 쏟을 만한 것이고 회사의 정책은 설계사들의 직업적 성취를 돕기 위하여 구성된 것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설계사들에게 ‘자부심’, ‘열정’, ‘신뢰감’을 기본적인 감정표현규칙으로 제시한다(A사, 2007). 감정표현규칙의 구체적 내용은 보험설계사들의 직업적 가치, 설계사들의 자기 연출 전략을 바탕으로 앞서 설명한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노동과정과 상황별 대처 방법에 포함되어 있다. 또한 설계사들이 만나는 고객의 성향이나 고객이 처한 상황이 다양한 만큼 각각의 과업에서 설계사들이 경험할 수 있는 상황들이 세분화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상황에서 설계사들이 고객들의 상호작용 거절 시도를 막고 상호작용의 주도권을 최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그런 점에서 감정표현 규칙은 설계사들에게 소비자들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의 여지를 제시 함으로써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부여하고 있다.

    1) 외양과 관련된 감정표현규칙

    보험설계사들과 고객들의 접촉은 대부분 설계사들이 고객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연극학적 관점에서 보면, 서비스 노동자들이 소비자들과 거래하는 행위(공연)는 소비자들이 찾아올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갖춘 상황에서 이루어질 수 있지만, 무대 배경이 공연자를 따라가는 상황이나 공연자 자체가 무대의 배경 역할까지 하게 되는 상황에서도 이루어질 수도 있다(Goffman, 1987). 보험설계사들은 그들 스스로 공연 무대의 배경을 갖춰야 한다. 설계사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공연의 시작과 종료를 구분하는 장면의 전환을 가시적으로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계사들은 외양이나 몸가짐을 통해 무대 배경을 대체해야 하며, 사람들을 공연으로 끌어들이거나 내보내는 데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사람들은 설계사들의 외양을 통해 조직에 대한 인상까지 형성할 수 있으므로 설계사들의 외양과 자기 연출은 더 강조된다.

    A사는 설계사들의 몸치장을 통해 이들이 직업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자 한다. 설계사들의 외양 연출을 통해 고객들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형성하고, 이후의 상호작용을 지속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계약체결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외양과 관련된 규정은 “깨끗한 재킷, 잘 다려진 셔츠, 구김 없는 바지”(A사, 2009)가 기본이다 남성 설계사들의 경우 칼라(collar)가 있는 긴소매의 드레스 셔츠와 넥타이를, 겉에는 같은 소재와 색상으로 구성된 바지와 재킷을 착용하도록 한다. 겨울에는 슈트 위에 모직 코트를 걸치도록 한다. 양말과 구두는 슈트의 색상에 어울리는 것으로 신되, 구두는 발목뼈 아래 선 정도의 높이에 매듭지어 묶는 형태의 끈이 있어야 한다. 여성 설계사들에게는 남성 설계사에 비해 다소 느슨한 규칙이 적용되지만 기본적으로는 재킷을 갖춘 투피스 형태의 슈트 차림이며, 칼라가 있는 셔츠를 입어야 한다. 그렇지만 레이스나 러플이 화려하지만 않다면 블라우스도 허용된다. 구두는 앞뒤가 모두 막힌 형태의 것으로 신되, 어느 정도의 굽높이가 있어야 한다. 머리 모양은 턱선을 넘지 않는 길이에, 묶지 않는 형태가 권장된다. 그리고 옅은 화장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설계사들은 손잡이가 있고 각이 잘 잡힌 사각형의 가죽 소재의 서류가방을 갖고 다녀야 한다. 또한 설계사들은 시계, 반지를 비롯한 장신구나 고가의 필기구를 통해서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인상을 연출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명이 새겨진 표식(badge)을 옷깃에 부착해야 한다(A사, 2007). 외양과 관련된 규칙들을 A사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이라기보다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인상에 대한 일반화된 사회적 관습에 더 가깝다. A사의 외양에 관한 규칙도 보편적인 사회적 규범에 충실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노동과정에서의 감정표현규칙

    설계사들이 접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험상품에 대한 구매욕구가 없거나 약한 상태이고, 때로는 보험사나 설계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도 하다. A사의 감정표현규칙은 설계사들이 보험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고객들의 인식을 변화시켜 고객들이 다른 시각으로 보험을 바라보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확률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둔다. 설계사들은 고객들에게 자신이 바쁜 사람이라는 태도를 연출하고 낮은 자세로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그리고 고객들이 신속하게 결정하지 않을 경우 중요한 기회를 고객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외양에 대한 지시와 함께 몸가짐이나 화법에 대한 연출 방식도 제시된다. 감정표현규칙을 직무 수행 단계별로 제시하면서 각 단계에서 권장되는 몸가짐이나 화법들을 살펴보았다.

    첫째, ‘전화접근’ 단계에서 설계사들은 정장을 입고 바른 자세로 앉아서 통화할것, 전화 통화 시 간결하고 긴급한 목소리로, 조금 빠르게, 크게, 명확하게 미소를 담을 것, 통화 시간은 5분 이내로 할 것이 요구된다. 전화접근 과정에서는 설계사들이 표현하지 않아야 할 것들도 제시된다. 설계사들은 고객과의 논쟁을 피하고, 고객이 문제제기를 하거나 저항할 때에도 항상 ‘알겠습니다. 그렇지만(Yes-But)’과 같은 화법을 통하여 고객의 입장을 인정한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통화 도중에 전화를 끊거나 설계사와의 만남을 거절할 경우에 대비하는 ‘전화 접근 거절처리 화법’ 자료를 준비하도록 권장한다.

    둘째, ‘초회면담’ 과정에서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외양을 갖출 것,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면담에 적절한 형태로 자리를 잡을 것, 웃으면서 시작할 것, 자신감 있게 악수할 것, 열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태도, 진실한 태도, 부드러운 음성과 자연스런 제스처를 취할 것과 같은 외양과 몸가짐이 지시된다. 또한 설계사들은 적절하게 시선을 처리하고, 경쾌하고 밝은 목소리로 정제된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요구되는 화법은 질문을 많이 할 것, 감정에 호소할 것, 예화를 사용할 것, 고객을 칭찬하고 고객의 의견에 맞장구쳐 줄 것, 고객의 의견이 옳을 때는 빨리 인정할 것, ‘예’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도록 질문할 것으로 제시된다.

    셋째, ‘상품설명과 판매단계’에서는 설계사들이 상품에 대한 내용을 숙지하여 자료를 보지 않고 고객의 눈을 응시하고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설계사들은 속도감을 갖고 간결하면서도 최대한 묘사적인 말을 사용하여 고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의 주의를 유지시킬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응답에 대해 칭찬하는 화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 이유는 설계사들이 대부분 고객을 설득하여 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상호작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면서 고객의 결정을 유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마무리와 끝인사’ 단계에서는 보험료를 제시하며 고객들의 가입을 유도하거나 거절을 극복하여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설계사들은 보험 계약이 가치 있는 일이며, 고객은 충분히 그것을 감당할만한 위치에 있음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설계사들은 고객이 망설이거나 거절할 때 당황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며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처럼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이 머뭇거릴 경우 고객을 설득하기 보다는 “어떻습니까? 이해가 충분히 되십니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5초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객의 눈을 응시하여 압박감을 주거나 보험 가입 청약서에 서명을 유도하기 위하여 필기구를 자신 있게 건네는 몸짓도 포함된다. 고객이 청약서에 서명을 했다면 “보장은 바로 지금부터 시작됩니다.”와 같은 말을 하여 고객의 상황이 보험에 가입하기 전과 다르다는 것(보험의 보장을 받게 됨)을 알려야 한다.

    다섯째, ‘소개확보’ 과정에서는 고객의 청약 여부와 관계없이 다른 가망 고객들에 대한 소개를 요청해야 한다. 설계사들은 상담의 대가로 소개는 당연하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설계사들은 메모지와 펜을 꺼내 들고 받아 적으려는 자세를 취하고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도록 권장된다. 그리고 상대방이 소개하려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끝으로 고객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에는 보험증서를 전달하기 위하여 다시 고객을 방문해야 한다. 설계사들은 고객이 가입한 보험의 보장내용을 다시 설명하고, 축하의 말을 함으로써 고객의 만족감을 높여 계약을 유지하도록 결심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고객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여 영업 활동의 영역을 넓히도록 해야 한다.

    3) 일상적 노동과정을 벗어나는 상황에서의 감정표현규칙

    보험상품은 대체로 구매욕구가 사전에 작동하여 ‘팔리는’ 상품이 아니라 설계사들이 잠재적 고객들로 하여금 보험상품에 호감을 갖도록 감정적 환기나 욕구를 유발하여 ‘팔아야 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설계사들은 초기접근 단계에서부터 상대방의 무관심이나 거절, 공격적인 반응을 종종 경험한다. 설계사들은 상대방이 상호작용을 회피하거나 중지하려는 시도를 극복하지 못하면 수입을 얻을 수 없고, 회사의 이윤창출은 설계사들의 활동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A사의 감정표현규칙은 고객들이 부정적 반응을 표현하는 상황들을 예상하고 각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식들도 포함하고 있다.

    A사에서는 고객들이 거절할 사유로 내세우는 사례를 크게 전화응대 11가지, 대면상황 13가지로 유형화 하여 설계사들이 각각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화법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관심이 없다고 할 경우,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할 경우, 더 이상 보험이 필요하지 않다고 할 경우, 바쁘다고 할 경우, 반복적으로 거절할 경우 등의 상황에 대하여 설계사들이 언급하도록 권장되는 간략한 대사부터, 반박 논리의 근거 자료들, 구체적 예화들이 제시된다(A사, 2011a;2011b). 그리고 A사는 설계사들이 고객의 거절에 직면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여 감정적 불일치나 충격을 완화시키고 고객들을 설득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자 한다.

    보험설계사들이 고객의 거절에 직면하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표현규칙은 ‘공감’이다. 그러나 실제로 설계사들에게 제시되는 감정규칙은 ‘무시’이다. 이것은 고객의 거절에 대한 설계사들의 심리적 저항감을 연기시켜서 고객과의 논쟁을 피하도록 감정을 관리하게끔 하는 것이다. 설계사들은 표면적으로 고객들이 거절하는 상황에 공감하지만, 거절 자체를 인정해서는 안된다. 때로는 단호하게 고객의 거절을 묵살하거나 정면으로 부정하여 강한 인상을 주는 태도나 화법이 제시되기도 한다. 설계사들은 고객들이 거절하는 진위를 파악하고 거절의 의지를 약화시켜 지연되거나 중단된 노동과정의 다음 단계를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설계사들이 여러 방법으로 거절처리를 시도했으나 상대방의 거절이 계속 된다면 그 사람과 지속적으로 연락할 여지를 남기고 정중한 태도로 상호작용을 종결짓도록 권장된다. 이것을 통하여 설계사들이 감정적 부조화 상태를 장시간 경험하거나,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방지하여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동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회사에 대해서까지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될 가능성은 줄이고자 한다.

       2. 감정노동에 대한 관리통제 전략과 성격

    보험설계사들은 형식적으로는 보험사와 보험가입자 사이에서 계약체결을 중개하는 독립사업자로서 위촉계약 방식의 고용관계를 맺는다. 이로 인해 관리자들은 설계사들이 노무를 제공하는 방식이나 근무 시간, 장소 등을 직접적으로 지시할 수 없다. 그러나 설계사들의 판매 실적은 조직의 이윤창출로 직결되고 설계사들의 태도나 처신은 고객들이 A사에 대해 갖게 되는 인상에도 영향을 준다. 이로 인해 회사는 어떤 형태로든 설계사들의 노동과정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B지점 매니저의 답변은 특수고용직 종사자로서의 보험설계사의 형식적 지위와, 실제 회사에서 설계사들에 대한 통제를 필요로 하는 것 사이에서 발생하는 현실적 간극을 잘 보여준다.

    설계사들의 직무 특성 또한 직접적인 통제 방식이 적용되기 어렵다. 설계사들은 개별적으로 고객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관리자들의 감시를 벗어난 상태에 있다. 또한 설계사들이 만나는 사람들의 반응은 구매 욕구를 가진 소비자들에 비해 훨씬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서 상호작용의 상황은 복잡하게 전개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설계사들은 즉각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을 많이 경험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보험사는 설계사들과 고객들 간의 상호작용 상황을 열거하여 대처방식을 지시하기 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방식으로 통제력을 행사하려 한다. A사에서 감정노동을 관리하는 방식은 겉으로 연출되는 태도나 행동을 지시하기 보다는 설계사들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과 같은 인성적 측면을 회사의 기대대로 재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설계사들이 관리감독이 없는 상태에서도 조직에서 기대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도록 유인하고자 하였다. 그것을 위해 설계사의 직업적 성취는 회사에서 제시하는 직업 설계사로서의 상(image)을 갖추고 그들의 외양, 태도, 사고방식, 성격, 가치관에 이르는 모든 측면들을 직업 활동에 적합한 방향으로 바꿀 필요성을 주지시켰다. 그리고 그들이 직업적 자아가 삶의 모든 측면들과 연관되기를 기대한다. 이 과정에서 반복적인 교육 훈련, 의례와 의식, 은유와 예화, 역할극 훈련 등의 문화적 장치들이 광범위하게 활용되었다. 회사는 감정적 사회화(emotional socialization)를 통해 직업적 자아를 수용하고 적극적인 내면행위를 수행하는 것이 개인의 목표를 달성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지속적으로 주입하고 교화하는 것이다.

    1) 교육 및 훈련

    설계사들은 입사 직후 1개월 동안 본사와 본부, 지점에서 실시하는 직무교육을 받는다. 직무교육은 매월 초 전국의 각 지점에 신규 충원된 설계사들이 본사에 모여서진행되는 3일 간의 프로그램과 각 지역 본부와 소속지점에서 21일 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 시간은 총 200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직무 교육의 기본적 목표는 “보험설계사들이 갖추어야 할 태도, 상품에 대한 지식, 성공철학과 가치, 판매 기술, 활동습관을 완성함으로써 성공하는 조직 문화에 적응하며, 보험설계사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을 완전히 숙지”시키는 것이다(A사, 2007). 교육훈련의 주제는 판매 규정을 제외하면 보험의 가치 및 보험설계사의 성공철학, 선배 설계사의 성공 사례 공유, 설계사로서 갖추어야 할 옷차림과 매너, 고객의 거절처리에 대처하는 화법, 고객의 특성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예화 등 대부분 설계사로서 가져야 할 태도나 자세,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들과 같은 감정관리와 자기 표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직무교육은 시청각 자료, 강의, 선배 설계사와의 대화, 카메라 테스트, 결의 발표와 같은 방식을 통하여 전달된다. 그리고 효과적인 직무 수행을 위한 마음가짐과 표현방식, 고객들을 설득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예화, 상황별 대처 화법 등을 가르친다. 이를 통해 A사는 설계사들이 보험상품을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며, 전문가로서의 의식과 태도를 갖추도록 요구한다.

    설계사들은 입사 2개월 차부터 영업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도 주 1~2회에 걸쳐 총 6~12개월 동안 심화된 교육훈련인 ATP(Agency Training Program)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회사는 설계사들에게 보험상품에 대한 지식과 조직이 선호하는 가치와 태도를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주입하고자 한다. 또한 1년에 걸쳐 진행되는 공식적인 교육훈련 기간을 거친 후에도 A사는 본사나 본부, 지점 차원에서 설계사들 이 지속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동기를 유발하고, 활동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각종 특강, 세미나 등을 개최한다. 지점장은 지속적으로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A사의 교육훈련이 설계사들의 감정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영업실적이 저하되거나 이직하려는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한 보수교육(refresher training)이다. 지점장은 보수교육의 내용이나 진행방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이처럼 A사에서 실시하는 교육훈련은 대부분 보험상품에 대한 지식을 습득시키는것 보다는 설계사들이 조직의 감정체계를 수용하고 자신의 주된 사고방식, 태도, 행동 습관, 성향을 재형성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설계사들이 긍정적인 감정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을 만나려는 의욕을 떨어뜨려서 개인의 영업실적을 저하시키지만 회사로서도 설계사들의 조직이탈이나 이익의 저하로 직결된다. 그렇지만 설계사들의 고용형태로 인하여 회사는 설계사들의 부진한 직무결과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A사는 반복적인 교육으로 설계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유지시키고자 한다.

    2) 의례와 의식

    A사는 신입 설계사들이 거치게 되는 통과의례에서부터 수많은 공식적·비공식적 의례를 시행한다. 그 목표는 대부분 설계사들의 활동성을 자극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맞춰져 있다. 신입 설계사들은 관리자들이나 선배 설계사로부터의 축하와 덕담을 통해 A사의 구성원이 된 것을 환영 받으며, 이전과는 다른 사회적 지위에서 가치 있는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듣게 된다. 이러한 의례가 성공적이라면 신입 설계사들은 회사가 기대하는 새로운 정체성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A사는 매년 본사 차원에서 전체 설계사들이 모인 가운데 연말 파티를 개최한다. 이 날의 가장 중요한 행사는 영업실적이 가장 높은 설계사에 대한 시상식이다. 한해 동안 최고 누적 판매액을 달성한 설계사는 화려하게 장식된 무대 위에서 트로피와 상장을 수여 받으며, 포상금과 고가의 자동차를 시상품으로 받는다. 그리고 A사는 분기 또는 반기별로 역할극 대회, 신규 설계사들을 가장 많이 충원한 지점에 대한 포상 행사, 감동적인 보험 가입이나 수혜 사연 공모전 등을 개최한다. 지역 본부나 지점에서도 매월 우수 설계사를 선정하고 현금이나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의 보상책을 활용하여 설계사들의 직무 동기를 높이려 한다.

    설계사들의 자신감과 열정을 끌어내는 일상적인 의례들도 수행되었다. B지점은 주 2회의 조회를 통해 설계사들에게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을 재교육할 뿐만 아니라, 설계사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기회로도 활용하고 있다. 지점 조회는 빠른 박자의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시작되며, 전체 설계사들이 모이면 지점장은 회사가 시장에서 거둔 성취나 지점의 실적 향상과 같은 좋은 소식을 알려준다. 그리고 우수한 실적을 유지하거나 이전보다 향상된 실적을 거둔 설계사들의 명단을 발표하여 그들을 칭찬하고 어떻게 그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점장은 큰 북을 치며 설계사들이 크게 박수치도록 유도하면서 설계사들을 감정적으로 각성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함께 구호를 외치고,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치는 행위(hi-five)를 통해 일체감과 열정적인 감정 상태를 조성하려 한다. 이런 의식을 통해 조회 이후 일과를 시작하는 설계사들의 감정적 상태를 환기시키고, 그들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유지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지점장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하여 격려사나 자기계발서 및 교양서의 문구(文句), 명언 등 설계사들의 의욕을 북돋우는 글을 보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지점장은 교육 일정 등을 문자 메시지로 공지할 때 ‘여러분의 힘찬 발걸음에 고객의 변화가 있습니다’와 같은 격려글로 시작한다. 그리고 ‘누구나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중요한 것은 거절당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등과 같이 감정적 상태를 환기시킬만한 자기계발서의 한 구절을 보내거나 책을 선물하기도 한다. 매니저들도 지점 조회가 끝난 직후를 포함하여 주 2회 이상의 팀별 모임을 갖는다. 그리고 고객과의 만남이나 계약체결이 예정된 설계사들이 있을때에는 팀원들과 함께 계약체결이 성사되기를 기원하는 덕담을 해주고, 그 설계사의 주변에 둘러서서 큰 소리로 기합을 불어 넣어주기도 한다. 설계사들이 계약을 체결하는 날에는 늦은 시간에라도 지점으로 돌아오도록 하고 팀에 속한 설계사들과 함께 기다린다. 그리고 회식 자리를 마련하여 계약을 체결한 설계사의 성과를 치하한다. A사는 이러한 크고 작은 의례와 의식을 통해 설계사들이 꾸준히 사람들을 만나려는 의지를 갖도록 하고 조직에 대한 유대감을 조성하여 조직을 쉽게 이탈하지 않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3) 은유와 예화

    A사는 설계사와 고객들의 감정적 상태를 조성하고,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수많은 은유(metaphor)와 예화(story)들을 공유하고 있다. 사망이나 사고, 질병과 같은 위험 요소들은 대부분 막연하게 느껴지거나 받아들이기 두려운 것들이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은유를 통해 고객들이 추상적으로 느끼는 것들을 생생하게 감지하도록 표현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정서적 자극을 주고자 한다. 이것을 위해 A사는 보험상품이 ‘약속’, ‘선물’, ‘믿음’의 이름으로 고객들에게 인식되도록 비유하여 설계사들이 고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가르친다.

    A사는 설계사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많은 예화들도 공유하고 있다. 예컨대 보험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사람이 예기치 않은 사고로 보험의 혜택을 받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던 일들,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남겨진 가족들이 고통을 받은 일 등의 사례들을 유형화하여 내용을 공유한다. 설계사들이 상황에 적합한 예화를 활용하여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계약체결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설계사들은 고객들로부터 수없이 거절을 당한다. 이 때문에 설계사들이 사람들이 보이는 무관심이나 거절 앞에서 경험할 수 있는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예화들도 요구된다. A사는 이러한 은유나 예화들을 공유하기 위해서 외부의 전문가들을 섭외하여 강의를 하고, 설계사들이 선망하는 지위에 있는 동료 설계사들을 역할모델로 내세운다. 그들은 보험상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기보다는 타인의 감정을 자극하고, 신뢰를 얻어 판매로 연결시키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며, 감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예화들은 회사의 교육 자료뿐만 아니라 사보, 포스터, 인터뷰 동영상 자료 등으로 제작되어 배부되기도 한다. A사는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설계사들이 경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식들을 유사체험하며 감정적 기억으로 저장할 수 있도록 한다.

    4) 역할극(Role-Playing) 훈련

    A사가 보험설계사들을 감정노동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연기자로 키워내는 훈련은 역할극(role-playing)을 강조하는 것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역할극 훈련은 신입 설계사들이 이수해야 하는 1개월 간의 직무훈련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설계사들은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모든 판매 단계에서 예상되는 상황을 설정하고, 과업수행 과정을 각본화 하여 대본을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작성한 대본대로 역할극을 수행해야 한다. 설계사들은 조직으로부터 자기 연출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을 배우지만, 자신이 가장 잘 연출할 수 있는 성향이나 말하는 습성, 그들이 만나는 고객의 특성을 반영하여 직접 대본을 작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의 흐름을 이어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관리자들은 역할극을 반복적으로 연습시키면서 신입 설계사들에게 조직적으로 공인된 태도를 훈련시키고 설계사들이 고객들에게 표현하거나 억제해야 하는 요소들을 조언한다. A사의 매니저는 역할극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 자신이 연기를 한다는 것을 잊을 만큼 익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설계사들은 고객들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해야 한다. 그 방법은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로서, 설계사들이 연출하는 것은 회사에서 요구하는 자아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내면 상태부터 변화시킨 내면 행위의 결과여야 한다.

    역할극 훈련은 평가체계와도 연결되어 있다. 신입 설계사들은 입사 초기 1개월 간의 직무교육 후반에 역할극을 수행한다. 평가는 본부장과 지점장, 팀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관리자들은 역할극 수행을 통해 설계사들이 조직에서 설계한 판매 단계를 숙지하고 있는지, 판매 단계별로 설계사들이 적절한 감정적 요소들을 표현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신입 설계사는 역할극을 마친 후에 관리자 및 선임 설계사들로부터 조직적으로 요구되는 인상관리와 연출 방식을 조언 받는다. 이 과정은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되어 설계사들에게 전달되고, 설계사들은 자신의 연기가 향후 고객들 앞에서도 설계사 본연의 모습으로 느껴질 수 있을 만큼 연습할 것을 요구받는다.

    또한 A사의 경영진은 역할극 훈련이 일상적인 조직문화로 자리잡기를 기대하고 활성화하고자 하였다. 그에 따라 본사 차원에서 매년 역할극 대회를 개최하여 평가와 보상 제도로 연결시켰다. 역할극 대회에서 입상한 팀들은 회사로부터 100만 원이상의 상금을 받거나 가족단위의 해외여행 경비를 지급 받는다. 그리고 A사는 역할극 대회에서 입상한 팀의 동영상과 스크립트를 모든 설계사들이 볼 수 있도록 자료로 배부하여 조직의 감정표현규칙에 부합하는 연기가 어떠한 것인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5) 관리 통제의 성격

    A사에서 감정노동을 통제하는 방식은 장기간에 걸쳐 설계사들의 사적 자아를 직업적 자아로 통합시켜 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 방식은 문화적 장치를 비롯한 조직 사회화 기제들을 활용하여 미묘하고도 내재적인 형태로 전파되는 것이다. 이렇듯 A사에서 좀 더 우회적인 방식으로 노동과정을 통제하는 것은 설계사들의 고용형태나 직무수행 방식에서 기인한다. 회사는 독립사업자 신분인 설계사들에게 직무 수행과 관련한 직접적인 지시를 할 수 없고, 설계사들의 직무도 직접 감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행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A사는 설계사들이 관리자들의 감시를 벗어난 상황에서도 자발적으로 조직의 규범과 규칙을 준수하도록 유인하는 관리통제 전략을 활용한다. 그것은 설계사들의 노동과정 자체에 대한 개입보다는 설계사들의 자아에 대한 개입을 통해 통제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결국 A사는 설계사들의 인성과 행동 습관, 사고방식을 회사에서 강조하는 가치에 부합하도록 재형성함으로써, 설계사들이 능동적으로 내면행위를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설계사들이 조직의 규범에 따르는 것은 자발적 선택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설계사들의 행동 아래에는 조직에서 심어주고자 했던 이데올로기가 스며들어 있다. 이런 특성이 보험사의 문화적 통제 방식을 구성하게 된다. 조직 문화를 통한 관리는 쉽사리 포착하기는 어렵지만 직접적인 통제 방식보다 더 큰 통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A사의 문화적 통제 방식은 한층 전면적이고도 포괄적인 노동통제 전략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보험설계사의 직무 인식과 감정노동 전략

    1) 설계사들의 직무 인식

    B지점의 보험설계사들은 주로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의 남성들이 다수를 차지한다.3) 면담에 참여한 설계사들은 대부분 자신이 가입한 보험상품을 담당하는 보험설계사나 사적으로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들의 소개로 입사하였다. 그리고 A사로 입사하기 전에 연구원, 인사 담당자, 영업 관리, 건축 기사, 여행 사무원, 백화점 매니저로 일했거나, 커피숍이나 음식점, PC방을 운영하는 등 배경이 다양하다. 이들은 대부분 이전 직장에서 직업적 전망을 세우지 못하거나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없었던 경험, 회사나 개인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보험설계사로 전직한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다양한 배경과 입사 계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보험설계사로 취업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그런 만큼 A사에서 설계사들에게 내세우는 전문성도 사회적으로 형성된 직업적 평판이기보다는 조직적으로 가공된 인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A사는 보험설계사의 자질이나 능력은 회사의 지원과 개인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주지시킨다. 그리고 회사의 관리정책이 설계사들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설계사들의 대인관계 기술을 계발시키고, 보험계약률을 높이기 위한 것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회사에서 교육하는 지식 및 감정체계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를 기대한다. 실제 면담 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설계사들은 회사의 관리 방식에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설계사들은 관리자들이 조성하는 긍정적 감정 상태를 유지하려 애쓴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침체되어 있을 경우에는 회사나 관리자들로부터 배우게 된 다양한 은유나 예화를 떠올리며 자신의 감정적 상태를 의식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이들은 회사에서 제시한 직무 수행 단계와 스크립트를 잘 따르는 것이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답변하였다.

    심지어 조직 문화에 동화되지 않으려는 설계사들조차 회사에서 교육 받은 대로 일을 한다면 반드시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 설계사는 개인적으로는 회사의 감정표현규칙을 수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지만 회사에서 교육받은 대로 일을 한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실적을 얻을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주었다.

    설계사들은 실제 고객들과의 상호작용은 단순하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스크립트대로만 대처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스크립트들을 숙지하고 그것을 조합하여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변하였다.

    설계사들은 직무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회사에서 지지적인 태도의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격려를 받는다. 회사는 보험설계사가 노력한 만큼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전문직으로, 사람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보험설계사들과 실제 고객들과의 상호작용 과정은 A사에서 설정한 상호작용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설계사들이 대면하는 고객들은 회사에서 설계사들에게 부여하는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계사들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도 빈번하다. 그래서 설계사들은 영업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조직에서 자신들에게 부여하는 지위나 감정적 태도가 실제로는 빈번한 심리적 저항에 직면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때문에 설계사들은 자신이 따라야 하는 감정표현규칙 또한 조직적 규범과 사회적 통념 사이에서 일정 부분 조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체감한다. 연구에 참여한 설계사는 사적 관계에 있던 사람들을 고객으로 만날 때, 그들 앞에서 직업적 전면을 내세우기 어렵고, 그 결과 사람들의 감정적 상태를 조성하기 힘들었던 점을 이렇게 설명하였다.

    설계사들의 경우 직업적 전면은 조직과 노동자들 간에 협상이 잘 이루어지더라도 고객들에 의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직에서 보험설계사들의 직업에 부여하는 대외적인 인상이 실제 사회적 평판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보험설계사들은 두 개의 입장이 교차되는 지점에 서 있다. 보험설계사들은 회사의 업무를 위탁 받은 개인 사업자 신분이지만 실제 그들이 고객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하는 지위는 A사에 고용된 노동자이다. 설계사들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은 서비스 노동자들이 고객들에 비해 낮은 지위로 인식되는 연장선상에 있다. 그렇기에 설계사들이 전문가적인 인상을 연출하려 해도 그것이 수용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설계사들의 직업적 전면이 수용되지 않을 때, 그들은 직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그들은 대외적으로 연출하려는 직업적 지위와 실제로 경험하는 직업적 지위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감정노동을 수행해야 한다. 결국 그들은 스크립트를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며, 실제로는 상황에 적합하도록 즉각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세부적인 태도나 내용은 스크립트를 벗어날 수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보험설계사들이 표현하는 방식은 회사의 감정체계 내에서 연출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2) 설계사들의 감정노동 전략과 반응

    (1) 순응적 노동행위: 공세적 표면행위와 적극적 내면행위

    A사의 보험설계사들은 고객들을 대면할 때 직업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인상을 주어야만 고객들을 상호작용 과정으로 끌어들일 수 있고, 궁극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교육 받는다. 설계사들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의복, 장신구 등을 의도적으로 노출함으로써 사람들의 환심을 얻고자 한다. 설계사 7은 외양을 통해 직업적 전면을 연출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사람들의 호감을 얻으려는 의도를 언급하였다.

    보험설계사들의 표면행위는 외양을 꾸미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설계사들이 사람들 앞에서 항상 분주한 일정에 따라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연출하도록 요구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설계사들의 일에 호기심을 갖고 만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다.

    이러한 연출은 설계사들이 고객들에게 호의적 감정을 얻기 위한 것이므로 넓은 의미에서 표면행위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표면행위는 원활한 상호작용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서 고객들의 특정한 감정을 유발하고자 하는 공세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렇지만 표면행위는 설계사들이 실제 자신의 감정상태와 관계없이 고객들 앞에서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감정노동 전략이기도 하다. 설계사들은 자신의 직업이 기본적으로 감정 연기를 해야 하는 일이며, 이 일을 하는 한 항상 긍정적 감정을 연출하고, 부정적 감정은 숨기는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설계사들은 사람들 앞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노출하면 향후에라도 사람들이 보험 상품을 계약할 가능성까지 잃을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고객들 앞에서도 긍정적 감정을 연출하고 부정적 감정상태는 감추는 방식의 표면행위를 수행한다.

    보험설계사들의 표면행위가 자영인으로서의 지위와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로서의 지위가 중첩된 결과로 수행된다는 점은 설계사 1의 답변을 통해서 가장 잘 드러난다. 설계사들은 소득을 얻기 위해서 고객들에게 보험계약을 간청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그것이 감정표현규칙에 어긋난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그로 인해 자신이 연출할 수 있는 감정의 유형은 제약된다. 그렇지만 고객의 부정적 반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때에는 결국 개인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설계사들이 표면행위를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연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내적인 감정상태와의 불일치를 심화시킨다. 설계사들 또한 자신의 직업이나 보험상품의 가치에 대한 확신 없이 고객들을 대하면 가식적인 태도가 드러날 수 밖에 없고, 그것으로는 고객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답변하였다. 결국 설계사들이 직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감정을 실제로도 경험해야 하는 내면행위가 핵심적인 감정노동 전략으로 요구된다. 그것은 직업적 자아에 본연의 자아를 동화시키는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설계사들은 일이 익숙해질수록 직업적 전면을 유지하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직업적 자아를 좀 더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조직적으로 공인되는 감정체계를 내면화 하여 적극적인 내면행위를 수행한다.

    회사의 지침을 수용하고 그 의미를 공유하는 것은 B지점의 지배적인 분위기로도 형성되어 있었다. 설계사들은 감정적 갈등을 경험했던 일들을 다른 설계사들과 나누거나, 감정적 상태를 회복할 수 있는 경험담을 공유함으로써 동료 설계사들이 간접 경험하도록 하고 그것을 감정기억으로 저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설계사들이 개인적 수준에서나 집단적 수준에서 모두 회사에서 요구하는 방향으로 감정을 관리하는 것은 단지 개인적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적극적인 내면행위를 수행했을 때만이 계약률이 높아지고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보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설계사들이 수행하는 감정노동은 표면적으로는 자기규율의 결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회사에서 교육과 훈련, 의례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던 의미들이 드러난다. 그리고 설계사들이 조직 차원에서 전파하는 감정 관리 방식을 개인적·집단적 수준에서 활용하면서 회사의 관리통제 방식은 한층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2) 저항적 노동행위와 결과: 감정노동으로부터 자아를 지켜내기

    서비스 조직은 노동과정을 포괄적으로 통제하려는 전략들을 통해 노동자들에게개입하려 한다. 그러나 상호작용 직무는 조직적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거나, 통제를 벗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조직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Leidner, 1993). 노동자들 또한 조직에서 요구하는 감정과는 다른 감정을 경험하는 일이 흔하고, 조직적 개입을 자신의 정체성과 같은 본질적 영역까지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할 때 방어적 태도를 취하거나 적극적으로 저항할 수도 있다.

    보험설계사들의 저항적 행위는 회사에서 내세우는 직업적 자아를 수용해야 하는 압력으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거나 직업적 정체성과 심리적 타협을 이루려는 의도로 나타난다. 저항의 형태는 이직, 냉소주의, 규칙누락, 자리이탈 및 무단결근과 같은 개인적 수준의 행위로 나타났다. 먼저 설계사들이 감정적으로 탈진하였을때 그것을 벗어나는 방식은 가장 적극적인 저항 행위로서 일자리를 포기해 버리는 것이었다.4) 지점장은 이직할 결심을 하는 설계사들이 보이는 태도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면담에 참여한 설계사들은 더 이상 만날 사람이 없거나, 사람을 만나는 일에 지치고, 보험계약마저 이어지지 않을 때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었다고 답변하였다. 연구에 참여한 설계사들은 함께 입사하였던 동료 설계사들이 절반 이상 그만두었다고 답변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그만둔 이유는 대부분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며, 고객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없으므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점들을 꼽았다. 특히 설계사들이 감정적으로 탈진하거나 거짓자아를 유지하게 하는 것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소극적,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 하여 보험상품을 판매할 의욕을 떨어뜨린다. 그 결과, 설계사들의 감정적 소진은 곧 경제적 수입의 저하와 퇴사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직을 원하지만 대안을 찾을 수 없어서 직업을 유지하는 설계사들은 회사의 관리통제 방식에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이들은 회사에서 요구하는 직업적 자아를 받아들이는 것에 큰 반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소중한 정체성을 버리고 회사의 요구대로 일한다면 직업적 성취를 얻을 것이라는 모순된 감정을 갖고 있었다. 설계사 6은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을 매우 냉소적인 태도로 언급하였다.

    설계사 6이 언급한 ‘기계처럼’ 일을 한다는 것은 ‘거짓 자아’를 갖고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현재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것은 다른 일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하였다. 회사의 감정관리 방식이나 내용에 대하여 냉소적 태도를 보이는 설계사들은 대체로 현재의 일이 다른 직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거쳐가는 곳이라는 요지의 답변을 하였다. 이들은 회사의 논리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고 본인 스스로 직업과 조직에 대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조직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보험설계사로 장기간 근무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설계사들이 감정노동으로부터 벗어나는 전략은 고객들로부터 상처받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감정표현규칙의 일부를 누락시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고객의 거절을 미리 감지하고 고객이 거절하기 전에 먼저 상호작용을 중단하거나, 고객의 거절 앞에서 ‘거절처리’ 화법을 쓰지 않고 상호작용을 종결하여 감정노동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을 회피하는 것이다.

    설계사들은 대부분 고객들의 부정적 반응 때문에 감정적 불일치를 경험하지만 고객들을 저항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그것은 고객들에게 우회적으로라도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그 고객과 향후에라도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마저 놓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설계사들은 기대했던 고객과의 보험 계약이 무산되거나, 고객으로부터 심한 거절을 받고 부정적 감정 상태에 빠지면 혼자만의 공간으로 숨어버리는 방식을 택했다. 설계사들은 다음 고객을 만날 약속을 취소하고 부정적 감정 상태가 해소될 때까지 혼자 지내거나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 섞여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설계사들은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에서 직무를 수행하므로 설계사들 이 혼자만의 공간으로 숨는 것을 자리이탈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회사는 설계사들이 지속적으로 고객들을 찾아가고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권장하기 때문에 설계사들 스스로 혼자만의 공간으로 고립되는 것은 조직적 규범을 이탈하는 것이고, 특히 만나야 할 고객과의 약속을 취소하고 감행된다는 점에서 저항적 행위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것은 좀 더 가시적인 행위로 표출되기도 한다. 설계사들은 조직적으로 공인된태도를 보여줄 수 없을 때 지점 조회에 불참하는 것으로 자신의 상태를 노출하는 것을 회피하였다. 설계사들은 계약 실적이 낮거나 부정적 감정 상태에 빠지면 관리자나 동료 설계사들 앞에서 긍정적 감정을 꾸미는 것도 힘들어져서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일을 회피하게 된다고 하였다.

    설계사들의 저항적 행위는 대부분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적 불일치를 방지하거나 완화시키려는 의도로 실행된다. 그렇기에 저항적 행위는 이직을 제외한다면 저항의 뚜렷한 대상 없이 개인적인 수준에서 소극적이고 쉽게 포착되지 않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설계사들은 은밀한 방식의 저항을 통해 소극적이나마 조직의 감정체계를 벗어남으로써 감정에 대한 자기 통제감과 개인적 정체성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설계사들이 선택한 저항의 방식은 조직적 권력이 행사되는 방식에 대한 결과이기도 하다. 위촉계약이라는 고용 형태로 인해 회사는 설계사들을 강제할 수 없다. 관리자들도 명목상 관리자의 직위에 있으나 그들 또한 설계사들과 동일한 독립사업자로서 설계사들에게 통제력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현실이 부각될 때 조직의 통제력은 무력화되므로 조직은 실질적으로 설계사들을 규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결과 보험사는 조직적 권력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리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A사가 문화적 요소들을 활용하여 설계사들에게 조직의 지배적 가치를 내면화시키려 하고, 직업적 자아와 사적 자아를 통합시키려는 관리 방식은 설계사들이 직업적인 삶과 사적 삶을 분리하는 것을 점차 어렵게 만들었다. 설계사들은 자발적 동기로 직업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고, 보험계약은 자기 규율과 신념의 결과라는 조직적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사적인 관계로 연결된 사람들까지 고객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설계사들이 감정적 긴장과 갈등을 해소할 대상을 사적인 삶에서조차 찾지 못하게 한다. 이렇듯 자기규율을 통해 감정을 관리하도록 하는 통제 방식은 설계사들이 저항해야할 대상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설계사들이 자신의 감정적 영역을 구속하는 것이 조직문화를 활용한 통제방식임을 인식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조직문화에 도전하는 것은 어렵다. 그 결과, 설계사들이 저항적 행위를 통해 자신의 진정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의지는 회사의 관리통제 하에서 점차 무력화되었다. 그리고 설계사들이 각자 회사와 개별화된 계약을 맺고 있다는 것으로 인해 저항적 행위도 집단적 수준으로 확장되지 못했고, 회사의 감정체계와 규범을 바꿔낼 만큼의 영향력도 갖지 못했다.

    무엇보다 연구에 참여한 설계사들은 공통적으로 보험설계사로서의 삶이 익숙해질수록 자신의 가치관이나 감정적 경험이 회사에서 주입하고자 했던 가치관이나 감정체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특히 설계사들은 직업적 자아가 본연의 자아로 더 깊이 내면화될수록 사적인 인간관계도 도구적으로 인식하거나 관리자의 시각에서 다른 서비스 거래를 바라보는 등 이전에 지녔던 성격이나 가치관이 변화한 것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3그것은 A사의 설립 초기에 의도적으로 성별을 고려하여 채용한 결과이다. A사는 전문성, 열정, 신뢰감과 같은 회사의 감정규칙이 남성성에 더 부합하고, 남성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연출될 것으로 보았다. 또한 남성 설계사들이 A사의 감정표현규칙에 부합하도록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고객들에게도 더 긍정적으로 인식될 것으로 보았다. 그에 따라 A사는 한국 시장으로 진출할 당시 직장이나 개인 사업의 경력이 있는 대졸 학력 이상의 남성들을 주로 채용하였다. A사는 고학력의 남성 설계사들을 통해 한국의 보험설계사들이 오랜 기간 동안 비전문적인 기혼 여성직종으로 인식되어온 것으로부터 차별화 하고자 하였다.  4이 연구에서는 재직 중인 설계사들만 접촉할 수 있었으므로 퇴사한 설계사들이 이직을 결심한 사유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다만 관리자들과 재직중인 설계사들을 통하여 이직한 설계사들이 회사를 떠나기 직전 상황에서 보여주었던 감정적 상태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재직중인 설계사들에게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상황이나 시기에 대해서 질문함으로써 간접적으로나마 감정노동이 이직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Ⅴ. 결론 및 토의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가 강조되면서, 감정노동은 서비스 조직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된다. 그러나 서비스 부문은 다양한 하위 직종을 포괄하고, 그것이 고용관계나 노동의 양식, 통제방식의 특수성으로도 반영된다. 따라서 감정노동이 조직적으로 관리되는 방식이나 노동자들의 수행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부 직종에 대한 구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연구는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인 보험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조직이 감정노동을 관리하는 방식과 성격, 감정노동의 주체인 설계사들이 직무가 수행되는 맥락을 인식하고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방식을 그들의 노동경험을 통해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보험사에서 감정노동을 관리하는 방식은 감정적 사회화를 근간으로 하는 문화적 통제 방식이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다. 보험사는 간접적 고용 형태로 인하여 설계사들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조직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도록 재형성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를 통해 관리자들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설계사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의 규범을 준수하여 직무를 수행하도록 관리하려 하였다. 이 과정에서 장기간에 걸쳐 반복되는 교육훈련, 의례 및 의식, 수많은 은유와 예화들, 설계사들이 이상적으로 수행해야 할 역할모델을 설정하고 역할극을 통해 훈련시키는 등의 문화적 장치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대부분의 설계사들은 회사의 감정표현규칙과 감정체계에 부합하도록 직무를 수행하고 조직에서 제시하는 정체성을 상당 부분 수용하였다. 설계사들은 전문가적인 인상을 주는 외양을 갖추고, 자신감과 열정이 넘치는 모습을 연출하는 공세적 성격의 표면행위를 수행하고, 감정적 부조화를 경험하는 상황에서도 회사의 감정표현규칙에 일치하는 방식의 표면행위를 수행하였다. 나아가 조직문화로 공유되는 신념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함으로써 직업적 역할에 사적 자아를 통합시켜내는 내면행위를 수행하고 집단적으로도 그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였다. 조직이 설계사들의 사적 감정에까지 성공적으로 개입한 결과, 노동자들의 사적 자아와 사적 관계는 점차 직업적 자아와 직업적 관계 속으로 포섭되었다.

    그러나 설계사들은 조직의 감정체계나 관리방식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는 반응만 보이지는 않았다. 실제 설계사들과 고객과의 상호작용 상황은 복잡하게 전개되고, 사람들이 설계사들을 대하는 태도는 회사에서 가정했던 상황보다 더 부정적이다. 이로 인해 설계사들은 조직적으로 기대하는 자아와 실제 고객들 앞에서 연출해야 하는 자아, 실제 사적 자아가 어느 정도 협상된 형태로 감정노동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자존감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방어적인 수준에서 감정노동을 종결하거나 감정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을 회피하려 하였다. 설계사들은 고객들을 만나야 할 시간을 혼자 보내거나 정기적 조회에 무단으로 결근하기도 했다. 감정을 꾸며서 훼손된 자존감을 다시 회복하기 보다는 자존감이 일정 수준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적 긴장과 부조화 상태가 심화되고, 그것이 보험상품의 판매결과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때에는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이직을 선택하였다. 그렇지만 설계사들의 직업적 관계가 사적인 관계로까지 확장되는 것은 설계사들의 직업적 삶과 사적 삶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도구적으로 인식하도록 하였다. 그렇기에 설계사들은 대부분 의 삶에서 감정표현규칙에 부합하도록 감정을 관리해야 했지만, 그것으로 인해 경험하는 감정적 긴장과 갈등을 해소할 대상을 찾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설계사들은 고객들이나 조직을 향해 저항하기 보다는 조직을 이탈하거나 개인적이고 은밀한 방식으로 저항했다. 이를 통해 최소한의 사적 정체성과 감정적 통제력을 유지하려 했다. 그렇지만 설계사들의 저항적 행위는 실제 조직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없었 다. 그리고 서비스 노동자들이 감정노동을 둘러싼 문제를 조직적으로 해결해 보려는 의지를 응집시키지 못한 것은 결과적으로 조직의 지배적인 가치에 순응하는 측면만 드러내게 하였다.

    보험사에서 감정노동을 관리하는 방식은 설계사들에게 통제력을 행사하는 조직적 권력을 감추면서도 그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행사될 수 있다. 특히 회사의 관리정책이 설계사들의 직업적 성취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강조되는 것은 통제의 억압적, 강제적 성격을 부각시키지 않으므로 설계사들의 저항은 최소화 하고 조직 순응적 행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렇지만 직업적 성취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사적 자아를 기업에서 요구하는 자아에 일치시키도록 하는 과정에서 설계사들의 정체성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기업논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갔다. 그것은 서비스 노동자들이 조직의 규범을 전면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자기 정체성이라도 지키고자타협해 왔더라도 그 타협점은 점차 노동자들이 더 많은 자아를 내어주고 그들의 사적인 인간관계마저 도구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노동의 관점에서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는 것은 인간의 감정적 영역에 대하여 어느 정도까지 조직적 개입을 허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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